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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기류

2012.03.08GQ

이달, 가장 유쾌하게 진보한 단 한 대의 차. 3월엔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안정’에 방점을 찍은 회사라면 투아렉과 티구안에 이은 새 모델이 시로코는 아니었을 것이다. 폭스바겐 골프는 안정적인 베스트셀러다. 제타의 성장세도 고른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로코가 골프나 제타처럼 많이 팔릴 차는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취향을 공고히 다지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로코는 폭스바겐 코리아의 진취적 성격이 드러난 차,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일 것이다. 시로코를 지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시로코가 무턱대고 모험을 거는 차도 아니다. 소형차 폴로나 경차 업!이었다면, 한국에선 아직 모험일 수 있지만…. 장르로 구분하면 시로코는 본격적인 스포츠 쿠페, 화끈하게 달릴 줄 아는 핫해치다. 차체는 골프보다 4센티미터 넓고 10센티미터 가까이 낮다. 낮고 넓다는 건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돌아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 TDI 엔진과 6단 DSG 변속기의 조합은 골프 GTD에서 이미 검증됐다. 시로코에도 같은 엔진이 들어 있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수치도 같다. 시속 220킬로미터의 최고속력, 8.1초의 제로백도 같다. 엔진과 기어의 성능이 검증된 차를 수입하는 건 일단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엔진이나 기어와는 별개로, 시로코가 달리는 감각은 지금까지 폭스바겐이 출시한 여느 차와도 다르다.

시로코를 몰고 나간 건 새벽 2시였다.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앞바퀴가 약간 헛돌면서, 차체가 좌우로 미약하게 흔들리다 곧 바로잡혔다. 쌓인 눈이 채 녹지 않은 새벽이었고, 도로는 반질거렸다. 트랙이라면 모를까, 좌우로 꺾어 돌리기에는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겨 달릴 때도 시로코는 낮게 깔렸다. 보통 ‘후후훅’ 하는 바람소리도 ‘스슥 스스슥’ 하는 정도다. 피리로 뱀을 부리듯 운전할 수 있는 차라면 과장일까? 핸들은 아랫부분을 수평으로 자른 모양이다. 아래가 편평하고 나머지가 둥글어서 ‘D컷’이라고 부른다. 편평한 아랫부분은 90도, 혹은 그 이상으로 꺾여 들어가는 코너를 만났을 때 회전반경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정서적으로나 기술적으로도 손에 꼭 붙는다. 스포츠 버킷 시트는 옆구리 좌우를 꼭 붙들어준다. 마음껏 타도, 어떤 상황이라도 시로코는 준비가 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폭스바겐은 화끈하게 달릴 줄 알아도 과시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의뭉스럽거나 때론 모범에 대한 강박까지 있는 것 같았다. 시로코는 다르다. 효율적이고 빠르면서 운전 재미를 보장한다. 그런 성격이 외모에도 그대로 묻어 있다. 굳이 감출 필요도 없다는 자신감. 폭스바겐 코리아의 2012년 첫 번째 일탈이다.

엔진 2.0 커먼레일 디젤 직분사(TDI)
배기량 1,968cc
변속기 자동 6단
구동방식 전륜구동 (FF)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
최고속도 시속 220킬로미터
공인연비 리터당 15.4 킬로미터
가격 4천2백20만원

시로코에 적용된 D컷 핸들은 급격한 커브도 신속하게 돌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놓을 자리가 보란 듯이 파여 있고, 회전반경도 좁아서 손에 꼭 맞는다. 정평이 난 폭스바겐의 2.0리터 TDI 엔진은 6단 DSG 기어와 맞물려 날렵한 차체 안에서 그 화끈한 성격을 더 공고히 다졌다. 인테리어는 담백하고 오밀조밀한데, 비엔나 가죽으로 만든 스포츠 버킷 시트가 엉덩이와 상체를 꼭 붙들어준다.

Option│그래도 다른 차를 타고 싶다면?

1. 미니쿠페
엔진 직렬 4기통 가솔린
배기량 1,596cc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4.5kg.m
공인연비 리터당 14.5킬로미터
가격 3천9백10만원

2. 볼보 C30 디젤
엔진 직렬 5기통 디젤 터보
배기량 1,984cc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
공인연비 리터당 16.3킬로미터
가격 3천8백37만원

3. 현대 제네시스 쿠페
엔진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8.2kg.m
공인연비 리터당 10.9킬로미터(자동)
가격 2천6백20만~3천2백5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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