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김진서 1

뛰어야 김진서 1

2015-09-29T11:52:31+00:00 |ENTERTAINMENT|

김진서는 2012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남자 싱글 시니어 부문에서 우승한 열여섯 살의 피겨 스케이터다. 피겨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고, 이제는 목숨을 걸고 뛴다고 말한다.

의상협찬/ 티셔츠는 발망, 검은색 재킷은 톰 레이블 BY 톰그레이하운드.

의상협찬/ 티셔츠는 발망, 검은색 재킷은 톰 레이블 BY 톰그레이하운드.

꿈이 뭐예요?
당연히 피겨 스케이터죠. 원래는 남자도 하는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남자 선수의 동영상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따라하다 보니까, 이제는 음악 틀어놓으면 저도 모르게 신나서 춤추고, 빙상장에서도 노래만 나오면 저 혼자 리듬을 타요.

시작이 언제였는데요?
2년 전에 취미로 좀 하다가 그만두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코치님이 보고 점프가 높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점프를 좀 배웠는데, 더블 악셀 뛰고 트리플 뛰다가 아, 이걸로 갈 수밖에 없구나, 목숨을 걸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몸이 약해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이란 운동은 다 했다면서요?
다른 운동할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달리기 대회나 묘기 줄넘기 대회에서 상을 타 기분 좋고 그런 건 있었어요. 근데 피겨는 색다르게, 어떻게 보면 똑같이 뛰고 달리는 건데 뛰고 달리기만 해서는 소통이 안 되잖아요.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야죠.

맙소사, 소통이라고요?
기술이 좋다고 사람들이 감동받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나만 슬픈 연기를 하면 안 되잖아요. 이번에 우승하고 아빠가 처음으로 네 표현력 괜찮다고 칭찬해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표정이랑, 몸과 팔 쓰는 거랑 좀 더 노력해서, 다음엔 가족 말고 관중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싶어요.

김연아 선수처럼요?
제 우상이에요. 연아 누나가 스케이트 타는 거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소름이 끼쳐요. 처음 피겨 했을 땐 엄마한테 막 화냈어요, 여자들 하는 거 시킨다고. 근데 피겨를 좀 하고 나서 연아 누나가 하는 걸 보니까 완전히 다른 거예요. 그전에도 멋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때 보고는 말을 못했어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거 있잖아요.

김진서 선수는 부드러운 쪽에 가깝나요, 강한 쪽에 가깝나요?
저는 부드러운 음악보다 빠르고 리듬감 있는 음악을 좋아해요. 빠른 템포에서도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고요. 근데 빠른 템포에 맞춰서 연기하다가 심판 선생님 쳐다보면 막 웃으세요.

1등을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던가요?
일단 기분이 너무 좋아요. 주위의 함성 소리 같은 것도 안 들리고, 막 여태껏 했던 게 머릿속에 지나가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 막 지나가면 어떡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치고 고생한 것들요. 딱 끝나고 나서는 내가 잘했나 싶었는데, 점수 보고 예전보다 실수를 덜했구나 생각했죠.

당분간은 빠른 음악으로 승부할 건가요?
아니요. 이번에는 좀 감동적인 걸로 가고 싶어요. 너무 빠른 것만 보여주면 저한테선 강렬한 인상밖에 안 남을 것 같아서.

표현력 향상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나요?
연기력 기르려고 표정 연습을 많이 해요. 표정이 딱딱 끊어지는 것보단 부드러워야 하잖아요. 또 슬픈 동영상도 보고요.

하하. 슬픈 동영상이 뭔가요?
<퍼펙트 게임>이란 영화를 봤는데, 라이벌끼리 경쟁하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런 운동선수들 보니까 소름이 끼치는 거예요. 너무 감동 먹어서 두 번 정도 울었어요. 내가 감동적인 연기를 할 때 저런 게 많이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김연아 선수 책을 여덟 번 읽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뭐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나요?
제가 가장 많이 본 건 사춘기를 극복한 내용이이에요. 누나도 계속 아프잖아요. 저도 같은 선수 입장에서 허리, 무릎, 발목 안 아픈 데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 참았나 하면서 봤어요.

생각나는 에피소드 있어요?
평소 엄마한테 듣던 말인데도, 가끔 짜증날 때가 있잖아요. 저처럼 누나도 그랬더라고요. 엄청나게 짜증나지 않는 이상 “어, 알았어” 하고 말하는 게 연아 누나 책 보고나서부터예요. 사춘기나 아픔을 참는 거나, 티를 많이 안 냈어요.

김진서 선수는 많이 아팠잖아요. 자기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누군가가 힘들어질 때, 누구나 그렇게 미안하고 몸 둘 바를 몰라요.
조금만 조심하면 안 다쳤을 텐데 너무 욕심을 부렸어요. 바닥도 미끄러운데, 달리기 시간에 조심 안 하다가 미끄러져서 벽에 귀를 부딪쳤거든요. 코를 푸는데 귀에서 계속 바람이 나와서, 처음엔 그게 제 개인기인 줄 알았어요. 근데 병원 갔더니 고막이 찢어져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된다 그래서, 제가 수술 예약 잡고 그랬어요.

혼자서? 엄마 몰래?
옛날에도 많이 아팠으니까, 병원에서 어떻게 하는 건지 다 알아요. 아프면 혼자 병원 가고, 감기 걸려도 제가 수건 빨아서 이마에 얹어놓고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