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대한의 아들과 딸 – 사재혁, 문유라

2012.07.12정우영

아, 올림픽. 우리는 곧 이들의 얼굴을 보며 가슴 졸이는 밤과 낮을 보낼 것이다. 응원하고 기도하다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 10인을 만났다. 아니, 대한의 아들과 딸 열 명을 힘껏 안아주었다.

역도 사재혁, 문유라

역도는 “무거운 원판을 양쪽에 끼운 심봉을 손으로 잡고, 이를 들어 올리는 경기”를 말한다. 그런데, 두 선수의 정강이에 든 숱한 멍 자국은 뭘까?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G.K. 체스터튼의 <보이지 않는 남자>의 한 장면처럼 의아했다. “몸에 최대한 붙여야 돼요. 무거운 물건 들 때 몸에 밀착시키듯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의 말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다 보면, 심봉을 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당기고 있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를 곧 훈장으로 생각지 않는다. “운동선수에 대해 ‘상처를 이겨내고 이룬 성공’ 같은 식으로 말하는 거 지겨워요. 근데 얘는 멍도 별로 없네요.”

문유라는 지난 전국체전에서 68킬로그램급에 출전, 한국 신기록 3개를 갱신한 ‘꿈나무’다. 사재혁은 “얘랑 하면 제가 질걸요? 젊잖아요?”하고 엄살이다. 문유라가 하는 말에 일일이 참견하면서. “너는 욕심을 가져야 돼.” “너는 부러져도 할 때지.” 문유라는 선배의 말에 “맞아요, 맞아요” 한다. 문유라는 아직 겸손이라 할 수도 없는, 어깨 위의 책임감을 곱씹을 때. “어렸을 땐 힘들어요. 얘도 지금 되게 힘들 거예요. 그런데 계속하면, 재밌는 순간이 와요. 저는 지금이 제일 재밌어요.” 마치 지금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될 듯한 말. 응원하겠다고 했더니, “기대하세요” 하면서 훈련장을 향해 돌아서는데, 두 사람의 정강이는 보이지 않았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장윤정
    스탭
    헤어/ 황상연, 메이크업 / 이가빈(스와브 17), 어시스턴트/ 문동명, 유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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