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집 나간 레빗

2011.12.26GQ

조셉 고든 레빗은 커다란 할리우드 안에서 뛰쳐나왔다. “배타적인 할리우드가 아닌 바깥의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이 즐거워요.” 집밖으로 뛰쳐나간 레빗은 어떤 집을 지을까?

의상협찬/ 코트와 바지 타이 모두 디올 옴므, 셔츠는 라프 시몬스.

의상협찬/ 코트와 바지 타이 모두 디올 옴므, 셔츠는 라프 시몬스.

긱 Geek(괴짜)은 조셉 고든 레빗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다. “촬영하러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필름을 태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분명 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눈썹을 자벌레처럼 꿈틀대면서 말했을 것이다. 만약 영화 속 대사였다면 ‘진지하게’라는 지문 대신, 미간 사이를 사다리처럼 만들었겠지. “나이가 들면서 이기심이 줄었어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놓은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신경 쓰게 됐죠.” 그는 2005년부터 아마추어 아티스트끼리 서로의 작품을 교환할 수 있는 ‘hitRECord.org’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제가 어떤 작품을 올려놓으면,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섞어놔요. 어떤 환호나 큰 상을 받는 것보다 통쾌해요. 제가 원하는 반응은 그런 거예요.” 자신이 유명인 취급받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조셉에게 할리우드는 계모와 함께 사는 저택이었을 것이다. 그는 예술의 한 부분이기보다 주체로 남고 싶어 하는 창작자이니까. 줄곧 “방 안에서 영화를 만드는 아마추어 감독과 할리우드 감독을 평등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왔으니, 영화를 만드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2010년, 7분짜리 단편 영화 <Morgan and Destiny’s Eleventeenth Date>를 만들었다. 하지만 조셉은 최소한의 연출에만 관여하고 나머지는 ‘hitRECords’ 회원들이 채워 나갔다. 시나리오는 아일랜드에서, 특수효과는 스코틀랜드와 플로리다에서, 배경음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라에서 참여했다. 세계 각국 회원들의 ‘통쾌한 반응’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조셉이 할리우드 밖에 자신만의 집을 거의 완성했을 때쯤, 반대로 할리우드는 그를 찾기 위해 안달이 났다.<인셉션>의 ‘아서’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머릿속에도 조셉만의 별장이 완성되었다. 덕분에 놀란이 만드는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짐 고든(게리 올드먼)의 부하 경찰인 존 블레이크 역을 맡았다.<다크나이트 라이즈>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인 <루퍼>와<프리미엄 러쉬>를 넘어,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언체인드>까지 줄줄이 대기 중이다. 2013년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에서 링컨의 장남 역으로도 캐스팅되었다. 이렇게 할리우드의 가장 큰 저택에서 살 수 있지만, 그는 별안간 답답해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건 연기지만, 전통적인 영화는 감독의 매개체예요. 제가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이 창작물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돕는거예요.” 그는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의 471명 아티스트와 함께 <RECollection : Volume 1>을 12월에 내놓았다. “참여한 아티스트가 많다구요?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참여하는 인원수일 뿐인데요?” 조셉은 거친 들판에 이미 자신만의 집을 지었다.

    포토그래퍼
    Norman Jean 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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