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의 스니커즈

낡은 군용 복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버릴 수 없다.

(위부터 아래로) 9만9천원,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23만9천원, 핏플랍. 가격 미정, 디올 옴므. 14만8천원, 클레이. 67만원,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왼쪽 부터)M-51 피시테일 파카 54만9천원, 나이키. 카고 팬츠 21만3천원, 스펙테이터. 가죽 헬멧 백 가격 미정, 본호앤파트너 by 유니온스토어. 부츠 가격 미정, RRL by 티피. 밀리터리 셔츠와 타이 25만8천원, 메종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위의 신발 다섯 켤레는 빈티지 독일군 스니커즈를 본떠 만들었다. BW 스포츠에서 만든 그 흰색 운동화는, 1970년대 독일 연방군에게 보급됐다. 정식 명칭은 ‘저먼 아미 트레이너’로, 한국으로 따지면 군대에서 보급받는 ‘군용 체련화’쯤 될 것이다. 갑피를 가죽으로 만들어 내구성을 끌어올렸고, 밑창은 접지력이 좋은 생고무로 감싸고 마모가 잦은 앞 코에 스웨이드를 덧댔다. 이쯤 되면 당대 최고의 기능성 운동화인 셈. 여느 군용 복식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그깟 기능쯤이야 하찮은 것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옛 군용품의 세부가 새삼 멋져 보인다. 군대의 ‘ㄱ’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예비군도 M65 재킷과 트렌치코트로 멋을 부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독일군 스니커즈 역시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의 운동화로 전해지다가, 2000년대 중반 디올 옴므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복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후 잠잠한가 싶더니, 올해 클레이가 다시 봉인을 열었다. 군복무가 끝나도 군복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패션 디자인에서 군복만큼 다채로운 소재는 또 없으니까. 말을 꺼낸 김에, 같은 매력을 가진 물건 다섯 가지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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