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우리 젊은 날 2

지난해 겨우 꼴지를 면했던 KGC 인삼공사는 올해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했다. 경험이 부족하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말은 이 젊은 친구들과 상관이 없었다.

의상 협찬/ 피케셔츠는 모두 에이치앤엠, 보타이는 모두 아르코 발레노.
의상 협찬/ 피케셔츠는 모두 에이치앤엠, 보타이는 모두 아르코 발레노.

(왼쪽부터) 오세근의 발은 퉁퉁 부어있었다. 김태술은 생글생글 웃다가도 카메라가 들어오면 미간에 힘을 줬다. 양희종의 바리톤은 올림픽대로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소음도 무찌를 만큼 씩씩했고, 박찬희와 이정현은 촬영 내내 티격태격 농담을 나눴다.

왼쪽부터) 오세근, 김태술, 양희종,박찬희,이정현
왼쪽부터) 오세근, 김태술, 양희종,박찬희,이정현

 

박찬희

1년 만이다. 지난 인터뷰 녹취록을 열어보니, “위아래 1년 중엔 내가 최고”라고 말하던 당찬 신인의 다짐이 있었다. 여전한가?
변함없다. 마음가짐이라기보다,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하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박찬희는 언제나 에이스였는데.
같이 하는 농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아서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단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땐 내가 꼭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팀 시스템이 그랬고. 지금은 어떤 날엔 내가 잘할 수도 있고, 어떤 날엔 다른 선수가 잘해서 이길 수도 있다. 진짜 강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기록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상관없나?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팀 성적이 작년엔 거의 바닥에서 정상으로 치고 올라갔다. 자부심을 느낀다.

올해는 본래 포지션인 포인트가드보다 슈팅가드로 더 많이 출전했다. 포인트가드로 직접 팀을 리드했다면 인삼공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워낙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달라졌다고 말씀드리긴 좀 그렇다. 태술이 형의 리딩이 워낙 좋아서…. 내가 태술이 형 쉬는 사이에 포인트가드로 뛸 수도 있고 서로 위치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도 잘되고 팀이 마지막 순간까지 잘 돌아갔던 것 같다.

다재다능하다, 는 말 속엔 뼈가 숨어 있기도 하다.
확실한 무기가 없긴 한데, 군대 가서 만들어 나올 거다. 멋있게.

언제 입대하나?
4월 30일. 워낙 행사나 스케줄이 많아서 시즌 때보다 더 바쁘다. 가기 전에 여자친구랑 여행 가고 싶다. 짧게나마 아무 생각 안 하고.

이름을 검색해보면 ‘박찬희 여자친구’가 함께 뜬다. 누구를 만나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이랄까. 부담스럽지 않나?
특별히 부담스러운 건 없다. 오히려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시는 팬도 꽤 있다. 그런 내 모습이 좋아 팬이 되었다는 분도 있다. 물론 누구를 만나는지 밝히지 않아도 되지만, 안 밝혀야 할 이유도 없다.

역시 팬 관리 하면 박찬희인가? 올스타전에서 춤도 췄다. 작년엔 이정현과 같이 했지만, 올해는 혼자.
자의는 아니다. KBL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하겠다고 했다.

팀에서 동기 이정현보다 먼저 군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들었나?
아무래도 태술이 형이 있으니까. 맘 같아선 4년 뛰게 한 후에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나이가 서른이니까. 선수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젊은 우승팀을 홀로 떠나야 한다니.
맘 같아선 1~2년 더 하고 싶다. 이런 멤버가 모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근데 어쩔 수 없다, 정현이, 세근이랑 우리가 몇 년도에 다시 뭉칠 수 있는지 얘기해봤다. 2016년 정도에 다시 뭉칠 수 있다. 그때 되면 나이가 서른이 넘는데, 겨우 1년 같이 뛰는 거 말곤 없는 거 같다. 다 FA가 되니까.

아시안게임 결승전 패배가 많이 아쉽겠다.
맞다. 너무 아쉽다. 광저우 관중들 함성이 옆 사람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컸다. 2년 전이지만, 어렸다.

김태술은 제대 후 훌륭한 복귀 시즌을 보냈다. 상무에서 뭘 보완해서 나오고 싶나?
슛.

이정현

박찬희는 프로에서 처음 만났나?
대학교 때부터 알았다. 대표팀도 그렇고, 대학 선발 같은 것 때문에. 가장 친하고 의지하는 친구인데, 없으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

라이벌 의식은 없나?
같은 가드긴 하지만 장단점이 달라서 그런 건 없다. 경쟁한다는 느낌은 있다. 자리는 다섯 개뿐이니까.

지난해 신인왕 경쟁도 중반까진 우세였다.
찬희는 국가대표로 나갔다 왔다. 난 내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초반에 잘 풀렸다. 내가 기복이 심했던 것 같다.

올해는 식스맨으로 뛰었다. 불만 없었나?
선수라면 당연히 그 정도 욕심은 있다. 그렇지만 우리 팀 멤버가 워낙 좋다. 여섯 번째 들어가는 것도 형들 제치고 들어가는 거다. 팀 성적이 잘 나면 식스맨이라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박찬희가 입대하니까, 내년엔 주전으로 뛸 확률이 높다.
찬희랑 번갈아 뛰면서 서로 장점과 단점을 메울 수 있었는데, 찬희가 없으니까 좀 부담이 된다. 더 잘해야 한다.

“박찬희의 공백”같은 기사는 벌써부터 예측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 기사 안 나오게 태술이 형이랑 더 열심히 해야 된다. 그런데 또 찬희가 빠졌는데 공백이 안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다. 최소화시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야지.

플레이오프에선 좀 아쉬웠다. 챔피언결정전 4차전까진 야투율이 30퍼센트대에 머물렀다.
4강에 직행해서 쉬는 기간이 길었다. 그때 플레이오프 준비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했다. 하루에 슛 500개씩 쏘고 그랬다. 그렇게 해서 감도 좋았는데, 첫 경기에서 슛이 안 들어가니까 위축됐다. 자괴감이 좀 들었다.

“소심한 이정현” 같은 말은 어떤가?
세심하다고 생각한다. 약간 예민하고 꼼꼼한 편이다. 팀 내에선 이미 소심남이 됐다. 뭐든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행동하는 편일 뿐인데.

오늘도 시종일관 진지한 사람처럼 보인다.
남들한테 피해 주는 거 진짜 싫어한다. 그러니까 조심스러워진다. 종종 지나칠 정도로 조심하는 경우가 있다.

경기장에선 꽤 화려한 편이다. 그런 모습이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성격 탓일까?
그런 것 같다. 농구 경기를 할 때는 파이팅 있게 하려고 한다. 자꾸 다른 사람을 통해서 소심하단 얘길 들으니까 가끔 정말 소심한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한편 “잘생긴 이정현”도 있다. ‘인삼신기’란 말 들어봤나?
하하. 창피하다. 우리 팀에 아무래도 잘생긴 형이 많은 것 같다. 난 잘생겼다기보다 좀 강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남자답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말 많이 들어서 괜히 오글거린다.

관중이 꽉 들어차면 어떤 기분인가?
엔도르핀이 돈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만원관중의 압박감 같은 건? 첫 플레이오프였다.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스스로 조급했던 부분이 좀 더 크다. 감독님도 내가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하셨는지, 풀어주시려고 했다. 잘 안 돼서 일부러 더 수비를 하자고 생각하고 열심히 수비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광재를 아주 잘 막았다.
대학교 때 수비상 두 번이나 받았다. 기사가 항상 공격 쪽으로 많이 나왔다. 그래서 이미지가 공격 쪽으로 좀 굳어진 것 같다.

주전으로 뛰면 수비가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맞다. 우리 팀에 공격할 사람은 많다.

지난 시즌 끝내고 만족스러운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올해는 어떤가?
식스맨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고 준비를 많이 했다. 왜냐면 식스맨 자리에서 능력을 못 보여주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개막 때 거의 못 뛰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정말 미친놈처럼 뛰어다녔다.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시간 조절을 잘해주셨다. 이번 시즌은 팀 성적도 좋고 알차게 했다고 생각한다. 상도 받았으니까. 언제 내가 식스맨상을 받아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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