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의 책

책은 진심처럼, 알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남자는 책을 읽는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 책 기부 캠페인 ‘With Book – 사랑의 도서’는 교보문고, 문학동네, 지큐 코리아가 함께하는, 책거리 같은 잔치다. 이 잔치를 통해 5천만원 상당의 도서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의상 협찬/ 셔츠는 톰 브라운, 수트와 보타이는 모두 돌체&가바나.
의상 협찬/ 셔츠는 톰 브라운, 수트와 보타이는 모두 돌체&가바나.

 

의상 협찬/ 수트, 보타이, 구두 모두 톰 브라운.
의상 협찬/ 수트, 보타이, 구두 모두 톰 브라운.

 

지진희

독서는 누구에겐 휴식이고, 공부이고, 놀이이고, 일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간접 경험이다.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내가 여태껏 맞는다고 생각한 게 틀릴 수도 있구나’,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었구나’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런데 난 직접 경험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직접 가고 직접 만지고 직접 만들고, 그게 난 더 중요하다.

당신이 빠져 있는 사진, 공예, 와인, 야구 같은 취미를 말하는 건가?
그런 거다. 난 관심 있는 것에만 부지런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안타까운 게, 다 알려고 하는 것 같다. 모르면 또 모른다 하고. 난 관심 있는 것만 잘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가 다 정치를 알아야 하나? 물론 “어이그” 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난 하나를 좀 더 깊숙이 겪어보는 게 재미라고 생각한다. 여기 이 포크로 치자면, 어떻게 만들어졌나,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만들었나, 어떤 용도로 만들었느냐를 다 알고 나면 찍어 먹을 때 느낌이 계속 달라지는 거다.

한 분야를 파고들다 보면 책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지 않나?
물론이다. 지금 가장 만들고 싶은 책 주제는 우리나라 장인들에 대한 얘기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소개해주고 싶다. 내가 궁 홍보대사, 공예 아트 페어 홍보대사다. 비슷한 일인데,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손재주가 너무 아깝다는 거다. 정말로 세계적인 분들인데 소개가 덜 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워낙에 만드는 걸 좋아해서 그런 책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예전엔, 책은 아니지만 노트 같은 걸 만들어서 쓰기도 했다. 종이의 질감, 색깔, 활자의 종류에 따라서 읽고 싶거나 읽기 싫은, 그런 책이 왜 있지 않나.

지금 막 나온 <지진희의 기차여행-포토 에세이>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나?
그건 홍보 책자에 가깝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KTX 역의 명소들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처음 이 제안이 왔을 때 내가 그랬다. 왜 우리나라에 오라고만 하나, 나라도 무조건 오라 그럼 안 가는데 우리도 가야 되지 않느냐, 다른 나라의 것도 좋지만 우리 것도 좋으니 오라는 식이 돼야 하지 않나. 한국의 KTX와 일본의 신칸센도 연결하자고 제안해서 2012년엔 일본 쪽에서도 책자가 나온다. 공예 아트 페어에 홍보대사가 되면서 내 작품을 낸 것도 진정성 있게 참여하고 싶어서였다. 음, 난 팬미팅도 잘 안 한다. 팬들한테 서비스해줘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게 과연 진정한 서비스냐 이거다. 우려 먹는 것 아닌가? 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한다.

당신을 따라다니는 지적인 이미지라는 것이 사실은….
어떤 말 하려는 건지 안다. 공부를 많이 하고 똑똑하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고 주관이 뚜렷한 편이라는 것 아닌가? 난 그런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 정말 빠르다. 말처럼 글 쓰는 것도 수월한가?
글 쓰는 일, 너무 훌륭하다. 그런데 난 재주가 별로 없다. 말은 이렇게 막 하는데 글로 창작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또 펜 모으는 건 좋아해서 펜은 다양하게 산다. 종이도 많이 사고. 그렇게 막상 쓰면, 글씨를 너무 못 쓰는 거다. 그러면 또다시 예쁜 타자기를 막 사기 시작한다. 글 잘 쓰고 싶다.

요샌 뭘 읽고 있나?
철학 책, 심리학 책을 좋아한다. 읽다가 잠든 적도 많지만 관심은 많다. 철학 책은 글씨가 너무 작지 않나? 사람들 이름이 너무 어렵기도 하고. 근데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막 생각을 복잡하게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와 맞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학교를 갈 수 있다면 미대가 아니라 철학과를 가고 싶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정말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10년간 대본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글을 내가 읽다니, 생각할 때가 있다. 읽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양의 글이 있다면 내가 어렸을 때 그걸 하도 안 해서 지금 와서 한꺼번에 많이 하는 걸까, 이런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서점 가는 건 즐겁지 않나? 서점 무지하게 좋아한다. 고서적, 전문서적 쪽에 갔다가, 문구류, 필기류도 사고 팝업북도 많이 산다. 가방을 만드는 책, 공예 도구 책, 화집, 클래식 자동차 디자인북, 그런 책에는 아이디어가 많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보다 보는 걸 좋아한 것 같다. 어머니가 과학 서적이나 전집을 엄청 사주셨는데, 책 가지고 집 짓는 걸 더 좋아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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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