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레오의 내일 3

2011.11.11GQ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선택할 수 있는 배우다. 그러나 그를 흥분시키는 역할은 많지 않다. 그런 그가 FBI의 전설, 존 에드가 후버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 영화를 감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기보다 마흔 살 어린 배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늑대와 같은 자신을 위로해줄 영혼의 동반자를 만났다고.

(이스트우드에게) 배우를 하다가 감독이 되는 경우 가장 큰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배우들은 배우들이 무엇에 자신 없어 하는지 알아요. 그들은 모두 자신 없어 하죠. 감독은 배우에게 그럴 필요 없다는 확신을 줘야 해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과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모든 걸 이해했어요. 그분이 실바나 망가노의 연기를 지휘하는 모습도 지켜보았지요. 그분이 그 여배우를 다루는 태도는 정말 훌륭했어요. 굉장히 불안해했거든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겠죠. <쓰디쓴 쌀>에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디카프리오 <쓰디쓴 쌀>, 아, 그렇군요! 실바나 망가노! 아버지가 항상 그 여배우 이야기를 했었죠.

감독에 관심이 있나요, 레오? 네, 있어요. 만약 연출을 하게 되면 여기 이분과 이분 스태프들처럼 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정말이에요. 현장엔 불필요한 사람들이 없어요. 소규모 정예 부대죠. 이스트우드 레오는 잘할 겁니다. 많은 사람이 감독 의자에 앉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죠. 존 웨인만 해도 그랬고. 하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다른 배우들을 이해하고 현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디카프리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게임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집중시키고 싶어 하는 스무 개의 다른 문제들을 버리고 말이죠. 이스트우드 정말 짜증이 나더라고. 메이크업 담당자가 와서 뭘 물어보고 가서는 다시 돌아와서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 결국 “이봐, 한 번 대답한 질문은 다시 듣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지.

시나리오를 던져버리게 만드는 요인은 대체로 뭔가요? 이스트우드 반복. 여기 있는 이 젊은 친구처럼 젊은 여성들의 우상이 되게 되면, 전에도 성공한 적이 있는 똑같은 역할 제안을 많이 받게 되지요. 그런 걸 거의 육십 년 동안 지켜봐 왔어요, 난. 유행을 이기는 방법은 반대로 가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다시는 서부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때 <용서할 수 없는>이 내게 왔어요. 이후로는 서부 영화를 한 작품도 하지 않았어요. 서부 영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시나리오를 만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그게 내 마지막 서부 영화겠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누군가 내게 독특한 시나리오를 준다면, 아마도 “오케이. 나를 써요!” 할지도 모르지. 디카프리오 사실, 제가 정말 열정적으로 연기한 캐릭터들은 대부분 단박에 눈에 들어왔어요.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볼 필요가 없을 때도 있어요. 반만 읽어도, 그래 이거야, 이걸 해야지! 싶은 거죠. 물론 생각을 많이 할 때도 있죠. 장단점을 저울질해보고 자신이 그 영화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고려하고.

시나리오를 제쳐놓았다가 마음을 바꾼 영화도 있었나요? 디카프리오 제게는 언제나 아버지가 큰 영향을 끼쳤어요. 프랑스 시인 랭보에 대한 시나리오(<토탈 이클립스>)를 제쳐놓았었는데, 랭보는 당신 시대의 제임스 딘이었다고 아버지가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영화를 했어요. 즐겁게 했고요. ‘이것 꼭 해야 돼’라는 순간만 기다렸다면 전 사오 년에 한 편씩밖에 영화를 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시나리오 말고,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나요?
이스트우드 그렇죠. 하지만 재료, 즉 시나리오가 좋아야 해요. 그런 다음 같이 일할 사람들을 뽑고 일을 돌아가게 해야죠. 안 그러면 허사니까. 그래야 재미있어요. 지루한 작업에는 개입하고 싶지 않아요, 더구나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레오야 얼마간 더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디카프리오 저도 멀지 않았어요. 곧, 입니다.

두 분 모두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출연한 영화 중, 관객들에게 “이걸 놓치셨다면 꼭 보세요”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까? 디카프리오 <에비에이터>. 전 십 년 동안 하워드 휴스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계속했지요. 마이클 만 감독도 한때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스콜세지 감독이 하게 됐죠. 전 그 영화가 굉장히 자랑스러웠어요. 동지감을 느낀 첫 영화였어요. 이스트우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1천2백만 달러를 번 영화죠.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으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봤으면 하는 거지요. 전쟁이 다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는 차원에서 말이에요. 영화에는 끊임없는 영웅주의가 등장해요. 일본 군인들을 전쟁터로 보내면서 절대 돌아오지 말라고 하죠. 미국인들한테는 아마 먹혀들지 않을 거예요. 그 영화가 잘될 거라는 환상도 없었고. 하지만 관객들이 그냥 코미디물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레오, 앞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를 하게 된다면, 찾아가야 할 사람이 있겠군요.
이스트우드 레오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나 때문에 꼭지가 돌아버리지 않는 한.

    에디터
    글/ 마크 해리스(Mark Harris)
    포토그래퍼
    크래그 맥딘(Craig McD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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