혹성탈출

이쪽에선 불, 다른 쪽에선 먹구름이 낮게 몰려왔다. 비범한 요소를 갖춘 5대의 자동차가 위치를 짐작할 수 없는 땅에 도달했다.




볼보 V60


V60의 상품가치, 성능, 품질은 볼보의 브랜드 인지도를 상회한다. 왜건이지만 짐차처럼 보이진 않는다. 2,400cc 디젤 엔진의 성능은 넉넉하다. 최대출력 215마력, 최대토크는 44.9kg.m. 최고속도는 시속 230킬로미터, 제로백은 7.7초. 얼큰하게 달릴 줄 알면서, 공인연비는 리터당 15.3킬로미터다. 꼭 지키고 싶은 누군가를 옆에 태우고, 이 넓은 수납공간을 캠핑장비로 채워놓고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 볼보가 만든 시트의 편안함은 이미 정평이 났다. 보닛부터 지붕, 엉덩이까지 이어지다 떨어지는 곡선이 단아하다. 5천4백50만원.




아우디 A7 3.0 TDI


대형 세단이 으레 웅변하는 품위를 이미 가졌으면서, 쿠페 본연의 미학으로 아름답다. 트렁크 용량은 545리터다. 웬만한 왜건 수준이다. 2,967cc 디젤 엔진은 최대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1kg.m을 낸다. 제로백은 6.5초. 포르쉐 파나메라 디젤보다 빠르다. 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어떤 새벽엔 ‘혼자라서 다행이야’ 혼자 중얼거렸다. 자동차를 ‘과시하고 싶은 차’와 ‘혼자 즐기고 싶은 차’로 분류한다면, A7은 명백한 후자다. 이 느낌을 누구와 나누면 반이 될 것 같은 조바심 때문에. 실력은 출중하지만, 굳이 내달리지 않아도 좋다. 차와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점들이 고루 충만하다. 8천5백60만~9천2백50만원.




스마트 포투 cdi 쿠페


경차 혜택을 받는 유일한 수입차이자, 지금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 중 가장 작다. 두 명만 탈 수 있다. 스마트의 모든 장점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청담동 어떤 골목에서도 후진 없이 유턴할 수 있고, 2.5미터 남짓 공간만 있으면 수평 주차를 할 수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공인주차장 요금은 반만 내면 된다. 시속 120킬로미터 이상이라도 스트레스 없이 달릴 줄 알고, 웬만한 세단 정도의 차체 강성도 확보했다. 800cc 디젤 엔진은 벤츠 엔진 라인업 중 가장 작지만, 도심에서 모자람 없는 힘을 낸다. 가솔린 엔진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20.4킬로미터였다. cdi 쿠페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30킬로미터에 달한다. 2천5백90만원.




포르쉐 파나메라 디젤


포르쉐는 스스로 쌓아올린 벽을 놀라운 속도로 깨고 있는 중이다. 네 명이 탈 수 있는 포르쉐는 ‘적도에서 발견된 북극곰’만큼 낯설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측치를 우습게 뛰어넘었다. 판매실적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심에 파나메라가 있었고, 이젠 디젤 엔진까지 추가됐다. 2,967cc V6 디젤 엔진은 최대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56.1kg.m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42킬로미터, 제로백은 6.8초다. 리터당 11.8킬로미터를 달리는 공인연비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더불어 완만한 코너를 꺾는 찰나에도 예민하게 느껴지는 포르쉐 DNA, 차에서 내렸을 때 손바닥에 배어 있는 고유한 냄새까지. 1억 2천2백80만원.




폭스바겐 티구안


매우 착실하다. 투아렉이 지향하는 고급함, 주행성능에 대한 강박을 덜어내고 리터당 18.1킬로미터에 이르는 비현실적인 공인연비를 대신 챙겼다. 1.968cc 디젤 엔진이 내는 최대출력은 14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2.6kg.m, 최고속도는 시속 188킬로미터, 제로백은 10.2초. 거친 돌길을 달려도 자극이 없다. 뒷목이 확 젖히거나, 오금이 저려오는 차는 아니지만 소형 SUV 본연의 미덕을 그대로 갖추고, 항시사륜구동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여느 국산 경차를 상회하는 연비 효율을 챙긴 셈이다. 4천4백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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