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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 달라

2012.07.06GQ

공포와 안락, 극단과 일상을 넘나드는 고성능 모델과 일반 모델 네 쌍을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겉은 의뭉스럽게 다르고, 속은 천양지차다.

아우디 S4

엔진 V6 3.0 TFSI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4.9kg.m
제로백 5.0초
최고속도 시속 250킬로미터
가격 미정

Exterior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아우디 A4와 S4를 캐리어로 공수했다. 촬영은 서울 모처의 스튜디오에서 주의 깊게 진행했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얼굴만 보고 둘을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라디이에터 그릴을 봐야 한다. S4는 이름표가 붙어 있고, 더 반짝거리는 크롬으로 도금했다. 사이드미러도 S4는 크롬이다. 아우디 싱글프레임은 그대로 같은 모양인데, 범퍼의 공기흡입구는 S4 쪽이 미세하게 넓다. 고성능 모델일수록 고출력 엔진을 쓰고 더 많은 열과 에너지를 내니, 맹렬하게 가속하는 와중에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서다. 외관에 눈에 띄는 차이를 주지 않은 건, 일단 달려보면 확연히 다르니 외부의 시선 같은 건 신경도 안 쓰일 거라는 아우디의 자신감일 것이다.

옆에선 휠을, 뒤에선 트렁크 끝을 봐야 한다. S4의 브레이크는 빨간색, A4는 회색이다. S4의 트렁크는 위로 살짝 치켜 올라갔고, A4는 매끈하다. 핸들도 S4는 알파벳 D 모양,

아우디 A4

엔진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
제로백 6.9초
최고속도 시속 212킬로미터
가격 미정

Impression
S4를 운전할 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둘의 차체는 같다. 하지만 최고출력은 100마력 이상, 제로백은 2초나 차이가 난다. 이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운전자와 동승자의 피돌기 속도를 좌우하는 수치다. S4를 성질대로 몰았다간 이내 감당할 수 없는 중력 가속도와 맞닥뜨릴 수 있다. 페라리 같은 슈퍼카를 타고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과 S4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내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무섭기론 단연 후자다. A4와 S4의 차체가 같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같은 몸에 탁월한 힘을 심었을 때 체감 속도는 몇 배가 된다. 운전자는 이런 쾌락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 도로에서, 분명 아우디 A4인데도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쏜살같이 지나간다면 S4라고 생각하면 맞다.

A4는 동그라미다. S4 쪽의 핸들을 돌릴 때 회전반경이 더 짧아 차를 조금 더 민첩하게 몰아세우기 쉽다. 기어봉도 마찬가지다. S4의 기어봉은 스포츠카에 가깝다.

재규어 XF R

엔진 V8 5.0리터 SC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3.8kg.m
제로백 4.9초
최고속도 시속 250킬로미터
가격 1억 4천7백80만원

Exterior
고성능 모델을 일반 모델과 차별화하는 전략은 공통적으로 크롬과 검정색 혹은 빨간색이라고 봐도 좋다. 재규어 XF와 XF R도 그 공식을 따른다. 일단 R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색이 다르다. 공기흡입구가 크고 넓으면서 주변을 크롬으로 둘렀다. 범퍼 라인도 미세하게 다르다. XF는 좀 더 정중하게 품세를 지키고 있는 데 반해, XF R의 선은 밑으로 흐른다. 2012년형 재규어 XF는 올 뉴 XJ의 얼굴과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매혹적이고, 선 하나하나를 뜯어봤을 때나 전체를 응시했을 때의 과감한 매력이 다르지 않다.

역시, XF R의 휠 안엔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들어 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든 붙잡아줄 테니 안심하라는 뜻. 트렁크 윗부분도 XF R 쪽이 살짝 올라가 있다.

벤츠 C200 CGI

엔진 직렬 4기통 1.8리터 가솔린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
제로백 7.8초
최고속도 시속 235킬로미터
가격 4천6백20만~5천2백40만원

Impression
C클래스의 작고 옹골찬 차체 그대로, 이 엔진의 배기량이 6,208cc다. 비인간적인 조화의 결과가 그대로 길 위에 드러난다. 소월길을 마음대로 헤집을 땐 여기가 뉘르부르크링인가 싶은 착각 때문에 위험했다. 뒷바퀴를 살짝살짝 미끄러뜨리면서 서울 시내를 달릴 땐 일단 운전 실력을, 그 다음은 경찰을 조심해야 한다. 기어봉을 스포츠 모드로 놓고 가속할 땐 분노한 맹수들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규모로 귀를 때린다.

왼손과 오른손을 쥐어야 하는 3시, 9시 방향 주변에는 알칸타라로 덮었다. 시트도 버킷 형태다. 의도치 않았던 속도로 굽잇길을 공략할 때, 이 시트에 감사하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

엔진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디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
제로백 9.3초
최고속도 시속 207킬로미터
가격 3천3백40만원

Impression
6세대 골프 2.0 TDI는 사실 모자랄 게 없는 차다. 굳이 불만을 갖는다면 간결한 인테리어가 섭섭한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차가 골프다. 빠르고, 성실하며, 운전하는 재미도 있고, 충분히 넓다. GTI는 그 위에서 어떤 극단을 지향한다. 배기량으로 밀어붙이는 근육질은 아니지만 확연히 다른 차이. 골프 GTI를 사는 사람은 으레 GTI만을 정조준한다. 눈치 볼 것 없고, 섭섭할 것 없고, 한적한 주말마다 속을 뻥 뚫어주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에.

핸들에는 오디오 시스템과 계기반의 여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핸들을 감싼 가죽은 빨간 스티치로 봉합했다. 작은 세부가 전체적인 인상을 공격적으로 정의한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어시스턴트/ 이예은, 김형근, 장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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