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날 좀 괴롭혀줘요 2

2012.05.31GQ

조여정은 자신을 괴롭혀 달라고 했다. 모든 걸 버렸으므로.

의상 협찬/ 검정색 드레스는 이상봉 컬렉션,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검정색 하이힐은 레페토.

의상 협찬/ 검정색 드레스는 이상봉 컬렉션,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검정색 하이힐은 레페토.

그러다 능력 없는 배우가 성공하는 걸 보면 리모컨을 집어 던지거나….
하하,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한테는 손가락을 대지 않는다. 기회를 질투하고 싶진 않다. 내가 화났던 대상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매니저들이었다. 20대에 소속사를 두세 군데 거치면서 십 년 동안 늘 악순환의 고리였다. 다들 노력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도 없었고, 개인적인 문제로 나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매니저도 있다.

대형기획사로 갈 생각은?
기회가 있었겠지만, 자존감 때문에 싫었다. 내겐 저 사람이 나를 얼마나 원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큰 회사는 나한테 쏟을 애정이 별로 없을 텐데 굳이 가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다.

작품을 고를 때도 여러 번 재는 편인가?
아니, 작품에는 적극적이다. 매니저에게 매번 얘기한다. 무슨 감독님이 어떤 영화 들어간다는 거 알아? 항상 촉을 세우고 있다. 누구보다 빨리 알고 싶어 한다. 최근까지도 ‘가자 가자’ 했다.

<후궁>은 많은 여배우가 고사했는데, 조여정은 선택했다. 당신은 그런 선택을 천박하다고 말한 어떤 트위터리안에게, 천박을 선택하는 여자는 없다고 답했다.
여유가 있으니까…. 작품에 자신이 있다. 내 연기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은 있다.

조여정의 여러 부분 중에서 연기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어 보인다.
그러면 더 좋을 수도 있고.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조여정이 제대로 연기를 하네? 이럴 수 있으니까. 영화를 봐주기만 한다면 노출에만 관심이 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영화 촬영 초반, 노출에 관련된 기사만 나가서 제작사에 화를 냈던 적은 있다. 아무리 이해를 해도 여자로서 참고 견뎌내면서 일하기는 힘든 거다. 내가 엄청 리버럴한 여자는 아니니까.

이런저런 댓글은 보나?
댓글은 볼 가치가 없다. 나이나 직업이나. 최근까진 댓글을 어떻게 보는 건지도 몰랐다. 어떤 걸 누르니 나오더라. 내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검색창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트윗이 검색되지 않나? 사람들이 거론하는 이야기는 지표가 될 수 있으니까. 사실, 내게 천박하다고 말한 트윗보다 훨씬 심한 얘기도 많았다. 굳이 그 트윗에 답변한 건, 같은 여자인데 굳이 천박하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쓰고 미안했다. 나야 연예인이니까 공격 받는 것에 익숙하지만 그녀는 당황스럽지 않았겠나.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 학생이었다.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관심을 간섭이라고 느끼나? 오래된 팬들은 당신의 행보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글쎄, 나한테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아닐까? 강요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의견도 내 인생을 바꿀 여지는 없다. 내가 신경쓰는 건 같이 일할 가능성이 있는 관계자들이다.

<후궁>이 개봉되면 뭔가 달라질까?
조여정 사용법에 이런 것도 있구나 하지 않을까? 내가 영화를 통해서 이창동 감독에게 뭔가 하나라도 접근할 수 도 있고. <밀양>을 보고 이창동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다. 그와 작업하는 것이 고통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배우로서 괴롭힘을 당하는 건 행복이다. 그런 괴롭힘은 언제든 환영이다. 이유 없는 고통은 없으니까.

<얼마나 좋길래>에서도 고통이 있지 않았나? 당신은 정말 많이 울었다. 후반에는 하도 울어서 지친 것 같았고. 6개월 내내 울었다.
그래도 그 연속극을 통해 얻은 게 있다. 스스로 일단 카메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런데 그걸 기억하나? 연기 진짜 못하지 않았나?

못했다. 게다가…, 살도 많이 쪄서 이제까지 가장 안 예쁜 조여정이 아니었나 한다.
빛나는 순간이 아니었다. 처음 여주인공을 맡았는데 온통 무기력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각본을 쓴 소현경 작가에게 너무 미안하다.

배우라는 자의식이 강한가?
당연하다. 난 배우다.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다. 노래도 자신 없고. 난 모든 행동을 연기를 잘하기 위해 하고 있다.

듣다 보니, 목소리가 귀에 감긴다.<로맨스가 필요해>에서 내레이션 할 때도 발음이 정확했다.
진심으로 이야기할 때 그렇다. 연기할 때 혀 꼬이면, 그거 거짓말이다.

난 몇 번이나 혀가 꼬였다.
그랬나? 잘 몰랐는데?

    포토그래퍼
    윤석무
    스탭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메이크업|손주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어시스턴트/ 하지은, 어시스턴트/ 유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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