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벤츠를 바꾸는 남자

2012.07.12GQ

2세대 CLS와 M클래스를 보고 새로운 벤츠를 느꼈다면‘, 벤츠 어드벤스드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디자이너 이일환의 감각과 손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그린 2세대 CLS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적절히 섞인 차였다.
첫인상은 남성적이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섹시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여자 몸의 곡선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곡선을 쓰되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 감각적인 선을 섞는 식으로.

2세대 CLS야말로 당신의 의도대로 나온 차겠다.
1세대 CLS는 디자인 아이콘이다. 그걸 그대로 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M클래스도 그 디자인 언어의 연장선에 있는건가?
좀 더 정리됐다. 남성적이고 힘 있는 이미지에 주력했다. 선들이 곡선이면서도 수평적이다. M클래스는 만인을 위한 차니까,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오, 벤츠가 만인을 위한 차면 행복하겠다.
하하.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차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차다.

지금 당신이 연구실에서 그리는 그림은 몇 년 후 자동차를 위한 건가?
양산차는 보통 5년 후를 예상한다. 벤츠는 전통이 있으니까, 유행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완벽하게 자유롭기보다 해석할 전통이 있는 편이 도전적이지 않나?
맞다. 벤츠 디자인 철학이“ 전통, 혁신, 미래”다. 세 가지를 겸비해야 벤츠다운 차가 나온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벤츠를 믿고 밀어붙여야 한다. 125년 벤츠 역사, 모든 시대의 세부를 다 파악하고 있어야 새 해석이 가능하다. 거기에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이 들어가는 거다.

디자인을 설명하는 자료에는 모든 차가 역동적, 미래적이라고 쓰여있다. 여자 몸을 형성화했고 또한 웅크린 치타 같다. 이런 의심. 모든 디자이너가 그런 차를 만들고 싶은 걸까?
형상화가 다를 뿐, 추구하는 건 비슷하다. 그건 자동차 디자인을 할 때 꼭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다. 익숙한 단어를 성공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다들 그렇게 하고 싶지만 쉬운 건 아니라서.

당신이 디자인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독일에서 처음 봤을 때,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러면서 모든 과정이 필름처럼 스쳐갔다. 내가 바쳐온 것들, 같이 일했던 사람들. 정말 자식 같은 차다.

자식이 CLS처럼 섹시하면.
하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보낸 느낌도 받고….

어떤 사람이 당신의 자식 같은 차를 운전했으면 좋겠나?
유일하게 원하는 건 자동차에 대한 어떤 존중,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시 경차를 디자인할 계획은 없나?
해보고 싶다. 작은 스포츠카도 하고 싶다. 세단은 당연히 해야 하고. 누구나 꿈꾸는 슈퍼카도 하고 싶다. 뭣보다 정말 클래식으로 남을디자인 아이콘을 하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그려놓은 게 있나?
학생 때 그린 건 있다. 그냥 슈퍼카를 하고 싶어서 그리는 것과 어떤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려서 그리는 건 정말 큰 차이다. 평가는 거기서 갈린다. 정체성을 살리는 게 자동차 디자인의 재미 중 하나다.

다음 프로젝트는 언제, 어디서 볼 수 있나?
올해 모터쇼에 출시할 차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내년 것도. 꼭 보게 될 거다. 그리고 놀랄거다. 디자이너로서 이런 게 재미있다‘. 이걸이렇게 하면 세상이 놀라겠지?’ 생각하는 것. 그것이 콘셉트카의 묘미다. 깜짝 놀래키는 것.

    에디터
    정우성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