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병기 동국

최강병기 동국

2015-09-28T17:21:18+00:00 |ENTERTAINMENT|

최강희 감독은 국가대표에서도 이동국을 구원 할 것인가? 아니, 이 둘은 한국 축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쿠웨이트 전은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한 판임에 틀림없다. 이 경기에서 지게 되면 월드컵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최강희호의 성공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다. 물론 우리의 전력은 쿠웨이트보다 우위에 있다. 게다가 우리의 홈경기이고 쿠웨이트와는 달리 우리는 무승부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무승부면 괜찮다”는 경기치고 쉬운 경기는 없다. 쿠웨이트의 선수들은 분명 우리를 괴롭힐 능력을 지니고 있다.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동국의 발탁 및 기용 문제는 중요하다.이는 최강희 감독의 선임 그 순간부터 예견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문제에 관한 다섯가지 단상을 정리해본다.

첫째, 이동국의 무조건적 중용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 “최강희가 사령탑에 앉았으니 당연히 이동국이 중용될 것이다”라고 한다면 가장 기분 나빠할 사람은 이동국 본인이다. 이동국은 이른바 ‘봉동이장 빽’으로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최강희 감독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발탁, 무조건적인 중용은 없을 것이다. K리그 챔피언 감독의 합리성과 융통성을 경시해선 안 된다. 최 감독도 이동국의 2월 몸 상태를 봐가면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둘째, 이동국의 발탁 자체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가 K리그에서 꾸준히 잘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주영의 2월 말 컨디션을 지금으로선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맨체스터 시티 전의 영웅’ 지동원도 많은 기회를 얻고 있지는 못한 실정. 이러한 상황에서 K리그 정상급 공격수가 엔트리에 들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K리그도 현재로선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발탁되더라도 이동국의 경기력 또한 우즈벡과의 평가전에서 면밀한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는 있다. 셋째, 대표팀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동국은 조광래호에 합류했을 때보다는 한결 나은 심리 상태와 안정감을 지닐 공산이 크다. 조광래호에서 이동국은 플레이에서 긴장감이 배어나왔다. 지휘자가 최강희라면 이동국은 전북에서처럼 보다 편안한 상태로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넷째, 이동국이 기용된다면 관심거리는 역시 ‘이동국의 강점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수 있는가’일 것이고, 최강희 감독이야말로 ‘이동국 활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이동국은 다소간 미묘한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전형적인 최전방 골잡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활동 폭은 넓은 편이다. 공격형 미드필드 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는 것도 즐긴다. 하지만 전형적인 처진 스트라이커 유형도 아니다. 팀의 공격 작업을 연계시킬 줄 알지만(지난 시즌 어시스트 수가 증거다), 절묘한 창의성과 같은 덕목은 지니지 못했다. 그런데 이동국의 이러한 스타일을 꿰뚫어 본 이가 바로 최 감독이다. 에닝요, 루이스로 하여금 이동국의 위치에 따라 적절한 플레이를 선택하게끔 한 것이 열쇠였다. 그들은 이동국이 미드필드로 내려올 경우 이동국이 비워둔 공간을 직접 파고들거나, 이동국과 근접한 위치까지 볼을 운반한 후 이동국과의 원투 패스로 수비를 무너뜨리거나, 이동국이 골 넣기 좋은 위치에 있을 때는 지체없이 크로스나 패스를 투입한다. 이동국을 기용한다면 최감독은 이러한 움직임과 호흡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리라 본다. 물론 전북과는 달리 대표 팀에는 에닝요와 루이스가 없다. 그러나 김보경, 김정우 등 우리가 가동할 수 있는 자원들의 전술 소화 능력이 경시될 만한 것은 아니다. 다섯째, 이동국의 활용 방안 한 가지 더. 이동국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편은‘ 투톱’이다. 팀의 메인 포메이션은 아니었지만 전북은 이동국과 정성훈의 투톱을 활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표 팀에서도 김신욱과 같은 자원에게 정성훈의 역할을 맡기면서 좀 더 ‘다이렉트 풋볼’ 형태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최강희 감독은 상황에 따라 가장 합당한 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아무것도 미리 정해진 것은 없다. 이동국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지금의 대표팀은 공격라인 뿐 아니라 측면 수비, 미드필드 구성 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최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한준희(KBS 축구 해설위원)

감독 교체 효과란 말이 있다. 선수들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하는 탓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기대되는 감독 교체 효과다. 최강희 감독은 큰 변화를 예고했다. K리그에서 뛰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아시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공격 숫자를 확대하는 투톱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계획 등의 대표팀 쇄신 작업에 돌입 했다. 전북에서 시도해서 성공한 ‘닥공(닥치고 공격)’을 대표팀에서도 활용하겠다는 게 최강희 감독의 전술 밑그림이다. 최강희 감독의 새 판짜기가 ‘닥공’과 맞물리면서 포워드라인 변화에 시선이 쏠린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역시 이동국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이동국이 누구보다 최강희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반대로 최강희 감독도 이동국을 잘 이해하고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혹평을 듣던 이동국을 2009년 영입해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변모시켰다. 이동국은 지난 3시즌 동안 매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쏘아 올렸고 지난해엔 생에 처음으로 도움왕에 오르며, K리그 역사상 최초의 개인 타이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 시즌 MVP인 이동국이 도움상을 획득한 건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그간 이동국에게 따라다닌 꼬리표가 ‘주워 넣기’라는 비난이었는데 이동국은 지난해 골을 만들어 넣고 만들어주는 탁월한 공격 전방위 전개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15개의 어시스트는 K리그 역대 한 시즌 개인 최다도움 개수다. 에닝요, 루이스 등 빼어난 동료 공격수들의 존재가 보태진 기록이지만 현재 이동국이 K리그 최고의 토종 스트라이커란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동국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조광래 감독 체제에선 중용되지 못했다. 우선 박주영, 지동원, 손흥민 등 유럽파에 밀렸다. 서로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는 스위칭 전술을 공격의 기본 그림으로 삼았던 조광래 감독의 전술 운용이 이동국과 맞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의 부임으로 대표팀과 이동국의 전술적 괴리는 한순간 해소됐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 시절 4-2-3-1 포메이션에 바탕을 둔 원톱 시스템을 선호했다. 상대가 약체일 경우 투톱을 세우기도 했지만 기본 뼈대는 원톱의 4-2-3-1이었다. 원톱일 때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나서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현재 대표팀 자원 중 타깃형 스트라이커에 가장 가까운 공격수가 이동국이다. 투톱을 세우더라도 ‘빅 앤드 스몰’ 형태의 포워드라인을 꾸리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이동국이 중용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최근 축구의 원톱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밀집 수비에 고립되기 십상이다. 전북에서 뛰면서는 측면으로 넓게 벌리는 등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이동국이지만, 프로가 아닌 국가대표팀 레벨에서 싸워야 하는 만큼 보다 넓고 크게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만 서른 두살인 이동국이 2014년 본선 때까지 체력적으로 준비된 모습을 보일지도 지켜볼 일이다. 관건은 주전 경쟁인데 이동국과 경쟁을 벌어야 하는 선수들이 근래 부진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대표팀이 3차 예선 5경기에서 터뜨린 12골 중 절반인 6골을 책임진 박주영의 침체는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나이 어린 지동원과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확실한 주전이라기보단 잠재력을 키워가는 잠룡들로 당장 대표팀의 1진을 책임지긴 버겁다. 이동국에게 기회가 주어질 상황의 전개인 동시에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사실 이동국은 대표팀과 월드컵 무대에서만큼은 시련의 아이콘이다. 10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말고는 고배의 연속이었다. 2002년 땐 히딩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2006년 때는 부상으로 쓰러졌다. 2010년 때 나서지만 백업으로 뛰며 아쉬움만 남겼다. 자신의 제2의 전성기를 가능케 해준 최강희 감독과 대표팀에서 조우 할 이동국이 3년 뒤 브라질에서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월드컵의 응어리를 토해낼 수 있을까. 대표팀을 바라봐야 하는 분명한 또 하나의 이유다.
박문성(SBS 축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