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MATCH – 술과 안주의 절묘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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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위스키와 피클 위스키에도 느릿한 유행이 있다. 스카치 위스키로 시작된 입맛은 싱글몰트 위스키로 쏠렸고 지금은 싱글 배럴, 캐스크 스트렝스 등 더 희소한 위스키 쪽으로 좁혀지는 중이다. 그 틈에 버번 위스키와 캐나디안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는 칵테일 베이스로 몸을 낮췄다. 그런데 하필 지금, 다시 아이리시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졌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보단, 모든 술은 맛있다는 말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매캐한 피트 향이 전혀 없는 아이리시 위스키는 배고플 때 먹는 밥처럼 입에 착착 붙는다. 특유의 매끄러운 단맛 덕에 한 모금 마시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안주의 개수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최근 2~3년 간 뉴욕의 바를 통해 유행하기 시작한 아이리시 위스키 음용법을 따르려면 냉장고에 넣어둔 피클병만 꺼내면 된다. 샷 잔에 아이리시 위스키의 대표주자 제임슨(남대문시장이나 주류 전문점에서 살 수 있다)을 한 잔 따르고, 또 다른 샷 잔에 피클의 시큼한 국물을 한 잔 따른다. 데킬라를 마신 뒤 소금을 핥듯이, 제임슨을 조금 마시고 피클 주스를 뒤이어 마신다. 뚱딴지 같다는 생각은 의외의 맛에 쑥 들어가고 만다. 위스키 맛에도 감칠맛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조합이다. 피클과 위스키의 조합이 정서적으로 힘들다면, 짭짤한 감자칩도 좋다. 위스키라고 시가만 찾으란 법은 없으니까. 누군가와 함께 마실 때 좀 더 격식을 따지고 허세를 부리고 싶다면 가로수길에 있는 디저트 전문점 듀자미의 캐러멜 소금 케이크를 준비한다. 술맛이 꽃보다 화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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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