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괴물들이 사는 마운드

2012.06.08유지성

류현진과 윤석민의 경쟁은 올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MVP 윤석민과 부상을 털고 건강하게 돌아온 류현진을 여러 각도로 비교했다.

류현진이 2010년까진 윤석민보다 뛰어났다. 류현진은 데뷔 이후 5년 연속 13승, 140 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간 그는 무려 960과 3분의 1 이닝을 던졌다. 역대 고졸 선수 가운데 데뷔 이래 5년간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없었다. 2006년 이후 한화가 최약체였음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5년 연속 13승은 상위권 팀 선발투수의 5년 연속 16승 정도에 비견될 만하다. 반면 윤석민은 2005년 데뷔 이래 2010년까지 단 한차례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2점대 평균자책도 두 번에 불과했다. 류현진처럼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도 없었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등 한화보다 전력도 강했다. 환경도 류현진보다 좀 더 나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엔 두 선수 모두 좀 달랐다. 류현진은 11승 7패 평균자책 3.36의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고, 윤석민은 17승 5패 평균자책 2.45, 탈삼진 178개로 투수 4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결과만 보자면 류현진은 지는 해, 윤석민은 뜨는 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류현진 쪽이 더 강해 보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스카우트는 두 투수를 이렇게 비교했다“. 윤석민은 일본에서도 통할 투수다. 속구 구속이 빠르고 다양한 변화구가 돋보인다. 속구 제구가 유일한 단점이다. 반면 류현진은 윤석민의 장점을 모두 갖춘 채, 단점도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통할 스타일의 투수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한 단계 위인 미국 시장에서 통할 투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대부분“ 윤석민은 트리플 A, 류현진은 메이저급”이라 말한다. 제2의 다르빗슈를 기대 한다면 류현진의 전망이 좀 더 밝지 않을까?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윤석민과 류현진의 별명은 각각‘ 석민 어린이’와‘ 괴물 투수’다. 실제 투구 성향도 별명이 주는 인상과 비슷하다. 류현진은 웬만한 위기에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무기를 추가하기보다, 원래 잘 던지던 구질을 갈고 닦으며 지금까지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구위도 구위지만, 마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 반면 윤석민은 매 시즌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려 노력한다. 개발한 구종을 경기에서 금세 활용할 정도로 손끝의 감각이 뛰어나다. 꾀 많은 어린아이의 장난기가 느껴진다.

둘의 결정구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이미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일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다 떨어져 타자들이 구질을 판단하기 어렵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속도가 140킬로미터 이상 나올 만큼 빠르고 예리하다. 두 선수에게 아쉬운 부분은 제구력이다. 이제껏 류현진이 큰 변화를 꾀하지 않고도 리그 최고의 에이스가 될 수 있었던 건, 투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바깥쪽 직구 제구력이 무척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다. 직구 제구력이 흔들리면, 다른 부분에서도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 윤석민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 선수는 투수 인생에서 큰 계기가 될 수 있는 멘토를 만났다. 윤석민은 선동렬 감독과, 류현진은 박찬호와 함께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윤석민은 그의 경기를 “어린아이 같다”고 평하는 선동렬 감독에게 투수에게 꼭 필요한 정신적 강인함이나 마운드에서의 움직임 등을 배울 것이다. 류현진은 대선배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전수받은 것처럼, 박찬호에게 여러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2012 시즌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두 투수는 여전히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서로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타자들에게는 똑같은 괴물임에 틀림없다. 김정준(<SBS ESPN> 해설위원)

한 다큐멘터리에서 야구 유망주가 류현진에게 물었다. “강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던지세요?” 류현진은 단호히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돼. 네가 잘해야지”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외롭다. 한화가 하위권으로 떨어진 이후 몇 년째 그렇다. 올해는 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다. 김태균과 박찬호가 돌아왔고, FA 송신영도 영입했다. 물론 여전히 류현진은 강하다. 5월 13일 현재, 타자들이 헛방망이질을 하는 탓에 1승에 그치고 있지만 류현진은 이런 상황에 크게 분개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팬들은 그런 그를 아끼고 딱히 여긴다. 류현진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지난해 류현진의 성적은 데뷔 이래 가장 안 좋았다. 그가 대표팀에 불려 다니느라, 팀 투수진을 혼자 이끄느라 고군분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의 몸 상태가 예년보다 좋지 않았던 것 또한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이 못했다”는 말보단,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젊은 류현진이 성장의 동기를 잃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특히 그가 새로운 시도를 즐기기보다, 장점을 유지해 정상을 지키는 유형의 투수라는 점에서 그렇다. 변화가 꼭 필요하진 않지만, 이승엽이 54개의 홈런을 친 뒤 타격폼을 바꿔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것과 같은 파격은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반면 윤석민에겐 올 시즌이 확실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윤석민은 MVP를 따냈지만, 선정 과정에서 오승환의 자진사퇴 발언으로 썩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확실히 류현진을 따라잡았다고 말하기엔 표본이 될 만한 시즌 성적도 부족하다. 즉, 윤석민의 동기부여가 좀 더 강해 보인다. 윤석민은 매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새로운 구질은 물론 체력에 대한 우려도 어느새 불식시켰다. 새가슴이란 별명도 완전히 떨쳐냈다. 정점에 오른 모습으로 맞는 두 번째 시즌이라고도 할 만하다. 지금 둘의 구위로는 거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의외로 승부는 이런 동기부여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에디터
    유지성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Lee Jae Jun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