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이 1

좋은 가정환경에서, 건강하게,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럼에도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비참과 우수를 연기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알겠어서, 한번 불러본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건강하게,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럼에도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비참과 우수를 연기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알겠어서, 한번 불러본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네요. 좀 빠지긴 했는데, 그래도 드라마 찍을 때보단 회복했어요.

의도적으로 뺀 거예요? 굳이 되게 마르고 싶단 생각이 없어요. 화면에 잘 나오려고 얼굴 붓지 않게만 하죠. 너무 마른 건 안 예쁘니까. 근데 <패션왕> 찍으면서 힘들어서요.

좀 마른 게 옷 테가 나긴 하잖아요. ‘패션왕’인데. 그쵸! 그런 게 있긴 한데,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저체중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일단은 건강해야, 뭘 하든 하는데.

얼마 전에 ‘넌 달콤했어’란 노래 불렀죠? 단 거 되게 많이 먹나 보다 했는데. 하하. 단 거 좋아해요. 딱히 가려먹진 않고요. 그 노래는 좀 부끄럽긴 한데, 어쩔 수 없죠. 일인걸요.

당장 하루 안 먹어도 겉모습에 나타나잖아요. 이를테면 오늘 같은 촬영 날 밥을 안 먹고 온다든가. 그래요? 그럴 때도 있어요. 근데 끼니 거르면 당이 떨어지잖아요. 진짜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어지러워서 기분이 안 좋아요.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요.

안 좋은 영향이라면? 말이 없어지죠. 그러면 다들 제 눈치 보지 않겠어요? 차라리 건강한 음식이 나아요. 똑똑하게, 파스타 대신 메밀면 먹는 거죠. 배고파 가면서 할 필요 있나요.

참을성이 엄청나군요. 물론 파스타도 먹어요. 하하. 참는다기보다, 건강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먹는 거 참으면 수면에도 방해돼요.

자신처럼, 다른 사람 건강까지 챙기는 미담을 남겼던데요? 피곤한 기자에게 눈 좀 붙이라 그러고, 혼자 질문하고 답했다면서요? 아아, 옛날에. <지붕 뚫고 하이킥>할 때, 현장에 자주 오는 기자 분이었어요. 안면도 있고 친해서 그런 거지, 미담은 아니에요. 하하.

그런 배려는 듣도 보도 못했는데요? 아, 배려는 되게 중요해요. 작품의 질이나 작품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작업 현장의 분위기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억지로 그러는 건 아니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까 제가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아까 “일이니까”라고 했는데, 일하다 보면 배려는커녕 참아야 하는 상황도 많죠? 물론이죠.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역 출신 연기자들이 어른스럽고, 참을성이 많은 경우를 자주 봐요. 그럴 수 있어요. 그럴 수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게 가둬놓고, 뭘 연기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산업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모르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속한 직업이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 데 그리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러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박탈당하니까, 저와 가까운 환경에서는 최대한의 행복을 쟁취하면서 살려고요. 그렇지 않고 어떻게 견디나 싶고요.

사람들은 긍정적이라기보다 ‘사연 있는 여자’로 보는 것 같은데요? 그런 시선은 어때요? 전혀 상관없어요. 저를 보는 관점은 그분들 마음이고, 어차피 연예인이라는 게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가장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소재 아니겠어요? 그분들이 즐거움을 얻든, 부러움을 가지든, 그런 다양한 감정을 받아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실 전 어떻게 생각하시든 상관없어요. 오히려 너무 ‘플랫’한 것보다, 배우로서 좋은 것 같고요.

장태유 PD가 한 인터뷰에서 그랬죠.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사채업자한테 쫓기고 있는데, 직업을 위해 연기하는 느낌.” 하하하하. 나쁘지 않아요.

‘우수’가 있다는 건데, 그건 배우 신세경일까요? 아니면 신세경은 원래 그리 보이나요? 모르겠어요. 유독 카메라 앞에서 그런 느낌이 많긴 해요. 하지만 제가 가진 감정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할지도 모르죠. 사실 제가 활동을 안 했던 중고등학교 때, 너무너무 행복했거든요. 저는 그냥 충실하게 제 삶을 살았을 뿐인데, 왜 그럴까요?

대중들에게 각인된 첫 작품, <지붕 뚫고 하이킥> 세경의 이미지도 한몫했겠죠. 저한테 정말 많은 걸 가져다준 작품이에요. 김병욱 감독님은 정말 최고의 연출자예요. 김병욱 감독님이 그랬어요. 나중에 네가 더 예뻐질 수도 있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될 수 있지만, 한참 후에 다시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면, 네가 가장 순수하게 연기하는 걸 볼 수 있을 거라고. 몇 년 안 지났는데도, 보면 정말 순수한 느낌이 있어요. 다신 갖지 못할 시간이요.

카피가 하나 생각나네요. “순하다고 깨끗할까?” 하하하.

김병욱 감독이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하면서 특별히 요구한 게 있나요? 아니요. 감독님은 당신이 그려 놓은 그림에 배우를 맞추지 않아요. 126부작이면, 굉장히 장기전이잖아요. 오랜 시간 옆에서 보면서, 배우에게 가장 잘 맞고 배우가 가장 잘 표현하는 걸 대본으로 주세요. 굉장히 세밀하게 관찰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세요.

‘우수’에는 김병욱 감독의 지대한 영향도 있었겠네요? 비극적인 이야기인데, 알고 보면 희극을 쓰시잖아요? 아이러니하지만, 매력적이죠. 아마 되게 큰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참 지지리 복도 없으면서 꿋꿋한, 수난극의 여주인공 역할이 반복되면서 이미지가 굳어진 바도 있어요.
콩쥐 캐릭터 말이죠? 사람들이 절 보면 비극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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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