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의자왕

2012.06.19GQ

의자왕, 오다 노리츠구와의 인터뷰

세계 최고 의자 수집가 오다 노리츠구를 만났다. 아끼는 핀 율 의자 몇 개만 가져왔데도, 대림미술관이 가득 찼다.

당신에게도 생애 첫 의자가 있었겠죠?
르 코르뷔지에의 LC4라는 의자야. 첫 직장이었던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보고 반해버렸지. 지금은 없어. 어렵던 시절에 팔아서 직원 월급을 줬거든. 그 후 같은 걸 다시 샀고, 지금은 창고에 있지. 스틸 의자는 잘 안 쓰게 돼.

전 스틸 프레임 의자가 좋던데요? 프리소 크래머의 리절트 체어 같은 거요.
어릴 땐 나도 그랬어. 근데 점점 원목이 좋아지더라고. 자네도 나이 들어 봐.

의자를 1천2백여 개나 가진 남자에게도,제일 좋은 의자라는 게 있나요?
집에 갖다 놓은 것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야. 그중에서도 핀 율과 폴 키에르홀름의 의자들을 더 아끼지.

핀 율의 의자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요?
No. 45 체어.

앉아본 것 중 제일 편한 건요?
쓰임에 따라 골라볼까? 폴 키에르홀름의 다이닝 체어 PK9, 한스 베그너의 이지 체어, 브루노 매트슨의 퍼닐라 라운지 체어.

그게 다 얼마일까요? 결국 수집은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물론 돈이 많을수록 좋겠지. 하지만 난 부자가 아니었어. 신혼여행도 못 가고, 가족 여행이라곤 1박 2일이 전부야. 마침 내가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할 땐, 핀율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어. 그래서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었던 거야. 운도 따랐지.

그렇게 모으다 보면, 가끔은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지 않아요?
한 1백 개 모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때 의자를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지.

어쨌든, 수집가는 주변 사람들의 질타를 받기 마련이죠.
모으는 데는 끝이 없으니까. 가족도 이해 못했어. 꾸준히 연구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모두를 납득시켰지. 문화적인 영향력은 후대에 큰 재산을 물려주는 거야. 명징한 결과물을 보면 아무도 질타하지 않을 거야. 인내를 갖고 계속하는 게 중요해.

가구는 결국엔 쓰다 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렴한 가구는 애착도 덜 가고, 금방 질리게 될 거야. 품질도 떨어질 거고. 금방 버리거나 남에게 주게 되겠지. 10만 엔짜리 의자를 사면, 20년에 10만5천 엔 정도 투자 가치가 올라가. 쓸수록 애착도 많이 가고, 소중하게 다루는 습관도 생기지. 손자에게 대물림할 수도 있어. 결국 싼 의자보다 비싼 의자가 경제적인 셈이지.

그렇다면, 완벽한 의자는 뭘까요?
목적에 맞게 기능적이고, 비율이 아름답고, 강도도 충분한데다, 25년 이상 생산된, 너무 무겁지 않은, 게다가 시대를 상징하고, 제품과 가격의 균형이 맞는 의자. 몇 가지라도 만족시키는 의자를 샀다면 안심해도 돼.

혹시, 패션에는 영 관심이 없으세요?
무슨 소리, 어릴 땐 엄청나게 관심 많았어. 의자 하나 사기 전까진, ‘패션왕’이 될 줄 알았어.

역시, 차고 계신 롤렉스를 보고 눈치챘어요.
대학생 때 무리해서 산 건데, 아직까지 쓰잖아. 비싸고 좋은 걸 사는 게 결국엔 남는 거라니까.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장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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