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화끈한 거 없을까?

최동훈 감독이 영화 <도둑들>을 찍었다. 사기와 도박은 이제 시시해서 마카오를 털었다.

격자무늬 셔츠는 소이셔츠 by 퍼블리시드, 청바지와 신발은 발리, 선글라스는 발렌시아가 by 사필로.
격자무늬 셔츠는 소이셔츠 by 퍼블리시드, 청바지와 신발은 발리, 선글라스는 발렌시아가 by 사필로.

촬영은 인터뷰가 끝난 후에 할까?
사진 촬영은 정말 힘들다. 적응이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독자들이 내 얼굴을 궁금해할까?

그동안 인터뷰에서 많이 찍지 않았나? 게다가 <도둑들> 예고편은 감독 이름으로 시작한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생각 안 하고 사는 편이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몰라서 사는 데 불편한 점은 없다.

그래도 스타 감독이니까, 또다시 1백억이 넘는 예산이 가능했겠다.
1백억은 어마어마한 돈이다. <전우치>에서 1백억으로 찍을 땐, 손해를 안 보겠다는 강박이 너무 심했다. 이번엔 두 번째여서 조금 여유로웠다. 그 1백억 한 번만 내 통장에 넣었다 빼줬으면 좋겠다. 흔적이라도 남게.

그전에 (부인인) 안수현 프로듀서 허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하, 그럴지도. 이번 영화는 아내와 작업해서 좋았다. 난 안수현 프로듀서가 한국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믿을 만하고. 훌륭한 검열자다. 보통 다독이면서 씹어야 되는데, 기분 나쁠 만큼 성실히 씹는다. <타짜> 할 땐 연애할 때였는데 메모까지 하면서 지적했다. 결혼하고 내가 <전우치> 감독 할 땐, 그는 <박쥐> 한다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안수현 프로듀서의 부재가 <전우치>의 부족함으로 드러났을까?
그럴 수도 있다. 집에 오면 박찬욱 감독은 정말 위대한 감독인 것 같다고 감탄하고. 일부러 안 물어본 것도 있다. 서로 좀 다른 경험을 쌓는 게 더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우린 둘 다 일 중독자다. 둘이 알게 모르게 치열하게 싸우지만, 애정 전선엔 이상 없다.

예전 인터뷰에서 지구는 여자 손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남자도 지구의 일부다.
그건 내 아내를 빗대서 한 얘기가 아니라…. 결혼하니 여자가 너무 재미있다. 보통은 남자들이 하던 역할을 여자가 했을 때 클리셰 같지 않다. 여자가 여러 면에서 남자보다 낫지 않나?

아내와 범죄 영화를 뜻하는 ‘케이퍼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제작사를 차렸다.
원래는 페이퍼 필름으로 지으려고 했는데 이미 등록된 이름이었다. 그래서 안수현 피디의 이름을 따 ‘ASH’로 지을까 했다. 그런데 재처럼 불탈까 봐 페이퍼에다 내 이름 C와 안수현의 A를 따서 케이퍼가 되었다. 원래 케이퍼가 ‘작당 모의’란 뜻이다. 영화사를 차린 자체가 작당 모의란 생각이 들었다. 내 장르적 취향도 반영되고.

“잘할 수 있는 걸 해라. 그래야 말이 되는 걸 할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빌리 와일더의 말처럼 가장 잘하는 범죄 영화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신의 범죄 영화는 장르와 시대를 고려한 기획영화 같다.
내가 프로듀서 기질이 있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입봉한 이유도 한국에 그런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감독은 기획자다. 뭘 할 수 있을까, 뭘 잘할까, 뭘 하면 될까, 고민했다. 안 좋은 건, 이런 걸 찍으면 관객이 좋아할 거야, 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면 대부분 잘 안 된다.

관객을 예측할 수 없을까?
관객은 정말 똑똑하다. 사람들이 우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관객은 확실한 욕구가 있다. 반대로 영화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규격화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15도쯤 살짝 비껴가야 모든 사람이 재밌어 한다. 15도쯤 비껴갈 수 있게 만드는 건 영화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전우치>는 그런 고민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우치>를 다시 보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쏟아진 히어로 영화에서 지겹게 이야기하는 ‘희생’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다.
개봉 당시엔 배우의 유명세나 감독의 기대감과 영화가 안 맞았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보면, 영화 자체를 볼 수 있겠지. 실제로, 현재 할리우드 영화는 재미는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엔 명백한 캐릭터가 없다. 스타를 데려다, 그 사람의 이미지에 의존한다. 스타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블이나 DC를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기존에 있던 히어로의 캐릭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히어로 영화 말고는 할리우드 캐릭터가 별로다. 아직까지도 <다이하드>를 뛰어넘는 액션 영화는 없다. 반면에 한국 영화는 아직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한다. <전우치>도 블록버스터 형태였지만, 그 안에서 아기자기하게 잘 놀고 싶었다. 그래도 <아바타>랑 붙어서 610만 했으면 멍만 들고, 피 안 흘리고, 잘 버텼다 싶다.

판타지를 좋아하나?
아니. <전우치>는 판타지일까? 리얼한 현실이 아니라서? 난 <삼국유사>의 세계관을 말하고 싶었다. <전우치>를 또 하고 싶은데, 어렵다.

<전우치2> 시나리오를 쓴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만약 하게 되면 3D로 하자고 할 거다. 그럼 제작비가 1백50억, 아니 1백80억이나 2백억이 되면 돈에 압사당하겠지. 한 번 더 쓰면 정말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김윤석 선배와 <전우치>를 더 어렵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만약 <전우치2>를 하면 어렵게 만들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인셉션>을 봤다. 깜짝 놀랐다. 아, 크리스토퍼 놀란 저 자식…. 하…. 이러면서.

7월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일주일 차이로 붙는다.
<인셉션> 봤을 땐 놀란 저 자식이! 이랬는데, 지금은 놀란 이 자식이…, 이런다. 놀란은 훌륭한 감독이다. 어떤 면에선 제2의 스탠리 큐브릭 같기도 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남자들에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해주니 엄청 불안하다. 하지만 붙어봐야 알겠지.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의 남자 주인공은 지금까지의 마초와는 다른 우주에 있다. 여자에게 구애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의리 같은 과한 감정은 배제하지만 진정한 내 편에겐 목숨까지 건다.
내 성격이 영화 빼고는 집착하는 것이 거의 없다. 옛날에 <영웅본색>을 보고, 저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 영화를 보고 깨달은 게 있다면 저런 친구는 사귀지 말아야지, 였다. 의리 같은 건 남성적인 세계가 아니라 만들어진 세계다. 멋진 남자일수록 집착도 안 하고 아주 결정적인 것에만 중요한 걸 건다. 사소한 건 흘러가게 두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타짜>와 <전우치> 모두 스승의 역할이 중요했다. 영화를 하면서 백윤식 같은 스승을 만난 적이 있나?
내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건, 차승재와 안수현이다. 차승재는 보스로서, 안수현은 친구로서. 영화적 고민을 주는 스승은 박찬욱 감독이고.

박찬욱 감독이 훨씬 선배….
에이, 그게 또 뭐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입봉 연도로만 따지면 십 년 넘게 차이 나니까. 박찬욱의 어떤 점이 뛰어날까?
그가 만든 영화적 미학은 한국에선 나올 수 없는, 그냥 툭 떨어지듯이 나온 미장센이다.

한 작품을 꼽자면?
<박쥐>. 이 영화가 또 안수현 프로듀서가 만들었으니, 누가 보면 진짜 부부가 지랄한다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박쥐>를 보고 영화를 통해 얻은 최고의 엑스터시를 경험했다. 직감적으로 내가 지금 엄청난 것을 봤다는 걸 알았다. 보자마자 미친 듯이 운전하면서 비발디 들으며 남산으로 갔다. 나중에 여러 평을 봤는데…. 정말, 정말, 난 동의할 수 없다. 한국 최고의 영화는 <박쥐>다.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의 문제였을까?
보는 내내 머리가 따끔거렸다. 난 일 초도 머리가 안 아프고 재미있었다. 아,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그럼 같이 작업한 스태프에 대해서 묻고 싶다. 지금까지 연출한 네 작품 모두 최영환 촬영감독과 함께 했는데, 이유가 있나? 스케줄이 네 번 연속 맞았을까?
그것도 맞다. 최영환 감독과 작업하면, 숟가락 들고 숟가락 내려놓을 때만 빼고 일만 한다.

다른 스태프들이 죽어나겠다.
둘이 제일 바쁘다. 난 뛰어다니고, 최영환 감독은 계속 카메라 옮기고. <타짜>에서 가구 창고 찍을 때, 24시간밖에 없었다. 한 70개 쇼트를 찍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야식을 먹자는 거다. 그래, 야식 먹어야지, 내가 빨리 먹어야, 빨리 와서 일을 하지 하고 막 먹으러 갔는데, 갑자기 최영환 감독이 “야식 먹지 말고 합시다!”하고 소리쳤다. 내가 최영환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쇼트 감과 편집감이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옛날부터 예쁘게 찍지 말자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예쁘게 안 찍는 걸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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