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潤夏 3

2012.09.11정우영

윤하에게 물으니, 윤택할 윤에 연꽃 하 자를 쓴다고 했다. 윤하는, 여름 하 자로 바꿔써도 좋을 여름을 보냈다.

“여름 좋아해요! 살짝 변태 성향인지도 모르겠는데, 힘든 거 좋아해요. 더울 때 참고 이겨내는 거요.”

“여름 좋아해요! 살짝 변태 성향인지도 모르겠는데, 힘든 거 좋아해요. 더울 때 참고 이겨내는 거요.”

사실 무대란 그런 거죠. 근데 <나가수>는 정형화됐죠. <나가수>식 발성, <나가수>식 편곡이 생겼어요.
기성화될까 봐 제일 두려워요. 개성을 너무 타협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근데 김영희 PD님에게 감사한 점은 편곡 같은 데서 오는 제 개성을 전적으로 믿어줘요. 하지만 일단은 프로그램 성향에 최대한 맞추는 놀이도 즐기고 있어요.

근데, 등수라는 게 그렇잖아요. 앞에서 누가 걸어가면 따라잡고 싶은 것처럼
그건 좀 안하려고요. 어제 녹화를 했는데, 둘 다 발라드 곡이고 어떻게 보면 <나가수>에 맞췄지만, ‘먼 훗날에’보단 더 제 식을 넣었어요. 조금씩 색깔을 내려고요. 여러분은 바보가 아니지 않냐, 똑같은 것에 열광하는 분들이 아니지 않냐, 그렇게 어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지하고 싶네요.
예. 잘해야죠. 잘해야지, 말만 하면 뭐. 하하.

청중들이 우는‘ 클리셰’가 <나가수>에 있잖아요. 울릴 자신은 있나요?
제가 좀 진한 사람이 돼야 누구에게 눈물과 감동을 줄 텐데, 전 살랑살랑해서요. 히스토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나가수>의 히스토리가 있고, 제가 팬들과 꾸려가는 히스토리가 있고요. 콘서트에서는 마지막에‘ Hope’를 부르면서 제 얘기를 쭉 하다가 관객도 저도 펑펑울었어요. 제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죠.

‘먼 훗날에’를 불렀을 때 당신이 상위권일 수 있었던 건 마지막에 소리를 지른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그게 없으면 더 듣기 좋을 것 같은데, <나가수>에서는 안 그렇죠.
고음이 쭉 올라가서 한번 홀을 울려줘야 그 안에 같이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평가단은 노래 점수를 매기기보다, 청중과의 공유를 높게 사서 등수를 정하는 것 같아요.

스포츠 경기 응원 간 거랑 더 비슷하려나요.
내가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고음이긴 해요. 하나의 수단이.

금메달을 원해요?
“언니 좋아한다 그러면 애들이 뭐가 좋냐고 막 그래요, 우리 엄마는 윤아하고 헷갈리고요” 하는 얘기를 SNS나 사사로운 자리에서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나를 위해서 이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를 있게 해준 팬들이 있어서 하는거예요. 또 어렸을 때는 내가 이 일을 고른 줄 았었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 숙명이 겹쳐서 내가 있었고, 여기서 필사적으로 해야 해요. 근데 그런 얘기들이 제 신념과 어긋났어요. 마니아의 가수지만, 팬들을 창피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나가수>는, 팬들이 윤하의 팬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방법 중 하나예요. 누군가 윤하를 좋아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노래 잘하는 애?, 정도는 말해야죠. 그래서, <나가수> 더 열심히 하려고요.

앨범이 나왔고, <나가수>를 시작했어요. 윤하의‘ 히스토리 북’에 이번 여름은 어떻게 적힐까요?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여름으로요.

안 그래도 엄청 더웠죠.
목 관리하겠다고 에어컨도 잘 안 틀었거든요. 너무 더웠어요.

‘<나가수>에서 1등 하는 법’ 같은 책 나오면 혹시 사서 볼 생각 있어요?
악. 아니요. 하하. 절대, 베스트셀러가 돼도 안 살 거예요. 자기 계발서 잘 안 읽어요. 꼭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잖아요. 정답도 아니면서.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좋아요.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탭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헤어/강혜진, 메이크업 | 박윤경, 어시스턴트 / 정혜원
    기타
    의상 협찬/ 슬리브리스 셔츠 롱 원피스는 A.L.C by 퍼블리시드, 뱅글은 마티아스 셰즈 by 퍼블리시드, 이어링은 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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