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DITOR’S LETTER – 새해에 나누고 싶은 사소함

2011.12.26이충걸

E.L.

1. 고개를 들면 천지에 아름다운 말이 넘치는 세상이야. 그래도 새해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해. 세포도 때 되면 바뀌듯이.

2. 그러니 괴로워도 너무 괴로워하지 마. 고통은 곧 몸을 떠나갈 어떤 취약함일 뿐이거든.

3.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단순한 사실이 있어. 매너 있게 행동하는 데도 배짱이 필요하다는 거 말이야.

4. 살다 보면 점잖은 자리에 ‘추리닝’을 입고 가거나, 퍼질러 앉아 놀아야 할 자리에 수트를 입고 갈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땐 그냥 밀고 나가. 뻔뻔한 건 무치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니까.

5. 신발엔 절대로 돈을 아끼지 마. 신발은 비행기처럼 당신을 어디로든 데려다줄 가장 신비스러운 운송장비니까.

6. 매일 체중을 재는 게 강박 같긴 해도, 하루에 한 번은 체크해야 돼. 그건 무게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거든.

7. 헬스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곧바로 다음 번 갈 때를 위해 짐을 챙겨둬. 그렇지 않음 또 가기가 당최 힘들어져.

8. 돈을 쓰기 전에 벌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근데 자본주의를 개발한 나라들은 왜 기부보다 부가 먼저라는 걸 까먹는 걸까.

9. 모든 사람과 눈을 마주쳐. ‘아이 컨택’과 커다란 미소. 이런 소소한 것들이 당신의 세상을 바꾸는 거야.

10. 다들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러. 그러니 남의 실수는 그냥 웃고 넘기라고. 그렇지만 나의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지.

11. 모든 게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일어난다는 건 다 거짓말이야.

12. 주량을 과시해야 할 때는 지갑과 발기 능력을 유지해야 돼.

13. 처음 만난 사람하곤 그날 자지 마.

14. 예의 바르게 굴기 위해 누군가와 잘 건 없다고.

15.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건 좋지만, 꼭 맘속으로만. 그게 잘 안 될 땐 알아둬. 그 사람은 이제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는 걸.

16. 누구랑 자는가에 대해 굉장히 까다로운 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은 아닌 것 같아.

17. 우는 건 괜찮아. 남자도 울 수 있어. 단, 습관을 들이지는 마.

18. 아이를 갖는 게 제일 나쁜 건 다시는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거야. 가장 좋은 점은 사는 데 이것만 한 이유가 없다는 거고.

19. 남자의 천성은 여자보다 난잡해. 하지만 지금 막 사랑에 빠진 여자는 어떤 남자보다 야생적이고 야성적인 것 같아.

20. 불행했던 시간을 기억할 필요는 있어. 그러나 지금 받고 있는 축복들을 늘 상기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야. 불행했던 때를 생각하는 건 그 후의 문제라고.

21. 남자는 그녀보다 돈을 더 벌어야 해. 여자보다 더 버는 건 성차별도 구식도 아니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면 뭐든 해주고 싶기 때문에, 마음 하나로는 안 될 때도 있기 때문에….

22. 망한 집에서 태어나는 게 망한 집에서 사는 것보다 나아.

23. 때로 가난은 사람을 수감자로 만들지만, 어떤 때 돈은 시간을 사게도 만들어. 그런데 돈을 너무 사랑하면 수감자도 아닌, 아예 노비가 되어버리는 거야. 돈이 없어서 하는 소리지만.

24. 용서를 구하는 건, 허락해주겠냐고 우회하며 묻는 것보다 확실히 나은 방법이야. 세상엔 정공법만 한 것도 별로 없거든.

25. 근데 입술을 빨리 놀리면 턱이 더 빨리 돌아가는 수가 있어.

26. 성공의 정의는 엄청나게 많지. 그런데, 하는 일을 놀이처럼 여긴다면 이미 그 세계의 왕 아니겠어?

27. 신은 당신을 사랑하셔. 그러나 당신만 사랑하는 건 아니야. 신은 모든 인간이 행복하길 원하시니까. 심지어 나쁜 새끼들까지도. 인생의 불공평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

28. 수치심을 주는 거라면 뭐든 응징해버려. 용맹한 순결함만이 유약한 육체를 시로 만들 수 있거든.

29. 소년은 삶의 큰 부분을 성적인 만남을 찾아다니는 데 바치지. 그러나 성인 남자 삶의 더 큰 부분은 그것을 피하는 거야.

30. 오늘이 아마 평생의 사랑을 만나는 날일지도 모르지. 저 밖 어딘가에는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몇 백만 명이나 널렸고. 문제는 그녀들이 당신이 찾는 여자가 아니라는 거지만서도.

31. 남자들은 모든 것을 바치는 상태를 무서워하지. 마음을 다 주지 않으면 자유로울 여지가 있다고 믿으니까. 그래도 가끔 한눈을 팔 수 있어. 그녀가, 남자는 모든 여자에게 다 헌신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조금 이해해준다면.

32. 깨어났을 때 그녀가 옆에 없어서 충격을 받았다면 정말로 사랑하는 거야. 그것보다 더한 확인이 뭐겠어?

33. 부모님을, 다시는 못 돌아오는 먼 나라로 가는 친구처럼 대해. 그들을 절대로 당연히 여겨선 안 돼. 부모가 세상을 뜨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결국 정말로 돌아가시거든….

34. 직장동료, 여자친구, 이웃과 사소한 걸로 다투지 마. 떠나고 싶음 그냥 떠나. 새로운 이웃, 직장, 여자를 만나면 되잖아.

35. 국가가 당신을 위해 뭔가를 해줄 거라 기대하지 마. 아무것도 없어.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봐. 그러다가 결국 알게 될 거야. 정부에 바라는 딱 한 가지는, 날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이라는 걸.

36. 친구는 나의 명예야. 아무 데서나 침을 뱉는 친구가 있다면 둘 중 하나를 택해. 당장 헤어지거나, 침샘을 도려내거나.

37.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당신의 동맹군은 바로 당신이야. 그러니 매순간 자신을 믿어야 돼. 믿을 수 없을 때라도.

    에디터
    이충걸 (GQ 코리아 편집장)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