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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이템 4

2011.11.21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젠하이저 CXC700

CXC700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다. 노이즈 캔슬링이란, 말 그대로 소음을 제거하는 기능이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들어오는 소음을 감지해 반대 신호를 내서 상쇄시킨다. 자체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소음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들어오는 소리는 즉각 반응이 어려워서 불규칙한 소음보단 규칙적인 소리를 차단하기 쉽다. 그래서 비행기 안과 같은 일관된 소음이 있는 경우,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데, 새로운 신호를 만들기 위해선 전기가 필요하다. AAA 건전지를 리모컨에 장착하는 이유다. 바로 이 점이 CXC700이 어떤 음향장치 없이도 홀로 오롯할 수 있는 이유다. 음악감상용이 아닌 휴대용 음향장치는 엠씨스퀘어가 유일무이했다. 10년 전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수많은 수험생들이 30만원 정도의 거금을 주고 엠씨스퀘어를 사용했다. 엠씨스퀘어에 나오는 음파(알파, 베타파) 자체가 집중력을 도와주기도 하겠지만,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했다. 외부와의 소리를 차단하려는, 소음 제거의 목적도 있었다. 귀마개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도구. 다시 말하면 CXC700 역시 외부 소음 차단, 그 자체로 기능한다. 하지만 외부 소음과의 격리는 대화 시에 불편하다. CXC700은 ‘토크 스로우’ 기능을 이용해 매번 이어폰을 꼈다 빼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점은 소음 제거가 ‘귀마개’ 만큼 확실하진 않다는 점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의 기본은 소리 제거, 이후에 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크게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최적의 소리를 만들어주는 것. 이어폰 고유의 목적인 음향 성능도 중요하다. 최저가 31만원대, 단순히 소리만 내는 고급 이어폰으로서는, 소리의 질적인 면에서 아쉽다. 외부와의 차단, 음악감상, 청취 중 대화기능 등 소리를 선택하는 이어폰으로는 충분하다.

RATING ★★★☆☆
FOR 엠씨스퀘어.
AGAINST 록 마니아.

RIM 블랙베리 볼드 9900

아이폰과 블랙베리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CPU 속도로 판단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아이폰 3GS와 블랙베리 볼드 9700의 CPU 속도가 각각 600메가헤르츠, 624메가헤르츠였다. 그럼에도 실제 성능은 1기가헤르츠를 넘나드는 고사양 스마트폰보다 뛰어났다. 독자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최적화된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아이폰과 달리 블랙베리의 입지는 좁아져만 갔다. 아이폰의 디자인과 UI가 어떤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블랙베리를 선택한다는 건 별종처럼 보였다. 그리고 CPU 속도 1.2 기가헤르츠의 블랙베리 볼드 9900이 나왔다. 여전히 수치 자체보다는 이 도약이 갖는 상징성이 중요하다. 블랙베리 볼드 9900은 RIM의 총력전 같다. 그러나 ‘블랙베리’를 잘 만드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기존의 블랙베리를 배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한 최대한의 시도가 여기 있다. 블랙베리 볼드 9900이 ‘터치’를 지원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트랙패드와 쿼티키패드와 터치가 만드는 조작 편의성은 이제 비교 대상이 없다. CPU의 퀄컴이라는 브랜드와 무광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을 채택한 점은 블랙베리의 노골적인 ‘스마트폰’ 쪽으로의 한 걸음이다. HTC나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진작에 필요했던 통합 관리 시스템은 BBM 6로 분명해졌다. 10.5밀리미터의 두께는 부피를 줄이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던 블랙베리로서는 획기적인 약 4밀리미터를 줄인 결과다. 블랙베리 7 OS로의 업그레이드와 HTML 5 성능 최적화로 웹 브라우징에서도 가히 압도적인 속도를 보여준다. 기존의 블랙베리를 배반하지 못한 건 화면이 작고 해상도가 낮다는, 특징적인 쿼티 키패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 정도. 하지만 쿼티키패드까지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만큼 블랙베리가 멋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는 기대 또한 있다.

RATING ★★★★☆
FOR 부자는 망해도 삼 대를 간다.
AGAINST 야구 중계 좀 보게 스마트폰으로 바꿔야겠어.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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