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김창완의 책

2012.01.11GQ

책은 진심처럼, 알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남자는 책을 읽는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 책 기부 캠페인 ‘With Book – 사랑의 도서’는 교보문고, 문학동네, 지큐 코리아가 함께하는, 책거리 같은 잔치다. 이 잔치를 통해 5천만원 상당의 도서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의상 협찬/ 수트와 셔츠는 스타일 옴므, 구두는 로딩, 커프스링크는 SKAGEN, 커머밴드는 디올, 시계는 레노마, 보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의상 협찬/ 수트와 셔츠는 스타일 옴므, 구두는 로딩, 커프스링크는 SKAGEN, 커머밴드는 디올, 시계는 레노마, 보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창완

책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 있나?
그 말을 들으니까, 책이 얼핏 과거라기보단 미래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서 미래가 단절되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책이라는 게 전자책을 포함해서 하는 얘긴가? 그건 또 뉘앙스가 다르다.

전자책 자주 보나?
다른 거 아니고 영어 공부로. 전자책은 뭔가 단조롭다.

2년 전 미국 도서관협회 조사였나? 재밌는 건, 전자책을 가장 친숙하게 느낄 것 같은 초등학생 미만 아이들도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거다.
접촉, 스킨십은 본능일 거다. 아이들이야말로 내용보다는 스킨십이 정말 중요하니까. 손에 쥐고 만질 게 없으니까 좀 어색할 거다. 나도 그렇다. 근데 전자책은 영어책 볼 때 사전 안 찾아도 되니까. 그 편의 때문에 난 영어책만 전자책으로 본다.

요즘은 전자책으로 본 건 뭔가?
기타 교본. 그리고 <벨벳 토끼 인형Velveteen Rabbit>이라고 아주 짧은 동화인데, 진짜가 되고 싶은 헝겊 토끼 인형의 얘기, 아름다운 글이다. 근데 역시 머리맡에 있는 건 갈라파고스 섬에 대한 책이다. 자연신학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해적들이 뭐라고 표현했는지 그걸 다 써놨다. 얼마나 재밌는지. 내가 물고 빨고 하는 건 역시 종이책이다.

책을 읽는 순간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글쎄, 내가 언제 그렇게 행복할까?

독서는 그냥 습관이어서 무감한 건가?
그렇진 않다. 모든 책의 내용은 결국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닌가? 그런 걸 만날 때. 어떤 글이었던 간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걸 만날 때, 나는 행복하다. <벨벳 토끼 인형>도, 그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가 고백하는 건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아닐까? 갈라파고스에서도, 거기 있었던 사람들의 어리석음마저도 적음으로써 우리가 지금 더 깨우치고 있다는 자각. ‘나는 그러한 암흑으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는 필자의 노력. 결국 거기서 느껴지는 그 사람의 인류사랑. 이런 것들이 감동을 주고 나를 기쁘게 한다.

고전의 조건은 뭘까?
‘아이 러브 유.’

아름다운 것들은 쌓여가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신화는 안 그런가? 신화야말로 사람의 존재 자체를 가장 뚜렷하게, 선명하게 표현한 것 아닌가?

그래서 책은 “사랑합니다” 대신 “나는 인간이 지겹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화도 마찬가지. 인간은 본성에서 헤어나질 못하니까. 그런 회의도 있다.
책은 어차피 은유일 수밖에 없다. 책의 숙명이다. 책보다 음악이 직접적인 예술이라고도 하는데…. 책 또한 그렇게 직관적이며, 어떤 해석을 요구하는 게 아닌, 그 자체로 어떤 실존 아닌가? 그래서 책에서 오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접촉이고 ‘터치’다. 콘텐츠는 환원하면 다 ‘아이 러브 유’고. 물론 ‘아이 헤이트 휴먼 I Hate Human’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가 가장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스킨십 아닌가? 그렇게, 감히 내가 주장을 해본다.

앞으로 딱 3일이 온전히 주어진다면 어떤 휴가를 보낼 건가?
난 시간 나면 무조건 자전거 탄다. 제일 많이 하는 건 기타 연습.

아직도 발전하는 걸 느끼나?
물론. 기타는 학습이라기보다 그 소리들을 체험하고자 하기 때문에. 너무나 할 일이 많고. 못 들어본 소리가 너무 많고….

당신도 조바심이 있나?
뭐에 쫓길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시간은 이미 엄청난, 맹렬한 속도로 날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쫓기기도 전에, 벌써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린다.

3일이면 자전거 타고 어디까지 가나?
충주까진 갔다 올 것 같은데?

배낭에 책 몇 권 넣고?
아니? 자전거 탈 땐 자전거만 타야지.

아무것도 안 갖고 가나? 그럼. 자전거가 독서인데 뭘.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박세준
    스탭
    스타일리스트/김봉법, 메이크업 / 홍민(스와브17), 메이크업 / 이가빈, 어시스턴트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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