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프로야구, 얼마면 되겠니?

2012.01.13유지성

올해 프로야구 FA 시장에서 무려 8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다. 귀한 몸들의 적정 몸값을 눈치 안 보고 책정했다.

15억 (1년) 김태균 지바롯데 → 한화
10억 (1년) 한화는 김태균을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했다. 거액을 준비했지만 눈치를 봤다. 몸값 인플레의 주범으로 몰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삼성이 이승엽에게 연봉 10억 이상을 제시하고, 롯데가 이대호에게 100억을 베팅해 면죄부가 생겼다. 한화는 김태균에게 타율 3할, 20홈런, 80타점 이상을 바란다. 그러나 지금 몸값이라면 더 잘해야 한다. 모 단장은 “매년 3할 3푼, 40홈런, 110타점 이상은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정도 성적이면 메이저리그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6.3억 (1년) 보통 최고연봉 신기록이 나오면 야구계는 축제 분위기가 된다. 하지만 한화로 돌아온 김태균의 계약은 예외다. 최근 LA와 계약한 푸홀스의 연봉이 메이저리그 평균의 8.3배다. 김태균은 프로야구 평균의 17배다. 한화 선수단 평균과는 28배나 차이가 난다. 선수의 객관적인 가치나 기대 성적, 리그 상황과 별 상관없이 그룹 총수의 선심과 이승엽보다 많이 주겠다는 욕심만 앞섰다. 발표 내용과 실제 계약이 다르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6억 3천만원은 이대호의 지난해 연봉이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36억 (4년) 정대현 SK → 롯데
36억 (4년) SK는 정대현과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간 3백2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그러나 결국 정대현은 전격적으로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정대현의 몸값 36억원은 FA 불펜 투수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2004년 진필중이 LG로 옮길 때 체결한 4년 총액 30억원보다 10억 원이나 많다. 그러나 정대현이 진필중처럼 실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대현은 무릎 부상 이후 이미 투구 폼을 바꿨고, 시속 120킬로미터의 공으로도 타자들을 충분히 제압하기 때문이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26억 (3년) 롯데가 가장 필요로 하던 유형의 투수다. 위기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고, 주자를 좀처럼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는다. 장타를 억제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창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지난 세 시즌에도 한 번도 평균자책점 1.50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 시즌 볼넷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이 좀 불안하다. 롯데 내야진이 SK만큼 좋은 수비를 해줄지도 아직 미지수다. 계약기간 4년은 다소 길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24억 (4년) 이승호 SK → 롯데
10억 (2년)내년 시즌 롯데에서 믿을 만한 왼손 불펜 투수라곤 강영식밖에 없다. 이승호는 선발과 불펜을 모두 책임질 수 있다. SK 이만수 감독은 일찌감치 구단에 이승호와 정대현을 꼭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롯데의 제시액이 SK에 4~5억원가량 앞섰다. 모 구단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이승호는 3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던 선수에겐 많은 투구수다. 손민한, 박명환 등 어깨 부상을 안고 계약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24억 (4년) 감독은 “내년 롯데 투수진은 선발과 불펜 둘 다 문제”라고 했다. 이승호는 어느 쪽에서도 평균 이상이다. 좌완 강속구 투수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선발이라면 입대한 장원준의 좌완 에이스 공백을 메울 수있다. 불펜으로 쓰면 롱 릴리프부터 마무리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내년에 겨우 31세인 만큼 4년 24억은 적절하다. 다만 지난해 고원준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선발이면 선발, 불펜이면 불펜, 확실한 보직을 정해놓고 일관성 있게 기용할 필요가 있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19억 (3년) 조인성 LG → SK
19억 ( 3년 ) LG의 부진에 대한 원성이 모두 조인성에게 쏟아진 적이 있다. 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은 물론 2년간 매년 1백15경기에 출장할 정도로 강한 체력의 소유자라면 칭찬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LG는 조인성에게 협상 대신 통보로 일관했다. 내년이면 조인성은 서른여덟 살이다. 박경완, 진갑용은 서른여덟 살부터 하향세를 탔다. 그러나 조인성은 데뷔 이후 큰 부상이 없다. 원체 몸 관리를 잘했다. 조인성은 지명타자와 포수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효용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16억 (2년) ‘포수’ 조인성은 매력적인 선수다. 포수치고 준수한 공격력과 ‘앉아쏴’로 불리는 강한 어깨에 연 1백10경기 이상을 선발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도 강하다. 주전으로 쓴다면 3년 19억이란 돈이 아까울 게 없다. 그러나 SK엔 박경완과 정상호가 있다. 이런 중복 투자는 선수 중 누구 하나가 아프거나 부진에 빠져야만 효율적이다. 다 건강해도 문제다. 조인성을 지명타자로 쓰는 건 좋은 생각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의 타격은 지명타자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11억 (3년) 임경완 롯데 → SK
13억 (3년) 롯데 최고위층은 임경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팀 성적이 안 좋던 지난 4~5월경에는 코칭스태프에 임경완을 등판시키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양승호 감독은 이를 알고 난 후, 오히려 임경완을 고비마다 마운드에 세웠다. 감독마저 미운털이 박힐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임경완은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였다. 임경완은몇 안되는 사이드암 불펜 투수다. 노련하고 잘 다치거나 지치지도 않는다. 리더십도 뛰어나다. SK는 정대현과 이승호를 잃었지만, 임경완이 그 공백을 잘 메워줄 것이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11억 (3년) 팬들 사이에서는 ‘임작가’로 통했다. 하지만 이미지만큼 형편없는 투수는 아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한 시즌 외에는 모두 평균자책점이 3.30 이하였다. 지난해에는 72경기에 등판해 통산 두번째로 좋은 3.1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4승 18홀드란 성적도 빼어나다. 또한 뜬공보다 2~3배 많은 땅볼 비율을 자랑한다. SK의내야 수비는 8개 구단 중 최강이다. 열광적인 팬이 가득한 부산에서 벗어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임경완은 홈보다 원정 성적이 좋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50억 (4년) 이택근 LG → 넥센
40억 (4년) 이택근은 강타자다. 발도 빠르다. 외야 수비도 뛰어나다. 그러나 그는최근 2년간 부상에 시달렸다. 올 시즌엔 8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장석 넥센 사장은 “LG에 있었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올 시즌 중 이택근은 트레이드설에 시달렸다. 이미 이택근은 LG에 맘이 떠나있었다. 이택근은 부상만 없다면 타율 3할, 15홈런, 70타점 이상이 기대되는 선수다. 그러나 야구계에서 ‘부상만 없다면’이란 가정만큼 위험한 가정도 없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30억 (3년) 보통 FA 시장은 경매와 같아서, 입찰자들은 시장가격과 경쟁자들의 호가에 맞춰 얼마를 제시할지 정한다. 그런데 넥센의 조건은, LG가 제시한 금액(3+1년 27억)의 거의 두 배다. 그것도 구단이 먼저 액수를 제시했다. “30억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인 매물에 대해 대번 “50억!”을 지르는 식의 경매랄까. 넥센의 지난 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은 37억원이다. 이장석 넥센 대표는 각종 의혹에 대해 한심한 소리라고 일갈했지만, 사람들이 유독 누군가를 향해 한심한 소리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13억 (3년) 송신영 LG → 한화
13억 (3년) 박병호, 심수창에 웃돈까지 주고 얻은 귀한 투수를 이렇듯 맥없이 놓쳐선 안 됐다. 그러나 협상에 임하는 LG의 태도는 나비를 잡으려는 소년 같았다. 갈피를 못 잡고 헛손질만 했다. 송신영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2004년 이후 8년 연속 40경기 넘게 등판해 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올 시즌엔 평균자책 2.24, 19세이브를 기록했다. 30대 중반에 이르러 비로소 투구에 눈을 떴다. 왼손 박정진이 고군분투하던 한화 필승조에 송신영은 오른손 박정진 역할을 할 것이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13억 (3년) 꾸준하고 튼튼한 선수다. 2001년 데뷔 이후 딱 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70이닝 이상을 던졌다. 과거의 해태 송유석처럼 불펜에서 전천후 마당쇠로 활용도가 크다. 지난 시즌에는 마무리와 셋업맨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단, 넥센에서 뛴 시즌 초가 LG에서 뛴 나머지 시즌보다 훨씬 좋았다. “LG에선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부담 때문에 너무 강하게만 던지려고 했다”는 지적이다. 그에게 한화의 낙천적인 분위기는 반가울 것이다. 박찬호와 김태균이 가세하며 팀이 4강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게 변수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11억 (1년) 이승엽 오릭스 → 삼성
11억 (1년) 내년이면 서른일곱 살이지만, 이승엽은 아직 홈런 30개 이상이 기대되는 슬러거다. 한국 투수들은 일본 투수들보다 빠른 공 구사율이 20퍼센트가량 높다. 반대로 포크볼, 싱킹 패스트볼 등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는 30퍼센트가량 적다. 이승엽은 빠른 공에 강하다. 일본에서도 빠른 공을 받아쳐 홈런을 때리는 확률이 변화구보다 40퍼센트나 높았다. 물론 예전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승엽이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도 대구구장엔 야구 팬이 몰릴 것이다.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 뻔한 스토리도 뛰어난 연출자가 만들면 볼 만하다. 이승엽의 복귀 과정이 그렇다. 초라하고 처량해 보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과 이승엽은 이 과정을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일본 진출 전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연봉은 ‘역대 최고액’이라는 상징성(김태균이 곧 깼지만)이 상쇄했다. 아마도 56홈런 시즌이 재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되찾았고 이승엽은 경력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야구장으로 돌아올 대구 팬들이 있다. -배지헌(야구 칼럼니스트)

    에디터
    유지성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