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알베르토 스카치오니와의 만남

2011.12.26GQ

CFMI와 EMI의 CEO 알베르토 스카치오니. 어느 날, 느닷없이 빌라 델 꼬레아에 나타난 이 사람은 누굴까.

빌라 델 꼬레아에는 무슨 일로 왔나?
전 세계 재단사를 초청해 옷을 맞춰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와봤다.

왠지 특별한 사람들만 드나드는 눈치다.
이런 곳에서 재단사들은 고객에게 심리치료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꼼꼼히 따지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보게 된다.

당신도 그런 심리치료사가 있는 곳에서 옷을 맞추나?
물론. 바지는 주로 앰브로지에서 맞추는데, 거기서 한번 바지를 맞춰 입어보면 아마 황금을 준대도 바꾸기 싫을 거다.

오늘 입은 수트도 맞춘 건가?
당연하지. 영국의 전형적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 무늬로 맞춘 수트를 입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더블 브레스티드로 해봤다. 파란색이나 어두운 회색 셔츠와 함께 입으면 어울린다. 이 수트에 맞춰 구두도 영국 브랜드 처치스를 신었다. 커프스 링크는 해골 모양인데, 귀엽지 않나? 안경은 1950년대 빈티지고, 시계는 벨앤로스다.

매일 아침 늘 그렇게 서로의 연관성을 따져보고 옷을 입나?
콘셉트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사물에 대해 생각하고, 그날 기분에 맞게 입는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냥 내 맘대로, 내가 어떻게 느끼는 가에 따라 정한다. 아이템을 정할 때 서로 간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게 재미있다. 각자의 사물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달까? 스타일을 섞고 실험할 때 겁을 내면 안 된다.

용기를 내고 실험하는 건 한국 남자가 제일 못하는 일이다.
남자 옷은 한번 규칙을 알면 거역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명하게 거역하는 방법을 알면 또 다른 세상에서 자유롭다. 규칙을 잘 아는 상태에서 다르게 입는 법을 택해야 옷 입는 게 재미있다.

그럼 장례식이나 결혼식에 갈 때는 어떻게 입나?
그때는 정해진 룰을 지킨다. 단순하고 어두운 색을 입고, 관심을 끌지 않는 옷차림을 한다. 반면 결혼식은 기쁜 날이니까 색과 무늬가 실험적인 옷을 시도하기도 한다. 장례식이건 결혼식이건 어디든 그날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면 과장해서 입는 어리석은 일은 없겠지.

CFMI와 EMI에서 당신이 하는 일은 뭔가?
CFMI는 피렌체에서 열리는 피티를 기획하고 전략을 짠다. 피티와 지방정부, 중앙정부 등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EMI는 이탈리아 패션 중소기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다른 나라에 가서 박람회를 열어 이탈리아 브랜드, 기업, 디자이너 등을 소개한다.

얼핏 들어도 꽤 중요하고 어려운 일같다.
한 번은 러시아 박람회를 열었는데, 진짜 악몽 같았다. 세금 문제나 폐쇄적인 시장이 가장 큰 문제였다. 패션의 속성은 아이디어의 공유와 자유다. 창의적이고 싶으면 함께 나눠야 하는데, 그곳에선 그게 참 어려웠다.

그럼 즐거웠던 일은?
최근 CFMI에서 주최한 그린, 에코 캠페인이 성공적이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이탈리아 패션에 관한 첫 번째 책을 출간했다.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를 발휘해서 참 기뻤다. 이탈리아는 많은 가죽으로 옷과 구두를 만든다. 가장 윤리적인 방법으로 생산하려 노력하는데, 이런 걸 사람들이 잘 모른다. 곧 영어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두 개 회사의 CEO로 살면 참 바쁘겠다.
바빠도 보석 같은 신인 디자이너와 가치 있는 기업을 찾는 건 즐겁다.

당신의 말투나 옷차림을 보면 신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인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신사는?
옷은 어떻게 입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건 자신감의 문제인데, 나체로 돌아다녀도 자신감이 있다면 그 사람이 신사답다고 생각한다. 색상과 패턴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것, 소박함과 독창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신사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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