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코미디가 코미디

2012.07.19GQ

한국 코미디 영화가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은 왜 벌어졌을까?

코미디 영화의 임무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일이다. 그것은 신성한 임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은 공포를 주는 일보다 가치 있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주제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차형사>에 대해 몇 가지 부정적 단상을 늘어놓으려 한다. <차형사>가 우리를 못 웃겨서만은 아니다. 이 영화가 웃음을 공정하는 과정에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가 습득한 몇 가지 나쁜 습관들이 엿보여서다.

첫 번째 나쁜 습관은 대중매체를 여러 가지로 인용하는 것으로 영화적 아이디어를 대신하는 요령이다. 이는 코미디의 가벼움을 사유의 가벼움으로 해석한 결과다. 대표적인 예가 <써니>다. 1980년대와 현재는 사유를 통해 접합되지 못하고, 대중매체의 1차원적 인용을 통해 동어반복적 판타지로 나열됐다. <차형사>의 ‘비포 앤 애프터’가 전시되는 방식도 비슷하다. 리얼리티 쇼, 드라마, 간접광고 등을 조합한 기획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쉬웠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핵심보다 부속에 치중한 영화가 나오고 말았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양상을 눈가림하기 위해 영화는 등장인물의 욕망에 대해 침묵한다. 이것도 나쁜 습관이다. 노숙자처럼 살아가는 방식에 자부심이 있었던 차철수가 갑자기 모델 일에 끌리는 이유, 지옥훈련에 순순히 응하는 이유, 완벽한 워킹을 구사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영화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넘어간다. 미시돌을 꿈꾸는 주부를 주인공으로 한 <댄싱퀸>도 그랬다. 그들이 왜 변화를 꿈꾸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욕망은 대중매체를 통해 학습된 것이고, 영화는 관객이 학습되었을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한다.

물론 ‘왜’라는 질문이 웃음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코미디가 명분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차형사>의 간과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노숙자의 이미지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노숙자를 보고 웃는 것이 나쁜가? 아니다. 노숙자도 웃음의 대상일 수 있다. 문제는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대중매체의 욕망이다. 사회적 삶을 거부하는 노숙자들은 어떤 의미로 아나키스트들이다. 흔히 리얼리티 쇼는 그런 노숙자 혹은 소외계층의 겉모습을 개조해 상류사회 속으로 편입시키며, 그것을 순기능이라고 말한다. 그 정치 경제적 목적이 차철수의 욕망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 욕망은 또한 노숙자의 삶과 ‘정상적’ 삶 사이의 수직적 위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웃음은 수평적이다. 가령 2000년대 초중반에 쏟아졌던 ‘조폭 코미디’의 유효한 전략 중 하나는 조폭과 검사, 스님, 할머니, 농부들을 성별, 지역, 나이에 상관없이 같은 층에 밀어넣는 것이었다. 비슷하고도 다른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깔깔댔다. 반면 <차형사>에서 노숙자와 패션 모델은 물과 기름의 관계다. 영화는 그 질서를 자빠뜨리는 ‘몸 개그’의 재미보다 ‘몸 만들기’ 감동에 관심이 많다.

환골탈태한 차철수는 모델로서 형사로서 우뚝 선다. 이는 성공신화라는 감동 서사의 비판 없는 답습이다. 이는 최근 출중한 유머를 선보인 두 편의 로맨틱코미디 <러브픽션>과 <내 아내의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남녀를 가르는 얄팍한 지표인 ‘겨털’로 관객의 배꼽을 간질이는 중에 남주인공을 ‘찌질한 놈’으로 남겨두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후자는 ‘성기’의 정력으로 부부 사이의 주종관계를 뒤엎는 중에 여주인공이 무능력한 주부에 머물면 곤란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렇듯 무소용을 버티지 못하는 웃음은 뒤로 가면서 활력을 잃기 십상이다.

사실, <차형사>의 실패는 어떤 면에선 교훈적이다. 비평적 무관심과 상관없이 자생적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한국 코미디 영화가 대중문화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단순히 짜집기 했다는 염려 이상의 문제가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괜찮은 웃음은 우리에게 해방감을 준다. 문제는 코미디 영화가 여전히 나쁜 습관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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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후경( 기자)ILLUSTRAION/ KIM SA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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