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 하지만 에프엑스는 다른 아이돌과는 좀 다르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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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함에 열광하면서도 “섹시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걸그룹 팬들 사이에서, 에프엑스는 무척 이질적인 존재다. 하체를 드러내는 의상과 안무를 활용하면서 ‘롤리타’ 혹은 ‘앨리스’를 연상시키지만, 에프엑스는 차라리 자신이 섹시한 줄도 모르고 까불거리는 조증에 걸린 소녀다. 소녀시대를 위시한 많은 걸그룹과 달리, ‘그래도 결국엔 착하고 귀여운 애인’으로, 얌전 떨면서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다. 정신없는 의상과 황당무계한 가사, ‘소년 같은 소녀’를 넘어서는 앰버의 존재까지. 에프엑스는 그들을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걸 우습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아이돌은 거의 ‘가상 연인’으로서 기능하고, 성적 대상화 없이는 존재하기 힘들다. 에프엑스는 이 부분에서, 매우 독특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댄스 음악 일변도의 아이돌 음악에서 음악성(거의 가창력)이 부족하다고 누군가 비판하면, 아이돌은 록을 차용하거나 뮤지컬에 출연하고, 강렬한 고음 솔로를 넣은 발라드를 부른다. 그러나 에프엑스의 < Electric Shock >은 정형화된 비판에 연연하지 않는다. 1번부터 마지막 6번 곡까지, 강렬한 일렉트로닉 댄스로 태연하게 몰아붙인다. 쉬어가는 4번 곡 ‘Beautiful Stranger’조차,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빠른 리듬의 신시사이저로 시종일관 속도감을 유지한다. 차분히 가라앉는 마지막 곡 ‘훌쩍’은, 이 앨범에서 떼어내 듣는다면 그 강한 비트와 자극적인 전자음, 특이한 연출로 인해 도드라질 곡이다. 필수요소처럼 한두 번씩은 들어가던 리드 보컬의 강한 고음 솔로도 없다. ‘제트별’에 단 한 번 등장하는 고음조차 전작의 ‘피노키오’에서 보여준 열창에 비하면 있는지도 모르게 넘어간다.

자극적인 결과물을 위해, 독특하고 실험적인 사운드와 과감한 작법을 채용하는 에프엑스 특유의 질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백화점식으로 구성되던 기존 SM 발매반들의 난삽함에 비해, 이 음반은 매우 통일감 있게 짜여 있다.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로 호평 받았던 전작 < 피노키오 >가 산만하게 느껴질 정도다. 높은 음압과 자극적인 비트, 과격한 보컬 연출로 일관된 이 음반은, 전체의 사운드를 통일하면서 각 곡의 내부에 적극적인 완급과 대조를 두어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이를테면, 에프엑스의 이미지에 비해 무뚝뚝하게 들릴 정도로 자제된 ‘Love Hate’의 전개부는 대조를 통해 후렴부의 상승감을 더한다. 짜릿함으로 가득한 전체 음반의 피로도를 덜기 위해 절제한 요소들이 여기저기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에프엑스의 악명에 일조했던 가사도 다소 자제했다. 여전히 가사는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 만큼 파편화되어 ‘이미지’를 어지럽게 던진다. 하지만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Hot Summer’)”에 비하면 그리 황당하지 않다. 싱어로서의 비중이 부쩍 커진 앰버의 약진도 돋보인다. 다소 겉돌던 앰버의 랩 파트를 포함, 다른 멤버들의 보컬 역시 멜로디와 랩, 말의 경계를 문질러, 균질하게 만들었다.

흔한 아이돌 비판의 수사들을 보란 듯이 정면 돌파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한 음반이다. 섹스어필도 애매모호하고 ‘어쨌거나 자기들끼리 신나게 노는 것’이 콘셉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다소 마니악한 위치를 점하면서, 당장의 상업적 성과보다는 개개인의 캐릭터에 비중을 두고 진행한 결과다. 아이돌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며. SM은 ‘에프엑스니까, 뭘 해도 괜찮아’라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에프엑스만이’ 이룰 수 있는 성과다.

Electric Shock >는 ‘웰메이드 아이돌 팝’을 지향하는 SM이 아이돌에게 주어진 한계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실험을 거듭한 결과다. 이 음반의 음악성에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아이돌의 근본적 속성에 질문을 던지며 그 한계를 전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로 들린다면, ‘프로덕션의 예술’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더군다나 적당하게 찍어낸 아이돌의 홍수가 돈을 쓸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말이다. 이것은 한국 아이돌 팝의 한 정점이며, 또한 가장 이질적인 사례다. 다시 말해 ‘케이팝’의 닿을 수 없는 미래, 혹은 오직 에프엑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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