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불이 붙었네 2

2012.03.15GQ

박완규는 불이 붙었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의상 협찬/ 재킷과 베스트, 블랙 팬츠 모두 길 옴므, 신발은 앤 드뮐미스터.

의상 협찬/ 재킷과 베스트, 블랙 팬츠 모두 길 옴므, 신발은 앤 드뮐미스터.

갑자기 <나는 가수다>가 끝났다. 화가 났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뭐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오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같은 포맷으로 계속 진행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호기심도 많이 떨어지고. 종영에 대한 제작진의 언질 같은 건 없었다. 나도 뉴스 보고 알았다.

어쩌면 명예 졸업도 가능했을 텐데….
내가 아쉬운 건 하나다. 이 프로그램이 너무 쉽게 극약처방을 했다는 점이다. 재범이 형이 프로그램 초반부터 나왔다. 불이 빨리 붙고다 타버린 후, 숯으로 변하면서 온기는 계속됐지만 이 다음에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역효과였다고 본다.

시즌 2에 대한 얘기를 들었나?
아직까진 전혀 없었다. 대신 현재 논의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하는 프로이고 공중파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다.
노래를 하면서부터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콘서트 때, 남자 팬이 여자친구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나도 먼저 다가갈 줄도 알아야 할 텐데, 잘 안 된다”고 했다.
과하지 않다면, 조금은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랑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거다. 내 목표가 인간적인 음악을 하는 건데, 어두운 곳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알아볼까 봐 낮에는 아무런 활동도 안 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만 봐도 재밌다. 이제 막 아버지로서 제대로 된 역할도 하게 되었고.

방송에서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누군가는 과하다고 했고.
모 프로그램에서 이혼하고, 두 아이와 헤어져 사는 힘든 이야기를 왜 굳이 하냐고 물었는데, 이제 아이들을 부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그렇다고 답했다. 아빠가 아빠 노릇을 하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은, 세상에서 제일 큰 행복이다. 애들이 아빠를 믿음직스럽고, 자신들을 지켜줄 사람으로 생각할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기회만 된다면 두 아이와 방송에도 출연하고 싶다.

그런 행복이라면 같이 살고 싶지 않나? 떨어져 살면 떨어진 만큼 힘들텐데.
처음 말하는 건데, 아이들이 이해를 해준다. 흔히 자유로운 영혼이니 하는 게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얘기한다는 걸, 아이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아빠가 자신들의 생활 테두리를 만들어주려면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건 힘들겠다고 알아준다. ‘같이 산다’는 것보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든든하게 음악을 할 수밖에.

아이들도 당신만큼이나 예민하고 섬세한가 보다.
음악을 할 때 날카로워지면, 한도 끝도 없다. ‘하망연’ 할 때 대기실에서 매니저들이 많이 혼났다. 조그마한 소리만 내도 욕을 먹었으니까. 하지만 애들한테 어떻게 신경질을 부리나, 해준 것도 없는 아빤데. 애들과 함께 있으려면 노래를 포기해야 한다. 근데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빠란 사람이 곡을 만들고 표현하려는 사람이니까, 옆에 붙어서 말을 걸거나, 시간을 달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는 걸 안다. 고마운 가족 덕분에 제2의 노래 인생에 불이 붙었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시작된 걸까?
아니, 오히려 ‘하망연’으로 내 인생의 1막이 끝났다. 10년 동안 참아온 걸 그 노래를 통해 전부 토해냈다. 그 이후 표정도 많이 바뀌고 독기도 많이 빠졌다. 독했던 것들을 전부 토해놨더니 대중들이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해주더라. 이젠 좀 더 희망적인 노래를 부르고 싶다. 속이 후련하다는 걸 넘어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음악. 이제 ‘퍽킹 대한민국’ 이런 건 없다. 예전엔 가시 돋은 꽃이었다면 이제 영원히 향기 나는 뮤지션이고 싶다. U2처럼 은유적으로 말하고, 스팅같이 자연 안에서 음악을 완성 해야지.

배부른 록스타다.
록‘스타’가 배고플 수가 있나?

    포토그래퍼
    박세준
    스탭
    헤어 / 이슬, 메이크업 / 이가빈, 어시스턴트 / 정혜원, 하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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