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채닝 테이텀의 뜀뛰기 2

2012.04.12GQ

채닝 테이텀은 한 번에 4백 발의 총알을 쏜다. 연속으로 위스키 아홉 잔을 들이킬 수도 있다. 때로는 애완견 루루에게 <더티 댄싱>에 나오는 춤 동작을 가르치기도 한다. 인생이 즐겁기 때문에.

의상 협찬/ 스웨터는 에르메르, 바지는 보테가 베네타.

의상 협찬/ 스웨터는 에르메르, 바지는 보테가 베네타.

채닝 테이텀이 어린 시절 스트리퍼로 일했던 일, 그리고 정부에서 마련해주는 임시 주택에서 거주했었다는 사실은 이제 익숙하다. 12년이 지났고, 그는 이제 근사한 필모그래피의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영화 제작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랑 인터뷰하기 전에 일단 <디어존>부터 보셔야 해요. 봤어요? 안 봤다면 다시 돌아가요.” 테이텀이 농담으로 다시 입을 열였다. “물론 이번에 개봉한 <서약>도 챙기고요.” 그는 매번 역할을 고를 때 ‘배움’을 중요시 한다고 말했다. “전 <서약>을 찍으면서 레이첼 맥아담스에게서 뭐든 배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디어존>에선 라세 할스트롬에게 좀 많이 배우고 싶었고요. 전 연기학원을 다닌 적이 없어서 영화 제작 그리고 캐릭터에 관한 지식들은 모두 그 현장에서 겪고 배울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가 다시 위스키를 들이켰을 때, 차는 버뱅크로 향하는 할리우드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절 최고의 배우라고 하진 못하겠어요. 하지만 내가 가진 캐릭터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어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름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는 1980년대 동명의 TV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테이텀이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그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대책없이 웃기는 캐릭터를 맡았다. 함께 연기한 조나 힐이 없었다면, 그의 이런 엉뚱한 모습을 보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경찰 듀오는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니다가 순찰 업무를 그만두고 고등학교로 위장 근무를 하러 들어간다. 여기서 테이텀은 코믹한 연기로 조나 힐의 캐릭터를 훌륭히 받쳐준다. “그동안 우리는 새로운 코미디 연기자를 찾고 있었어요.” 조나 힐이 말했다. “그리고 나 역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고 있었고요. 오디션 첫날 테이텀을 보고 바로 결정했어요. 겉으로는 완벽한 액션 가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너무도 상처받기 쉬워 보호해야만 하는 사람 같았거든요. 망가진 CD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긴 싫지만, 채닝은 정말 멋진 배우예요.”

테이텀은 지난 연말<헤이와이어>라는 영화를 작업하면서 또 다른 팬을 만났다. 바로 감독이었던 스티븐 소더버그다. 테이텀은 이 영화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특수요원을 연기했다“. 채닝을 만나자마자 화사한 태도와 세심함에 사로잡혔습니다.” 소더버그가 말했다. “전 채닝이 프로덕션 회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무언가 계속 개발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때 테이텀과 그의 프로덕션 파트너인 레이드 캐롤라인은 <매직 마이크>라는 앙상블 코미디 영화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올해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테이텀이 스트리퍼로 생활하던 때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소더버그는 작년 <헤이와이어>를 찍을 당시 테이텀에게 물었던 질문을 회상했다.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그가 신나서 대답했어요. 그게 실은, 내가 지금껏 들은 아이디어 중 거의 최고였어요.” 소더버그가 말했다. “그래서 전 채닝에게 또 ‘지금 진행은 어느 정도 됐니?’ 라고 물었죠. 그가 대답하길‘ 글쎄 일단은 우리와 같이 일할 사람은 정해두긴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헤이와이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쯤 전화가 왔어요. 그는 촬영이 3월에서 4월 즈음에 시작될 거라고 하면서 ‘지금 감독이 없어요. 혹시 아직도 이 영화에 관심이 있어요? 괜찮은 기획이라고 아직도 생각하죠?’라고 물었죠. 그래서 전 이렇게 답했어요. ‘좋다마다! 오늘 당장 찍자’고요.” 테이텀은 3번째 버번 위스키 잔을 원샷 하더니 말을 한꺼번에 내뱉었다“. 난 앞으로 내가 제작하지 않는 영화에는 출연하고 싶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적어도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속의 감독 10명이 아니라면 그 작품에 흥미가 생기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건 감독이에요.”

테이텀의 이런 말이 헛소리처럼 들리진 않았다. 마치 집의 뼈대를 어떻게 설치해야 튼튼한지, 주택담보대출을 어떻게 받는지, 어떻게 무대 위에서 춤을 춰야 섹시한지, 보이스카우트 유니폼을 어떻게 벗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목소리에서 확신이 넘쳤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테이텀은 모든 것이 준비된 영업사원처럼 어깨를 활짝 펴고 말했다.

의상 협찬/ 티셔츠는 척스 빈티지, 청바지는 토드 스나이더.

의상 협찬/ 티셔츠는 척스 빈티지, 청바지는 토드 스나이더.

채닝 테이텀이 차린 프로덕션 회사 ‘아이언 호스 엔터테인먼트’에 방문하기 전, 로렐 캐니언에 있는 그의 집에 먼저 들렀다. 테이텀은 이 집에서 부인인 배우 제냐 드완과 함께 살고 있다. 한 발짝 들어서니 향초 냄새가 진동했다. 곳곳엔 꽃들이 가득했다. 정원에 있는 나무엔 레몬과 라임이 가득 달려 있었다. 이 터는 원래 찰리 채플린이 살던 곳이다.

제냐 드완이 문 앞에 서서 보드라운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그러자 애완견인 루루가 뒤에서 달려들었다. “<더티 댄싱> 해볼래? 우리 연습했던 거 기억나지?” 테이텀이 루루에게 물었다. 루루는 지붕이 날아갈 만큼 우렁차게 짖어댔다. 테이텀이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며 명령했다. “더티 댄싱!” 루루는 테이텀의 말을 듣더니 그의 팔에 안길 수 있을 만큼 뛰어올랐다. 그는 개를 머리 높이까지 들어올려 마치 발레의 리프트 동작을 연상시키는 포즈를 만들었다. 그리고 조명 장식이 가득한 수영장 주위를 두 바퀴 돌았다. “에이, 박자가 너무 빨랐잖아.” 그가 개한테 말했다. “다시 한 번!” 그들은 수영장을 또 돌았다.

다시 차로 돌아와 테이텀의 회사로 갔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더러워 보이는 한 호텔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에이즈가 온몸에 들러붙을 것 같죠? 그래도 이 동네는 뭔가 중독적인 면이 있어요.” 어둠 속에서 말하는 테이텀의 모습은 선셋타워 호텔이나 샤토 마몽 호텔에 있는 것보다 더 편해 보였다. 사무실 천장은 높았다. 비행기 날개로 만든 책상도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칠판은 아이디어와 스토리에 관한 것들로 여기저기 넘쳤다. 문가에 놓인 톱 받침대에는 말안장이 걸쳐져 있었다. 테이텀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영화 속 한 장면을 구상하거나, 점토 조각을 하며 새벽 4시까지 시간을 보내곤 한다. “제냐는 내가 이곳에 있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면 늘 표정이 별로예요. 하지만 나도 고민을 털어놓을 장소가 하나쯤은 필요하잖아요?”

우리가 방문했을 때 테이텀의 파트너인 레이드 캐롤라인은 책상 앞에 앉아 <매직 마이크>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테이텀은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전개 스토리를 만들지만, 극본은 캐롤라인이 맡고 있다. “사실, <매직 마이크>는 내 얘기가 아니에요. 그냥 일반적인 세상 이야기이랄까? 아, 그리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두운 영화도 아니에요. 소더버그 감독과 합의를 봤어요. 이 이야기를 너무 성적으로, 너무 어둡게 끌고 가지 않기로요.” 테이텀의 말이다. 소더버그는 채닝 테이텀이 앞으로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조지(클루니), 맷(데이먼), 브래드(피트)와 같은 사람들을 연상시키는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맑은 눈, 근면성실, 그리고 남자다움 같은 거요. 그는 진정한 남자예요. 더 괜찮은 단어가 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 안 나요. 아무튼 영화 세계에선 그는 진정한 남자예요, 남자.” 그의 말대로 <매직 마이크>를 통해 테이텀은 프로듀서로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소더버그를 이 작품의 감독으로 앉혔고, 알렉스 페티퍼, 매튜 보머, 매튜 맥커너히를 섭외한 상태니까.

“여기서 종종 마약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테이텀이 뒷문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한번은 레이드가 이곳으로 나가다가 팔에 못이 박힌 한 남자를 봤다고도 했는걸요.”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휴스톤 애스트로스 야구 모자를 고쳐 썼다“. 뭐, 어찌됐든 난 여기가 맘에 들어요. 어디 가서 몇 잔 더 할래요?” 우리는 코너에 있는 ‘블루 보어’라는 바로 향했다. 그는 가게에 들어서며 바텐더와 주먹을 부딪혔다. “뭘 위해 건배를 할까요?” 옆에서 물었을 때 테이텀이 답했다. “뭐, 뻔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제 겨우 삶을 시작하는 단계잖아요. 매일 일하는 게 즐겁고, 매일 밤 섹스도 좋아요. 그러니 우리가 건배를 할 건 하나밖에 없죠. 영원히 살자, 더도 말고 지금처럼 영원히.”

    포토그래퍼
    Norman Jean Roy
    기타
    글/ 하위 칸(Howie Kah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