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나와 나 2

2012.07.02GQ

낯익은 얼굴. 참 변하지도 않는 얼굴. 18년 동안 그를 봤지만 우리는 세월의 무상함 따위를 느끼지 못한다. 박진영은 좀처럼 그럴 새를 주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려고 노력한 적은 없어요. 항상 어떤 사람 자체가 되려고 했어요.” 새삼, 그 낯익은 얼굴을 다시 본다.

턱시도와 셔츠와 보타이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니트 톱과 쇼트 팬츠는 모두 루이 비통. 팔찌는 비아토리 X 바이콘.

턱시도와 셔츠와 보타이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니트 톱과 쇼트 팬츠는 모두 루이 비통. 팔찌는 비아토리 X 바이콘.

박진영이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했는데, 영화가 별로라면 어떤가?
결과는 나를 벗어난 일이다. 내 자신감이나 생각과는 다른 문제다. 나는 두려운 게 없다. 재밌을 것 같은 일에 뛰어들었고 진심을 다했다. 거기서 모든 걸 다 잃는다 해도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 첫 판만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나는 얼른 이걸 깨고 다음 판으로 가고 싶다. 끝판도 만나고 또 그 다음을 맞닥뜨리고 싶다.

그냥 ‘딴따라’ 한 명이 아니라 대형 기획사의 대표라는 점 때문에 여러 가지가 복잡해진다.
맞다. 그래서 절제하는 부분이 있다. 예전엔 성공률 같은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뭔가에 도전했는데, 지금은 50프로 이하의 성공률엔 도전하지 않는다. 그게 나를 믿고 함께 가는 사람들에 대한 내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양심이라는 단어가 나온 김에… 당신이 작곡하고 아이유가 부른 노래 ‘Someday’에 대해 법원에서 표절 판결을 내렸고 당신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 마디가 똑같다. 근데 나는 그 노래를 정말 몰랐다. 베끼지 않았다.

항소하겠다는 의지는 말하자면, 표절이라는 어떤 낙인에 대한 거부이자 싸움인가?
문제는 낙인이 아니라 내 양심 자체다. 표절이라는 문제에 누구보다 민감한 게 나다. 또한 새 노래가 나왔을 때 회사 차원에서 모니터링에 기울이는 촉각은 철저하다. 하지만 문제가 된 그 노래는 우리의 그물이 거를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놓쳤다. 그런데, 표절은 도둑질이고, 도둑질은 뭔가 궁지에 몰린 사람이 궁해서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같은 시점에 1위 곡을 여섯 개 썼다. 더구나 그 노래는 아이유가 드라마 주제곡으로 부를 노래였다. 전 국민이 다 알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슬쩍 묻어가는 노래가 아니다. 그런 노래를 왜, 어떻게 베끼나? 네 마디가 똑같다. 사실이다. 법원에서 표절 판결이 났다. 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 노래를 베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이런 일은 훨씬 많아지지 않을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자, 장안의 화제였던 <K-POP 스타> 1위 박지민이 JYP와 계약했다. 한껏 숨겨놓았다가 놀래키는 데뷔와 달리, 많은 사람이 이미 그녀를 안다. 기획자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나?
전혀. 나는 남들이 쳐다보는 걸 좋아한다. 9회 말 투아웃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거 너무 재밌다.

그 프로그램 이후, 세 회사를 이래저래 비교하는 보도가 부쩍 잦다. JYP 주가가 가장 낮다는 뉴스도 나오는 판이다.
돈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잘나가는 애들 계속 신곡 내면서 돌리면 된다. 근데 그건 재미가 없다. 개성도 없다. 나는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가 애플 같은 회사가 되길 바란다. 개성 있고 색깔 있는 회사.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임도 안 되던 회사가 결국 자신만의 색깔로 오늘날 애플이 된 거 아닌가?

그런데 박진영에 너무 기대고 있다는 인상은 다소 부정적이다. 당장 원더걸스나 미쓰에이의 새 노래가 박진영 곡이 아닐 확률도 있을까?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이 잘되어야 진짜이듯이, 박진영 없는 JYP가 잘되어야 하는 게 맞다. 곧 미쓰에이의 타이틀곡을 고를 예정인데, 여럿이 모여서 투표를 한다. 누가 작곡한 노래인지 모르면서 다같이 들어보고 정하는데 거기서 만약 내 노래가 아닌 노래가 선택되면, 큰 혜택을 주기로 했다. 나도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는 입장이고.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는 이유로 스스로 100일 금주령 벌을 줬다가, 최근에 100일 지나 다시 마시는 걸로 안다.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놀면서 지내지, 뭘 그렇게.
주변에서도 그냥 편하게 놀자고 그런다. 근데 나는 지금만 노는 게 아니라 늙어 죽을 때까지 놀고 싶다. 평생 노는 사람이 되려고 이러는 거다.

아주 오랜 후에도 박진영은 여전히 박진영다울 것 같다면 공치사로 들리려나?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는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믿는 누군가를 배신하진 않는다. 그게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탭
    스타일리스트/김봉법, 메이크업/김범석, 헤어/ 김환, 어시스턴트 /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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