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의 여자 2

열 살 아래는 어떤지 물었다. 보채듯 한 번 더 물었다. 전미선이 쳐다본다. “내가 그렇게 섹시해요?”

의상협찬/ 레드 컬러 원피스는 할스톤 by 디뉴에, 일본식 묵염색 다다미는 다이켄 by 맥스다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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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기는 불이 붙고, 물이 올랐나? 나이에 맞는 연기를 무한대로 하고 싶다. 내가 몇 살 더 먹으면 지금의 전인화, 김희애 선배만큼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연기는 여전히 밑바닥이다. 이제부터 ‘요이땅’인 거지. 이제는 감독의 선택을 잘 받아서 배우로 놀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올해 연기하는 게 다르고, 내년 연기가 더 발전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그렇게 평생 연기를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메릴 스트립이나 박정자 선생님처럼 오래 오래 자리를 지키는 배우가 되면 정말 좋겠다.

요즘 계속 연극도 병행하고 있다. 도움이 많이 되겠다. 연기가 느는 게 보이니까 좋다. <친정엄마와 2박3일> 할 때 진짜 많이 배웠다. 세 달 공연을 하면, 세 달 내내 배운 기분이다. 오히려 드라마보다 덜 힘들다. 이제는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산소 같다. 영화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적인 것,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분석이 나의 성향이랑 잘 맞는 것 같다. 드라마는 지금도 힘든 것이, 짧은 스케줄 안에서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힘들다. 사실 가장 하고 싶은 건 뮤지컬인데, 노래를 못한다. <캣츠>를 너무 하고 싶다. 고양이 중 아무 역이라도.

전미선은 남몰래 숨겨놓은 여자 같다. 나만 알고 싶은. 하필 그런 생각이 당신을 백지처럼 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백지 같은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사실 <로얄 패밀리> 전까지만 해도 포기 상태였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연기를 하기엔 어렵겠구나, 이 시대에 맞는 배우가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빨리 포기하든지, 아니면 주어지는 역할에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로얄 패밀리>와 <해를 품은 달>에서 감독이 완전히 다른 역으로 선택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걱정하겠지. 다른 거 또 하고 싶은데, 만약에 안 시켜주면 기다려야 하나 하고 고민할 테고. 늙어 죽을 때까지 힘들 거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오랫동안 생각해온 하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델마와 루이스> 같은 영화를 정말 하고 싶다.

델마?, 루이스? 둘 다 상관없다. 대신 여자 둘이서 좀 더 강하게! 외국이니까 약간 부드러워도 좀 세게 보인 것 같다. 만약 우리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좀 더 진하게 동성애 코드가 드러나도록….

베드신이 불가피하겠다. 영화 내용상 필요하다면, 당연히 할 거다. 상대역은 강한 이미지에 연배가 있는 선배면 좋겠다. 이미숙 선배같이.

전미선과 이미숙의 베드신이라니…. 혹시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나? 아니, 연상의 남자를 좋아한다. 하하.

중년끼리의 판타지 영화는 없다. 있어도 ‘인간애’고. 혹시 다들, 연하의 남자 혹은 여자와의 로맨스를 꿈꾸기 때문은 아닐까? 절대, 아니다. 멋진 중년의 로맨스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아무래도 다들 중년이 되면 감성을 숨길 뿐이다. 뭐 나이도 많고 잘생기고, 원하는 걸 갖추고 있으면, 엮이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갓 제대한 남자가 맨날 찾아오는 판타지라면?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가능하겠지. 연하인 남자가 계속 들이대면, 좋지 않을까? 감사하지. 하하. 그런데 연하랑 만나는 게 체질상 안 맞는다. 안 만나게 되는 거지. 대신 연하의 관심이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 기운으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 적어도 나한테 한 명 정도는 연하의 남자가 좋아해줬구나, 생각하면 힘찬 응원이 될 것 같다.

그 남자가 고백한다면? 내가 그렇게 섹시하니? 응?

이 순간에 아들 얘기를 꺼내면 산통 깨는 걸까? 아들도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배우니까. 멋있고 당당하게 사진에 담겨 있다면 아들도 알아주지 않을까? 사춘기 때라면 우리 엄마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은 들 수 있겠지만.

아들에게 한마디…? 엄마 이 정도야. 엄마가 이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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