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백지원의 완벽한 결혼식

건축가 백지원의 완벽한 결혼식

2015-09-28T12:58:48+00:00 |ENTERTAINMENT|

식장에 들어가려는 건축가 백지원을 잡고 물었다. 당신의 완벽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완벽한 결혼식

당신이 설계한 공간인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하는 결혼식이다.
여기서 잔치하듯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여기서 마시고 놀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는 잔치 말이다. 우리나라 결혼 문화가 정말 많이 변질되지 않았나? 내 결혼식은 오후 네 시 반부터 열한 시 반까지 같이 눈물 흘렸다가 같이 즐거워했다가 같이 춤도 추면서 노는 게 계획이다. 물론 무장해제를 위해 앱솔루트의 도움을 받아야 되겠지만….

완벽한 순간은 술을 마실 때 오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렇다. 술을 마시면 둘러 앉은 사람들 사이의 어떤 수직적인 것들이 약간 흐트러지고, 감성적으로 수평적으로 순식간에 팽창한다. 난 이걸 기분이 입체적으로, 조형적으로 변한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게 진짜 완벽한 술자리 같다.

지나고 나니 완벽했던 순간이었다, 회상하는 때도 많다. 어린 시절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나?
처음 요트를 탄 기억.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작은 연습용 요트를 타러 간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고무줄로 동력을 얻는 비행기를 좋아하는, 그러니까 자연의 힘을 거스르는 장난감에 많이 집착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요트를 타고 그 생각이 확 바뀌었다. 중력을 이기지 않아도 되는, 자연에 순응하는 그 기분을 처음 느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다고들 말하는데 당신도 그런가?
거의 자연에서 모든 영감을 받는다. 자연은 총천연색이다. 이게 뭐 8비트, 16비트, 36비트 정도가 아니라, 말하자면 5만 6천 비트의 컬러감이랄까? 자연은 또,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이면서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신비한 공간이기도 하다. 어릴 때 산골에 집이 있었는데, 한밤중에 창문을 쫙 열면, 완전한 암흑 천지였다. 공포영화를 찍는 것처럼 무서운데, 아침에 딱 일어나면 반대로 또 되게 눈부셔서 자연에 또 놀란다.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에 어떤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나?
요즘의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문화적인 간극이 어마어마하게 큰 것 같다. 다양한 세대의 문화적인 요구들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하물며 서울엔 지금 2만 명, 3만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콘서트장도 제대로 없다. 콘서트도 하고 거기서 댄스 페스티벌도 하고 록 페스티벌도 하고, 전시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완벽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매달 실을 계획이다. 정작 공통적으로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절대적인 완벽함이라는 건 없으니, 오히려 결핍을 느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묻고 싶다.
어디서 결핍을 느끼는지 아는 정도라면 이미 극복한 거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