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의 책

책은 진심처럼, 알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남자는 책을 읽는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 책 기부 캠페인 ‘With Book – 사랑의 도서’는 교보문고, 문학동네, 지큐 코리아가 함께하는, 책거리 같은 잔치다. 이 잔치를 통해 5천만원 상당의 도서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의상 협찬/ 조규찬이 입은 수트는 디올 옴므, 셔츠와 보타이는 YSL, 왼쪽 모델이 입은 수트는 디올 옴므, 모자는 로리엣.
의상 협찬/ 조규찬이 입은 수트는 디올 옴므, 셔츠와 보타이는 YSL, 왼쪽 모델이 입은 수트는 디올 옴므, 모자는 로리엣.

 

의상 협찬/ 수트와 셔츠는 로리엣, 타이는 사진가의 것.
의상 협찬/ 수트와 셔츠는 로리엣, 타이는 사진가의 것.

 

조규찬

<달에서 온 편지>는 주로 수필로 분류되었지만, 묘사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자전소설처럼 보였다.
정체를 모르겠다. 글이라고 썼는데, 어떤 분들은 수필 같다고 하시고 어떤 분들은 소설 같다고 하셨다. 한 권 더 낼 계획인데, 그때는 한쪽으로 좀 더 쏠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사 쓸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
수필은 내 생각이 관념적일지라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묘사가 많다. 가사는 숨기는 미덕이 있다. 어쨌든 글은 스스로 울어도 안 되고 너무 웃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과 함께 낭독 CD도 넣었다. 콘서트 때 관객들에게 읽어주기도 했고. 당신의 말은 문어적이다. 말은 글 같고, 글은 말하는 것 같달까?
내가 생각하는 수많은 것이 점점 침전되어 생긴 결과물이 결국 책에서 문장화된다. 공연에서 그렇게 압축되고 잘 정리된 내용을 내 목소리로 다시 들려드리고 싶었다. 평소에 글을 써 버릇 하다 보니까 어휘 선택 같은 게 문어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책에선 자유로운 일곱 살 소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와 지금의 독서는 어떻게 다른가?
그땐 눈뜨면 그냥 그 햇살이 좋았다. 아침 먹을 땐 밥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밥 먹으면 살찔까 걱정하고, 참치 반찬이 나오면 이게 진짜 참치일까 의심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일인데, 기억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꾸준히 뭔가를 기록해온 사람처럼.
일기 정도 썼다. 오히려 그런 기억들은 가슴속에 새겨지면서 남았다. 다섯 살 때 우리 집 정원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비 내리던 날 빗방울의 파문을 계속 관찰했던 기억이 난다. 나뭇잎을 물고기라고 설정해놓고 한동안 바라봤다. 그 나뭇잎이 헤엄쳤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그 간절함이 언어론 표현이 안 됐다. 그런 게 내 음악, 소리에 대한 상상력을 끊임없이 샘솟게 했다.

언어나 글로는 어떤 한계를 느꼈던 건가?
지금도 느낀다. 말에 사족이 생기는 이유는 내 언어가 정확하게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는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나?
음악은 범우주적인 언어니까.

책을 읽을 때도 똑같은 한계를 느꼈나?
책을 읽을 땐 생각을 비워내고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과정에 비중을 둔다. 카뮈는 문학에 망각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몇 권의 책을 읽었고, 누구의 책을 읽었는지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드러내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한 권을 읽어도 그 책을 얼마나 파고들어서 공감하고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책을 좋아하나?
소설. 읽는 동안 내 안에선 이미 내가 다시 한 번 가공한 시간과 공간이 상상 속에서 펼쳐진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죽을 때까지 가보기도 힘든 장소에 던져지는 느낌.

데뷔곡 ‘무지개’의 가사가 떠오른다. 들을 때면 대번 ‘소나기에 흠뻑 맞은 아이들’이나 ‘동산을 맴도는 창백한 아침햇살’ 같은 걸 상상하게 된다.
그 곡엔 황순원님의 <소나기>가 녹아 있다.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이미 내 안에 <소나기>의 감성이 들어와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인터뷰에서 “음악은 10년 후에 평가받는 게 맞다. 좀 과하게 말하면 내 1집이 지금 평가받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문학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일 텐데, 고전을 고전답게 만드는 요소는 뭘까?
시류를 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생각한다. 당대의 유행과는 어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지는 결과물이 많다.

오늘 당장 읽고 싶은 책이 있나?
하루키의 <밤의 원숭이>. 그 책을 읽으면 쉴 수 있다. 기발한 상상력도 좋고, 생각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거기엔 어떤 음악이 어울리나?
드뷔시의 음악이 잘 어울릴 것 같다. 클래식으로 분류되지만, ‘프로그레시브’한 느낌도 있고 몽환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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