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뛰어야 김진서 2

2012.02.16정우영

김진서는 2012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남자 싱글 시니어 부문에서 우승한 열여섯 살의 피겨 스케이터다. 피겨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고, 이제는 목숨을 걸고 뛴다고 말한다.

김진서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울먹였다.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라 미안함이라고 표현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까지 담은 판단 같았다. 김진서가 열여섯 살이 맞나?

김진서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울먹였다.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라 미안함이라고 표현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까지 담은 판단 같았다. 김진서가 열여섯 살이 맞나?

다 컸네요. 김진서 선수는 사춘기가 지났다고 생각해요?
일단 엄마한테 짜증내는 건 지났다고 생각해요.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먹고 싶은데 못 먹는 거 있잖아요. 형은 운동 안 하니까 막 먹는데, 난 안 되고. 그게 맞는 건데도 너무 화가 나요.

먹는 거 참으면서 사춘기를 극복했구나.
그런가요. 그럴 때 화나는 거 빼곤 다 받아들여요.

이제 또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건 상당히 제한될 거예요. 각오가 되어 있나요?
일단 제 꿈이 먼저잖아요. 애들이 놀자고 전화해서는 네가 그걸 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면 전화를 확 끊어버렸어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애들이랑 같이 밥 먹으면서 잘 말했어요. 이제 너네 많이 못 만나니까, 나중에 보자고 그랬어요.

친구들을 보지 못해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피겨가 재미있나요?
힘들 때도 있는데, 그때 좀 더 열심히 할걸,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싫어요. 다음에는 그런 생각하지 않게 좀 더 열심히 하자 이렇게 하니까, 빙상장 들어가면 몸이 가뿐하고 상쾌해요.

또래에 비해 급격하게 실력이 늘었잖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김진서 선수는 천재인 것 같나요?
천재라기보단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어요. 피겨에 필요한 근력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피겨 기술이야 선생님들 보고 따라한 거죠. 점프하니까 어느 정도 느낌이 오는 거예요. 예전에는 그 감이 안 오면 ‘(점프를) 안 감고’ 감이 와야 감았는데, 지금은 감이 안 와도 아예 안 감는 건 아니다 싶어서, 감 안 와도 감아요.

말하자면 적극적인 자세가 된 거네요. 빙상장에 들어가면 자신감이 있겠어요.
아무래도 형들은 저보다 대회에 많이 나갔으니까, 떠는 건 제가 더 떨 거예요. 하지만 겉으로 표현은 안 해요. 선생님이 긴장하지 말라 그러면, 긴장 안 한다고, 즐겁게 놀다 올 거라고, 그냥 웃으면서 탈 거라고 해요.

긴장하고 있다는 걸 왜 숨기는데요?
제가 표현하면, 사람들이 어, 쟤 긴장했네, 실수하겠네, 이렇게 생각할 거 아니에요. 저도 다른 사람 긴장한 거 보면, 나는 편하게 해야지,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똑같은 표정으로 하려고 해요. 나올 때는 긴장이 풀어져서 웃을 때도 있는데, 대회 시작해서 몸 풀고 들어갈 때까지는 똑같은 표정이에요.

철저히 승부를 위해 행동하네요.
승부가 대회에 나간 목적이니까요.

다들 생각은 그렇게 해요. 김진서 선수처럼 본능적이지 않을 뿐이지.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긴장을 누르는 탓도 있어요. 발라드를 들으면 몸이 편해져요. 음악 들으면서 혼자 있으면, 그건 거의 제 세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긴장이 풀어져요.

좋아하는 노래 중에 거기 맞춰서 연기해보고 싶은 노래가 있나요?
일단은 감동적인 거요.

감동적인 노래 뭐요?
들으면, 아 슬프다, 하는 느낌이 드는 음악?

잘 모르겠는데, 노래가 아닌 생활에서 슬픈 건 어떤 땐가요?
먹고 싶은 거 못 먹을 때요. 진짜 조금만 먹고 싶은데.

그럴 땐 발라드를 듣나요?
엄마가 힘들어할 때도 슬프고, 친구들 못 만나도 슬퍼요.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슬프진 않나요?
원래는 추위를 많이 타는데, 빙상장 안에서는 추위를 안 타요. 다들 옷 껴입을 때도 전 반팔 입어요. 오늘 무조건 여기서 뛰고 간다고 생각해요. 실수해서 못 뛰면, 다음에는 온힘을 다해서 뛰어야지 생각해요. 점프에 대해선 슬프지 않아요. 그냥 어떻게든 뛰어야지.

겨울을 좋아해요?
겨울 되게 좋아해요. 눈을 좋아하고요.

자기에게 꼭 맞는 종목을 찾았구나.
막 안 되던 점프가 되면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타는 내내 웃음밖에 안 나와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뛰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트리플 악셀은 확실히 감 잡았어요?
체크가 좀 불안하지만 겁내지 않고 감고 있어요. 감아봐야 알 수 있잖아요. 체크하는지 안 하는지.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박세준
    스탭
    어시스턴트 / 정혜원,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헤어/ 김홍민, 메이크업 / 이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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