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러줘

이달, 가장 유쾌하게 진보한 단 한 대의 차. 5월엔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B클래스다.

메르세데스 벤츠 B클래스의 이름은 ‘마이비’였다. 한국에서만 그렇게 불렀다. 마케팅 차원의 승부수였다. 마이비를 설명할 때 흔히 따라붙는 설명은 “3천만원 대에 가질 수 있는 벤츠 삼각별”이었다. 마케팅 타깃은 주로 ‘젊은 사람’ 혹은 여성이었다. 유효했다 말하기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마이비라는 이름은 C, E, S로 이어지는 벤츠 세그먼트의 통일성에 기여하지 못했다. 귀엽긴 했지만,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이 귀여운 이름일 리 만무했다. 2012 더 뉴 B클래스는 이름부터 담백해졌다. 차체는 5센티미터 낮아졌지만 폭은 1센티미터 늘었다. 총길이는 8센티미터 늘었다. 마이비는 너무 높아서 어색해 보인다는 평이 있었다. 운전석 또한 높아서 타고 내리기 편하고, 시선이 높으니까 도로에서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그 장점은 B클래스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대신 넓고 낮아졌으니 밖에서 볼 때도 역동적이다. 달릴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비 오던 4월 오후에는 올림픽 대로를 달리는 B클래스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그러다 서울을 벗어나 양평까지 갔다. 대체로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기지 않으면서 급가속이나 급제동도 없는 온화한 주행이었다. 1,796cc 디젤 엔진이 내는 소리는 다만 B클래스가 디젤을 쓴다는 단서를 제공할 정도였다. 뒷좌석에 앉은 여자는 이 차의 베이지색 가죽과 스티치에 대해 새처럼 재잘대다가, 주행 시간이 1시간 남짓 됐을 때 숨소리만 내면서 잠들었다. 하지만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이라는 B클래스의 제원이 마냥 밋밋한 건 아니다. 제로백은 9.3초, 최고속도는 시속 210킬로미터, 공인연비는 리터당 15.7킬로미터다. 더 뉴 B클래스는 블루이피션시와 스포츠 패키지 모델로 나뉘는데, 스포츠 패키지의 핸들에는 패들시프트가 달려 있다. 달리고 싶을 때는 마음껏 달려도 좋다는 허락이다. 다시 서울로 오는 길엔 운전석에서, 가속페달과 핸들을 마음먹은 대로 몰아세웠다. 그러자 이 영특한 해치백이 품고 있는 벤츠의 유전자들이 다 깨어났다. B클래스는 운전자의 욕심을 가능한한 포용한다. 가속페달을 밟는 깊이에 따라 기민하게 뛰쳐 나가는 차는 아니지만, 깊숙이 밟았을 때 응축해둔 힘을 계기판 바늘이 올라가는 속도로 확인할 수 있다. 2차선 도로를 헤집고 다니기에 모자람이 없고, 엔진이 최대치의 힘을 내는 동안 핸들은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핸들은 맨살을 쓰다듬을 때처럼 무리 없이 돌아간다. 그러다 일상적인 궤적을 벗어나려는 찰나, 네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어디선가 차를 탁, 하고 잡아주는 농염한 감각. 유난하지는 않지만 어떤 한계에 이르렀을 때는 안전을 보장한다는 믿음이 여기서 생긴다. B클래스를 두고 ‘벤츠에서 가장 작다’거나 ‘3천만원대에 살 수 있는 벤츠’라는 설명은 온당치 않다. 피로한 여자에게 낮잠을 선물하는 넉넉한 마음이거나, 혼자 보내는 주말에도 운전 자체로 신날 수 있는 유용한 해치백이랄까. 이번엔 승산이 있다.

엔진 직렬 4기통 1.8리터 직분사 터보차저 디젤
배기량 1,796cc
변속기 자동 7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전륜구동(FF)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kg.m
최고속도 시속 210 킬로미터
공인연비 리터당 15.7 킬로미터
가격 3천7백90만원 (블루이피션시) 4천2백50만원 (스포츠패키지)

Option │ 그래도 다른 차를 타고 싶다면?

1. 폭스바겐 골프 2.0 TDI
엔진 직렬 4기통 디젤
배기량 1,968cc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
공인연비 리터당 17.9킬로미터
가격 3천3백40만원

2. 렉서스 CT200hI
엔진 직렬 4기통 가솔린(하이브리드)
배기량 1,798cc
최고출력 181마력(엔진 99마력, 전기모터 82마력)
최대토크 35.6kg.m(엔진 14.5kg.m,전기모터 21.1kg.m)
공인연비 리터당 25.4킬로미터
가격 4천1백90만~4천7백80만원

3. 볼보 C30 D4
엔진 직렬 5기통 디젤
배기량 1,984cc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
공인연비 리터당 16.8킬로미터
가격 3천8백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