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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드리프트 1

2012.03.14GQ

고성능 후륜 자동차 다섯 대를 극한으로 몰아세웠다. 타이어 결이 다 일어나고, 고무 가루가 자욱하게 날렸다.

마세라티 MC 스트라달레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코너에서 최고출력 450마력을 내는 4,691cc V8 엔진의 힘을 끝까지 끌어 올리면, 그 힘이 모조리 뒷바퀴에 전달되면서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었다. 배기관에선 고양이과 맹수가 울부짖는 소리가 아찔했다. 고무 타는 냄새, 분진이 날리는 감촉. 순간, 차의 엉덩이는 진행 방향, 즉 코너 바깥으로 흘러 나가고 앞코는 안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이때 곧바로 핸들을 차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꺾어야만 균형을 잡는다. 사진의 MC 스트라달레가 딱 그 순간이다. 뒷바퀴는 밖으로, 앞바퀴는 안으로. 차체가 코너를 따라 왼쪽으로 흐르게 하려고, 도는 순간 핸들을 반대로 꺾으면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후륜 자동차의 관성과 출력을 이용하는 이른바 드리프트라는 기술이다. 도로나 트랙을 가리지 않고 걸출한 마세라티 MC 스트라달레의 가격은 2억 6천4백만원.

포르쉐 파나메라 디젤

파나메라는 포르쉐의 점유율 상승에 큰 공을 세웠다. 네 명이 탈 수 있고 고급 세단처럼 편안하면서도 혈류를 들끓게 하는 포르쉐 바이러스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파나메라 디젤도 마찬가지다. 2,967cc 디젤 엔진이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56.1kg.m을 낸다. 제로백은 6.8초다. 1,880킬로그램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로 영화처럼 드리프트할 순 없지만, 이 촘촘한 토크를 100퍼센트까지 끌어올려 출발할 땐 이런 식으로 바퀴 주변에 연기가 자욱해진다. 브레이크를 떼고 뛰쳐나가는, 이 사진 직후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 기백은 아무도 못 말린다. 1억 2천2백80만원.

로터스 엘리스

엘리스야말로 순결한 코너링 머신이다. 876킬로그램의 경량 차체를 몰아세우는 덴 1,598cc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배기량도 높고 차체도 무거운 여느 고성능 후륜차에 비해 드리프트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웬만해선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지 않고 엔진 구동력을 정확하게 도로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론 상식을 넘어서는 속도와 각도로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가 엘리스엔 있다. 충분한 속도가 쌓였을 때 관성을 이용하는 드리프트는 가능한데, 이 경우 운전자는 여느 자동차보다 더 예민하게 핸들을 조절해야 한다. 사진은 관성을 이용해 왼쪽으로 꺾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오른쪽, 왼쪽으로 바쁘게 핸들을 꺾으면서 정확한 각도로 차를 통제해야만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6천2백60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어시스턴트/ 문동명, 정혜원, 손상호
    기타
    드리프트/ 김태영(<자동차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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