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장영남에게 놀라지 마라 2

2012.09.14GQ

장영남이 망사 스타킹을 신고 짙은 아이섀도를 칠했다. 그렇게 서럽게 울던 재인이 엄마, 그 장영남이 말이다.

검정색 민소매 상의는 릭오웬스, 검정색 힐은 구찌, 귀고리는 엠주, 클러치백은 버버리 프로섬. 사막색 코트는 막스마라.

검정색 민소매 상의는 릭오웬스, 검정색 힐은 구찌, 귀고리는 엠주, 클러치백은 버버리 프로섬. 사막색 코트는 막스마라.

엄마 역할이, 40대 여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라서?
하하, 너무 현실적인 말이지만 맞다. 특히 여배우는 안 되는 건 빨리 접는 게 좋다. <영광의 재인> 때, 다들 ‘재인이 엄마’라고 불러주니까, 억울하지 않으려면 애기를 빨리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엄마 역할만 해도 상관없지만, 완전히 다른 역할도 한 번은 올 거라 믿는다.

함께 많은 작품을 한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완벽하게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다.
오빠 운이 좋은 거다. 그런 운이 배우에겐 늘 따라줘야 된다. 나도 그럴 수 있기를 정말! 소망한다. 진짜 못된 역할 해봤으면 좋겠다. 아니면, 바보도 좋고.

확 바뀐 이미지로 대중을 설득하면, CF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 하나 찍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얘기가 없는 거 보면 안 들어오나 보다. 내 이미지가 워낙에 강해서일까.

끝내 독하고 센 여자로만 기억된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을까?
맞다. 연극에선 안 그랬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선 구분이 확실하다. 청순한 배우, 센 배우를 구분 지어 캐스팅하니까.

센 배우였던 이희준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이미지 변신뿐 아니라 여자들의 판타지가 되었다. 매력적인 역할을 통해 변신하는 건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나이 든 여배우가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얻긴 힘든 것 같다. 희준이도 젊거나 굉장히 잘생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않나? 남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게다가 여배우한텐 좋은 역할도 적다.

결국, 주변 상황 때문에 ‘스타’라는 단어를 끝내 떠올릴 수는 없을까?
상황이라기보다 스타는 그때뿐이다. 그런 수식어는 오래가지 못한다. 부담감을 느끼며 살고 싶지도 않고. 어느 날은 꽤 좋지만, 대부분숨 막힐 것 같다. 그래서 스타가 부럽거나 질투 나진 않는다.

오늘 본 장영남과 질투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여배우라면 독도 좀 품고, 까칠하기도 한….
긴 시간을 두고 봤을 때, 그런 사람은 한순간에 떨어지기 참 좋다. 미워하는 사람, 적이 많을수록 주변 사람들이 한 번만 걸려봐라 하고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뭐 하나 잘못 걸리면, 완전 매장이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질투가 생긴다. 늘 괜찮은 역할을 맡는
여배우들이 부럽기도 하고.

올해 드디어<이웃사람>에선 주연 중 한 명으로, <공정사회>에선 단독 주연으로 영화를 찍었다. 영화에 데뷔한 지 8년 만이다.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린 것 같다.
연극을 병행했기 때문 아닐까?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 연극을 놓지 않았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를 하면서 그해에, 연극을 네 작품 했다. 근 4년 동안 1년에 세 작품, 어떤 해는 다섯 작품을 했다. 연극은 언제나 놓고 싶지 않다. 영화는 요즘 욕심이 나고.

드라마는 어떤가?
드라마는 딱히 정이 안 간다. 다들 현장에 오면, 가기 바쁘니까. 내겐 현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나를 잘 찍어주는 사람들과 단절된 상태에선 그 무엇도 무의미하다. 물론 드라마를 하면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소설 <고래>의 작가 천명관은 지난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들은 이름을 날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인기라는 거품이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연기가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레미콘도 안 돌아가면 굳는다. 나는그래서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도 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싶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건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욕구일까?
나는 스스로가 날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점에 늘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잘하고 있어’하고 말한 적이 없다.

하필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신의 겸손과 자책은 강박이 아닐까. 혹시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랐을까?
맞다. 어렸을 때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늘 엄마 눈치를 봤다. 어렸을 때 많이 맞았다. 창피한 얘긴데, 서른 살까지 맞았다. 엄말 욕되게하는 건 아니고, 다섯 딸 중 막내니까. 게다가 마흔이 다 되던, 결혼하기 직전까지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다.

작년 말에 드디어 결혼을 했다. 조금 여유로워졌을까?
맨날 밥 차려야 해서 그게 힘들다. 아버지가 장씨 집안 장손이라 엄마가 늘 챙기던 걸 봐서 그런지, 밥은 꼭 직접 차린다.

엄마 역할 벗어나기 힘들겠는데?
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

해초가 무성한 심연 같은 드레스는 구찌, 목걸이는 케이트 아이린, 귀고리는 셀렌컬렉션.

해초가 무성한 심연 같은 드레스는 구찌, 목걸이는 케이트 아이린, 귀고리는 셀렌컬렉션.

    포토그래퍼
    유영규
    스탭
    스타일리스트/김봉법, 헤어/ 황상연, 메이크업 / 이가빈, 어시스턴트/ 유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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