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엄마의 국수

2012.03.26GQ

즐거운 요리사가 만든 국수 두 그릇. 먹고 나면 기분이 부푼다.

집에서 요리하는 일과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여름과 겨울처럼 공기 차가 극명하다. 한 번에 만들어야 하는 음식의 양이 확 다르고, 집에선 맛있었던 요리가 손님 앞에선 싱거운 요리가 될 때도 있다. 일산 마두동에 새로 문을 연 ‘마니 국수 이야기’의 최귀옥 대표는 걱정이 없었다. 그는 주방에서 일하면서 “즐겁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식당을 연 이유에 대한 최 대표의 생각과 의지도 약수처럼 깨끗하고 가지런하다. “원래 요리를 좋아해요. 30년 동안 놓지 않았으니까요. 집에서 요리하듯이 그렇게 식당을 해보고 싶었어요.” 최 대표는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뒤, 유난히 친구를 집에 자주 데려오는 남편을 만나 수도 없이 손님상을 차렸다. 종갓집 며느리라 솜씨 좋다는 말은 물리도록 들었다. 따뜻한 오후에 최 대표가 만든 육개장 국수를 먹었다. 쌀로 만든 국수 가락 덕에 허기로 쭈그러든 배가 든든해졌다. 한우를 큼직하게 넣고 끓인 육개장은 눈이 커지도록 맛있었다. 쇠고기 양지를 푹 고아 해장용으로 담백하게 만든 소면 계란탕에도 자꾸 젓가락이 갔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최 대표가 이쪽을 몇 번 바라봤다. 특별식을 차려놓고 먹는 내 모습을 가만히 보던 엄마의 얼굴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031-907-3563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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