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남들의 냉장고엔?

혼자 사는 남자들의 냉장고를 불쑥 열었다.

장우철 <GQ> 피처 디렉터
시장엔 생각난 듯 가는데, <한국인의 밥상>을 보고 달려나가는 때가 많다. 가까운 광장시장에 주로 가고, 택시 타고 경동시장까지 가기도 한다. 요리는 거의 한식만 한다. 특히 국과 찌개에 관심이 많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맛과 비스무리하게라도 해보고 싶다. 스테이크나 파스타 같은 것엔 관심이 없는데, 참맛을 잘 몰라서그런 것 같다. 냉장고에 늘 있는 건 김장김치, 된장, 고추장, 들기름, 조선간장이다. 모두 논산에서 어머니가 농사짓고, 담고, 짜고, 숙성시켜 바리바리 싸 보낸 것들이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중요한 건, ‘레이 아웃’이다. 빈 공간이 제법 있어야 한다. 늘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그때그때 쓸 음식 재료만 ‘보기 좋게’ 놓아두려 애쓴다. 보관용기로는 타파웨어만 좋아한다. 특히 90년대 초반에 나온 타파웨어를 편애한다. 이따금 친구 어머니께서 ‘락앤락’ 같은 것에 김치를 담아주시면 황급히 통을 바꿔 담는다. 친구의 어머니는 깨끗이 씻은 통을빛의 속도로 돌려드리는 아들의 친구를 (다소 기이하고) 기특하게 여기신다. 냉장고 맨 아래칸에는 두 가지 색 이상의 과일을 넣는데, ‘부잣집 냉장고’에 대한 환상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과일은 꼭 ‘탑프루트’를 고집한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배는 남양주 이택현 농부가, 사과는 괴산 장병준 농부가 수확한 것이다. 과일은 가능하면 직접 농부에게 사러 간다. 여행도 겸해서 그리로 간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땐 ‘황교익의 명품식탁’을 찾는다. 두 번 이상 주문한 것은 ‘양구 펀치볼 시래기’와 ‘속초 까도남 젓갈’과 ‘장흥 무산김’이다. 냉동실엔 메로나와 돼지바와 비비빅과 쿠앤크를 상비하고, 얼음은 ‘풀무원 돌얼음’을 사서 쓴다. 그걸 넣으면 술이든 물이든 훨씬 나태하게 흔들거린다. 그리고 얼마나 비싼지 말도 못하는 여수 죽방멸치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를 과시한다. 아, 설에 만든 만두도 있군.

장우철의 움파 떡만둣국

01 무, 마늘, 기름 많은 양지머리, 움파, 조선간장, 돼지고기를 넣지 않은 만두를 준비한다. 육수가 ‘고기’라 만두소는 담백한 게 좋다. 02 끓는 물에 나박 썬 무와 저민 마늘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다가 양지머리와 조선간장을 넣어 깊숙하게 우려낸다. 03 한 번 더 끓어오르면 떡과 만두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04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자른 움파에 밀가루를 얇게 묻힌 뒤, 다시 달걀옷을 입혀 끓는 국 위에 슬며시 얹는다. 05 푸실푸실 달걀옷이 익으면 사발에 푸고, 봄동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움파의 아삭한 식감이 그야말로 ‘봄’이다.

 

나동주 영화 편집 기사, <싱글을 위한 생존요리> 저자
요리는 일주일에 최소 일곱 번은 하는 것 같다. 하루 평균 한 가지 이상의 요리는 만들어 먹는 셈이다. 제일 간편하게 만드는 건 김치찌개, 제일 손이 많이 가서 맘먹고 만드는 건 육개장. 마트에 갈 때는 수입 소스와 라면이 떨어졌을 때다. 두부나 채소류를 살 때는 집 앞 작은 슈퍼마켓을 찾는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땐 주식회사 홍진경 제품을 주문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홍진경 된장을 사봤다. 의외로 괜찮다. 채소를 살 때는 청계산 밑에 좌판을 편 할머니를 찾을 때도 있다. 할머니들이 직접 캔 더덕을 사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채소를 키우고 요리할 때마다 뽑아 먹고 싶다. 냉장고에 늘 있는 건 무, 청양고추 같은 유통기한이 긴 채소류다. 공간이 남으면 쌀도 보관한다. 베란다에 내놨다가 쌀벌레에 소스라친 기억이 있다. 냉장고 속에 없어서 안 되는 건 탄산수. 탄산음료를 좋아했는데 최근엔 몸을 생각해 끊었다. 그래서 페리에를 박스째 주문해서 마시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술 마신 다음 날 해장할 때도 마신다. 냉동실에는 만두와 모둠 해물, 칵테일 새우 정도는 늘 채워놓는다. 간단히 볶음밥을 만들 때 아주 요긴하다. 냉장고를 관리하는 비법은 딴 게 없다. 상할 것 같은 음식들은 적당한 시점에 무조건 냉동실로 올려 보내는 것뿐. 냉장고 한구석에는 마스크 팩도 들어 있다. 시원할 때 붙여야 제 격이다. 집에서 요리하는 일은 상상하는 것만큼 우아하진 않지만 그 무엇보다 즐거운 일. 혼자 영화 보면서 밥 먹을 때가 제일 신난다. 물론 밥 먹는 소리와 자세는 별로지만 뭐, 누가 알기나 할까?

나동주의 마늘 레몬 등심구이

01 쇠고기 등심 200그램짜리 한 장을 준비하고 소금, 후추, 스테이크 시즈닝을 봄비처럼 흩뿌린 뒤 잠깐 둔다. 02 프라이팬에 마늘을 넣고 올리브 오일을 충분히 두른다. 20분 익힌다. 03 다른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등심을 굽는다. 구우면서 레몬즙을 흥건하게 뿌린다. 고기가 부드럽고 향기로워진다. 04 익었으면 접시에 옮기고 파르메산 치즈를 강판에 갈아 뿌린다. 05 마지막으로 노릇하게 익힌 마늘을 등심구이 옆에 올린다. 등심 한 장으로 배가 안 차면 마늘을 익혔던 올리브 오일에 파스타를 넣고 간단하게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먹는다.

 

이덕현 광고 기획자
싱글남의 냉장고는 남자의 겉모습과 비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열어보고 바득바득 정리한다. 촬영을 위해 일부러 채운 건 없다. 보이는 대로 해놓고 산다. 정말이다. 냉장고 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재료는 닭가슴살. 1년 전부터 꾸준히 몸을 만들고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은 꼭 병행 해야하기 때문에 냉장고엔 늘 닭가슴살이 50팩 정도 들어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땐 역시 닭가슴살을 주문한다. 아무 조리로 안 된 생닭가슴살 제품이 많은데, 이걸 일주일 정도 먹으면 정말 꼴도 보기 싫어진다. 진짜 토할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런데 ‘허경환의 허닭’은 양념을 한 뒤 진공포장을 한, 닭가슴살계의 히트 상품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내게서 닭 비린내 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겨울과 봄은 몸을 키우는 기간이라 닭가슴살을 활용해 양배추쌈이나 덮밥 같은 다양한 응용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여름엔 정말 닭가슴살만 ‘땡 쳐서’ 먹는다.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는 뜻이다. 마트에 가면 과일주스와 음료수를 가득 싣는다. 밖에서 비싼 돈 주고 카페 생과일 주스를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의외로 냉장고 속에 없는 건 맥주다. 술은 좋아하지만 맥주는 배가 불러 싫다. 차라리 위스키를 마신다. 냉장고 속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건 밑반찬. 닭가슴살을 쌈 싸 먹을 채소는 있어도 밑반찬은 없다. 가끔씩 냉장고를 열고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집 냉장고는 식재료를 보관하는 전자제품이 아니라, 공산품을 쌓아두는 서랍 같다고. 혼자 살다 보니, 요리가 대청소보다 더 귀찮을 때가 많다.

이덕현의 닭가슴살 볶음밥

01 허닭의 칠리맛 닭가슴살을 작은 네모 모양으로 썬다. 양파는 잘게 다진다. 이걸 다 라면 냄비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02 자글자글 끓기 시작하면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고 푼다. 03 10분 정도 지나 국물이 졸아들기 시작하면 통후추를 착착 뿌린다. 04 전자레인지에 돌린 즉석밥 위에 완성된 졸인 닭가슴살을 올리고, 달걀프라이를 곁들인다. 05 생과일주스나 깎은 과일을 디저트로 함께 준비한다. 심심한 듯한 맛이지만 몸엔 좋다.

 

조원석 제품 디자이너
냉장고가 있는 곳은 옷 방 구석이다. 문래동 공장 지역에 작업 스튜디오를 만들어 살고 있어서 그렇다. 겉만 봐서는 이 동네에 이렇게 말끔한 작업실 겸 집이 있다는 걸 절대 알 수 없다. 일주일에 요리는 서너 번 정도 해 먹는 것 같다. 싱크대는 없지만 조리대와 냉장고는 잘 정리해두고 사니까 불편하진 않다. 봄이 오면 싱크대를 직접 디자인해서 짜 넣을 생각이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건 취사병 시절부터다. 그전까지만 해도 요리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최전방 GP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하면서 요리의 오묘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파 어슷썰기하는 내 모습을 보고 “역시 취사병”이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자주 만들어 먹는 요리는 미역국, 김치찌개, 떡볶이다. 취사병 시절 많이 만든 오징어채볶음, 나물무침 반찬도 자주 한다. 다만 혼자 먹기 때문에 그때에 비해 양은 정말 조금씩만 만든다. 여자친구가 제일 좋아한 나의 요리는 돈가스다. 역시 돈가스는 신나는 마음과 특별한 기분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인 것 같다. 그래서 마트에 가면 늘 두툼한 돈가스용 돼지고기 등심을 사서 냉동실에 쟁여둔다. 냉장고 속 조명은 직접 디자인했다. ‘엑스레이 라이트’라고 이름 붙인 작품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냉장고 조명 앞에 붙였다. 빛을 내는 모든 건 조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냉장고 속 식품과도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장 볼 때는 주로 코스트코를 찾는다. 갈 때마다 묶음으로 싸게 판매하는 제품에 손이 간다. 그래서 냉장고 속이 대형 하인즈 3종 세트, 플레인 요구르트, 오렌즈주스로 그득하다.

조원석의 청양고추 떡볶이

01 깊고 넓은 프라이팬에 물을 찰랑찰랑하게 붓고 고추장을 두 숟가락 정도 푼다. 뜨거운 기운이 올라올 때쯤 떡볶이 떡과 어묵을 넣는다. 02 파, 양파, 양배추를 먹기 좋게 썬 다음 프라이팬이 가득 찰 정도로 넣는다. 이때 다진 마늘도 넣는다. 03 채소의 숨이 좀 죽으면 물엿 한 숟가락과 멸치 우린 물을 넣는다. 멸치 우린 물이 없을 땐 ‘다시다’를 아주 조금 넣는다. 04 화끈한 맛을 위해 청양고추 하나를 어슷하게 썰어 넣는다. 05 라면 반 개를 넣고 살짝 덜 익었을 때 불을 끈 뒤 프라이팬째 놓고 먹는다.

 

이용재 건축 및 음식 칼럼니스트
장을 볼 때는 재래시장에 간다. 직업적인 이유가 반, 더 좋은 재료를 사고 싶은 의지가 반이다. 주로 경동시장에 부지런히 가고, 유제품이나 달걀, 고기 등은 마트에서 산다. < GQ >를 보고 농부 홍순영의 인터넷 사이트를 알게 됐다. 홍순영의 햅쌀을 주문해 냉장고에 두고 먹는다. 밥 냄새가 정말 달다. 그 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산지 제품 직접 구매를 시도할 때도 있다. 생산자 조합 사이트를 둘러보고 마음에 들면 주문하는 식인데, 최근엔 무안 고구마, 제주도 노지귤을 샀다. 냉장고 속에 늘 있는 재료는 우유, 크림, 달걀, 치즈, 두부, 술 정도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치즈가 냉장고 구석구석에 있다. 얼마 전 치즈와 관련된 음식 칼럼을 쓸 때 산 것들이다. 무려 25만원어치의 치즈를 사서 먹었다. 냉장고 관리 비법은 다른 건 잘 모르겠고, 계란은 반드시 종이 박스 그대로 냉장고 깊은 곳에 넣어둔다. 문에 두면 온도가 낮아 싱싱하게 유지가 안 되는 것 같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쓴 냉장고는 말도 안 되게 큰 LG 냉장고였다. 사실 큰 냉장고에 대한 이상한 페티시가 있어 아직도 그 냉장고가 그립다. 무광택 스테인리스에 프렌치 도어로 냉동실이 아래에 있는 냉장고였다. 냉동실에는 진공 포장된 식재료가 많다. 최근 수비드(진공 저온 조리법)를 시도해보고 있어서다. 점점 냉동실이 좁아지고 있어 아예 냉동고를 따로 하나 구입할까 생각하고 있다. 냉장고 청소하고 싶은 날엔 손님을 부른다. 마음먹고 깨끗이 청소할 수 있는 최고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촬영이 고맙기도 하다.

이용재의 미트볼 스파게티

01 간 쇠고기와 간 돼지고기의 비율을 2:1로 섞는다(약 450그램). 달걀 1개, 직접 만든 빵가루 60그램, 플레인 요구르트 1통, 다진 마늘 1쪽, 파르메지아노 치즈와 소금, 후추를 약간 넣고 동그랗게 만든다. 동그랑땡 만들 듯이 너무 치대면 단단해지니 조물조물 뭉친다. 02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군 뒤 미트볼의 겉을 바삭하게 바짝 익힌다. 03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간 양파 하나와 마늘 2쪽,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볶다가 캔 토마토(400그램)를 넣고 30분 정도 끓인다. 04 완성된 소스에 미트볼을 넣고 뚜껑 덮은 뒤 아주 약한 불에서 한 시간 정도 뭉근하게 끓인다. 마지막에 다진 파슬리와 바질, 치즈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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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