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조금씩2

오디션 프로그램 첫 우승, 몇 장의 싱글 앨범으로 서인국을 가늠할 수는 없다. 그는 불안과 여유를 같이 말했고, 이제야 뭔가를 극복한 것 같았다.

회색 체크 수트는 입생로랑 by 쿤, 흰색 셔츠는 버버리 프로섬, 티셔츠는 엠시큐 by 퍼블리시드, 팔찌는 에이치 알,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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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그냥 막 지르고 싶은 마음은 안 드나?
후회 없이 질러놓고 안 되면 ‘그래, 다음부터 안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을 솔직히 좀 갖고 싶다. 옛날엔 그런 게 있었다. 다짜고짜 서울 올라오고. 지금은 약간 어렵다. 어린 건 인정하는데, 남들한테 어리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서인국의 자존심이란.
있다. 욕심도, 뚝심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애매한데,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쫓아가서 한없이 배우려고 한다. 가르쳐달라고 솔직히 말한다. 근데 말을 섞다 보면 내가 어리기 때문에 가르치려는 게 버릇인 사람들이 있다. 그건 스트레스다. 미묘한 차이다.

‘밀고 당겨줘’는 세련된 음악이다. 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진부함을 부정할 순 없다.
우선 음악적 성향을 띠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약간의 신선함과 자극. 이번 앨범은 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다. “노래가 좋다. 진짜 서인국 음악 같다”는 얘길 들을 때 제일 좋았다. 갑자기 색깔을 확 바꿔서 낯선 느낌보다는 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는 느낌을 주고 싶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사실 한 곡으로 확 뜨는 것보단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쪽이 더 재미있지 않나?
재미있는 것 같다, 진짜. 그게 서인국인 거고. 오히려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졌다. 무대에서 뿐 아니라 인생에 여유가 생겼다.

지금 상황에 꽤 만족하는 것 같다.
내 인생이 만족스럽다. 힘들기도 하고 욕심도 많지만 지금은 정말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연애 안 하나?
하고 싶다.

아니, 그 청춘에 시간이 없나? 주변에 예쁜 사람 많지 않나?
많다. 많이 있다. 서울에는 정말 예쁜 사람이 많다.

하하, 연예계가 아니라 서울?
예쁜 분들이 성공하려고 서울로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나도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고. 일단 연예계는 서울에서 기회가 많으니까. 그래서 서울에 예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느낀다.

통제하는 건가? 서인국을 미치게 만드는 여자가 아직 안 나타났나?
둘 다. 미치게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 통제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만 있어도 그 사람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안 잡히면 정말 문제가 있는 거다. 그랬다면 어떻게든 했겠지만….

어떤 여자들이 서인국을 좋아하나?
딱히 없었다.

휴, 주변에 나쁜 형 없나?
하하, 많다. 나를 막 악의 구렁텅이로…. 근데 성격 자체가 밖에 잘 안 돌아다니고, 해봤자 포장마차에서 술 먹는 정도 좋아하니까. 나름 재미있게 산다.

하하, 좀 깨는 거 없나?
긍정적인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긍정은 하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긍정적인 사람인 거지. 진짜 힘들 때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한다. 그냥, 무책임하게 도망가 버릴까? 나를 바라봐 주는 팬, 회사를 다 등지고 도망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술을 일부러 안 먹은 적이 있다. 약간 욱하는 성격이 있고 기분파라서. 혹시나 술 먹고 스스로를 다 놓아버릴까 봐. 스스로 너무 만족을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술이 사람을 부정적인 쪽으로 끌어내리긴 하지만.
상황이 너무 답답하니까 생각이 끝까지 간 거다. 좀 겁이 났다.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사랑비>를 만났다.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그건 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여자친구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사람은 항상 있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정말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낯선 사람이 도움이 되긴 한다.
낯선 사람한테 인생 얘기하는 것도 좀….

전화하면, 낯선 사람들 여럿 데리고 방법을 강구해보겠다.
하하. 지금은 다 이겨냈지만 많이 답답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조금 힘들다.

어느 정도 이겨내고 잘 여문 후, 꽤 좋은 시기에 당신을 만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에 만족스러운 거다. 지금은 다른 사람한테 거짓말을 안 한다.

자, 그래서 지금 서인국은 어떤 가수가 되고자 하나?
내가 가수가 됐던 계기, <슈퍼스타K>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프로그램이다. 연기를 하면서 내 감정을 다 해소할 수 있게 된 일종의 대리만족처럼, ‘어! 쟤도 할 수 있는데,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끝까지 어떤 희망을 주고 싶다. 남보다 좋은 환경도 아니었는데 가수가 돼서 노래하고 있으니까. 내가 완전히 어른이 되고, 할아버지가 돼서도 내 음악을 고집하고 싶다. 그때 내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멋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장기간, 계속해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가수? 하하, 좀 유치할 수도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누군가의 재능을 발굴해서 그 가능성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는 뭐가 가장 아쉽나?
아쉬운 걸 따지자면 밤을 샐 수 있다. 죽기 직전에 노래를 해도 그럴 것 같다. 노래에 정점은 없는 것 같다. 죽을 순간에도 아쉬울 정도로 그 위, 더 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아까, 좀 걸었는데 옷에 땀이 뱄다. 딱 오늘부터 여름 같았다. 오늘은 어떤 날이었나?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새롭다. 기억력이 안 좋은 게 도움이 되는 걸까?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딱 하루만 기억할 수 있어서 매일이 새로운 남자 얘기였다. 굉장히 부러웠다. 짜증났던 일, 상처받았던 거 다 잊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살 수 있다니. 만약 어떤 일이 너무 힘들어도 내일이면 모든 게 새로울 거 아닌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노력으로 되나?
그냥 지나가게 두는 거 아닌가? 근데 그 노력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이 인터뷰, 너무 착하지 않나?
하하,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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