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야구장, 축구장의 명당은?

2012.09.20유지성

비싼 자리는 알아도 좋은 자리는 잘 모른다. 야구장과 축구장 관중석의 사방팔방을 낱낱이 분석했다.

야구장

[A] A 지역엔 연간회원과 VIP가 두루 섞여 앉는다. 몇몇 구장은 일반 관중의 예매가 매우 어렵다. 골수팬이 많지만, 왁자지껄하진 않다. 투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과도한 응원은 자제하기 때문이다. 각도와 거리상 야구장 내에서 투타싸움을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다. 심판처럼 투수를 마주 보고 경기를 관전할 수 있어, 구종과 공의 궤적까지도 구분할 수 있다. 다만 8개 구장 모두 홈플레이트와 관중석의 거리가 다소 멀다. 자연히 좌석의 수도 적다. 축구전용 구장처럼 좌석을 그라운드에 가깝게 붙일 필요가 있다.

[B] 테이블을 놓거나, 편의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구단에서 고급화를 꾀하는 자리다. 가족이나 커플이 많아 관람 매너가 깔끔하다.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자리이기도 하다. 처음 야구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먹고 마시며 경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1층의 경우 A 지역만큼이나 내야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단, 파울볼로부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다소 중립적인 성격의 자리라, 서로 다른 팀을 좋아하는 친구나 연인이 테이블에 각자의 유니폼을 걸어놓고 응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C] 투수의 투구 동작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대부분의 자리에서 투수의 옆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단, 위치상 공의 좌우 궤적은 판단하기 어렵다. 덕아웃과 가장 가까운 좌석이라,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자 하는 여성 팬이 많다. 이 지역까진 관중들이 점잖은 편이다. 간혹 D 지역의 열정적인 응원에 동참하기도 한다. C 지역 2층 상단은 그물의 방해 없이 경기를 볼 수 있는 자리 중 가장 경기장과 가까워, 예매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D] 한국 프로야구에선 주로 녹색 그물을 쓴다. 녹색 그물을 치면 관중의 가시권이 좁아진다. 가까운 자리라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D석 정도의 거리에선 경기를 보는 데 지장을 줄 수가 있다. 일본은 관람에 방해가 적은 검정색 그물을 쓴다. 내야석이지만 홈플레이트와의 거리도 만만찮다. 외야로 가까워질수록 사각에 갇혀,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좌석 수가 많고 가장 보편적인 자리라 할 수 있지만, 야구 보기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응원단상이 있는 만큼 관람보단 응원에 적합한 자리다. 시끌시끌하고, 응원단장의 지시에 잘 따르고, 팀 유니폼 착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E] 잠실의 경우 1층부터 3층까지 가파르게 쌓아 올려, 특별히 E 지역이 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물도 없어 시원하다. 그러나 이닝 사이에 벌어지는 이벤트나 파울볼은 남 일과 같아 경기나 응원에 동참하는 기분은 떨어진다. D석 바로 뒤쪽은 이른바 ‘동호회 자리’다. 응원구역인 D 지역은 단체 예매가 쉽지 않아, 응원 동호회들이 한 층 위에서 응원에 동참한다. E 지역 상단은 경기장 내에서 유일하게 악천후를 피할 수 있는 구역이기도 하다.

[F] 축구는 종적인 움직임이 많다. 서로의 골대를 공략하기 위해 주로 앞뒤로 뛴다. 야구는 종적인 움직임은 물론 횡적인 움직임도 많다. 주자는 1루에서 홈까지 원을 그리며 돌고, 내야수들은 공을 잡으면 일단 1루로 던진다. 외야석은 선수들의 횡적인 움직임이 눈에 잘 들어오는 자리다. 또한 유일하게 타자를 정면에 두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물론 거리가 멀어 타자가 잘 보이진 않지만, 내야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며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외야수의 여성 팬과 외야수를 약 올리는 ‘욕쟁이’들이 공존한다. 자유석이라 먼저앉는 사람이 임자.

[G] 야구 마니아들이 제일 선호하는 지역이다. 야구장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데다, 투수를 마주 보고 앉아 야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든 야수들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정확히 볼 수 있다. 물론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지는지는 거의 안 보인다. G지역엔 ‘고수’들이 모여 있다 보니 안타 하나, 홈런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초심자에겐 어색할 수 있는 환경이다.

[H] 내외야 공히 가장 뒤쪽 좌석은 숨겨진 명당이다. 앉아서 경기를 보다가, 뒷마당 같은 통로에 펴놓은 돗자리에 누워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다. 응원엔 큰 관심이 없다. 먹고 또 먹는다. 800만 관중 시대의 새로운 관람 행태랄까?

 

축구장

[A] 축구장의 서쪽 지역이다. 동쪽과 서쪽 좌석은 똑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다른 점이 많다. 보통 TV 중계는 서쪽에서 촬영한다. 당연히 경기장에서 관전할 때도 서쪽에서 보는 게 더 익숙하다. 또한 서쪽엔 선수들이 드나드는 통로와 벤치가 있다. 벤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몸을 푸는지 등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서쪽 1층 자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축구는 90분 내내 쉴 틈 없이 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에 TV 화면은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다소 둔감하다. 경기 부대행사도 보통 서쪽을 바라보면서 한다. 가장 비싼 자리로 VIP, 선수 가족 등이 자주 보인다. 간혹 부상당한 선수가 앉기도 한다.

[B] A 지역보다 골 장면을 자세히 보고 싶은데, 서포터들의 왁자지껄한 응원이 부담스럽다면 B 지역이 적당하다.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관객에게 인기 있는 자리다. 선수를 가까이서 보고자 하는 여성 관중의 비율도 높다. 위치상 공수의 치열한 격전이 많이 벌어지는데,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수비 라인의 변형이나 오프사이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좋아하는 선수가 측면 공격수나 측면 수비수라면 금상첨화.

[C] TV 중계보다 그라운드를 넓게 보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팀의 전반적인 포메이션이나 전술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할 만한 자리다. 그러나 축구장의 객석 구조상 소리는 그라운드 쪽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청각적인 현장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조용한 서쪽 1층보단 좀 더 수선스럽고 활기차다. 자유석이고 어지간한 경기가 아니면 꽉 차지 않아, 전후반 공수 진영이 바뀌면 관중의 대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관중의 규모가 적을 경우, 2층을 통제하는 경우도 많다.

[D] 경기를 보기에 가장 낯선 각도의 자리다. 대각선 방향 상대 진영 코너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고개를 좌우로 거의 돌리지 않아도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코너 깃발 근처에선 유독 골 세리머니가 자주 벌어진다. 즉, 여러모로 사진 촬영에 용이한 지역이다. 광각렌즈 없이도 극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다.

[E] 동쪽은 서쪽과 달리 1, 2층 모두 일반석인 경우가 많다. 좌석수가 가장 많고 서쪽보다 좀 더 싸다. 구단에선 E 지역을 채우기 위해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TV 중계에서 가장 노출이 잦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서포터들이 주로 앉는 F나 G, 골수팬들의 선호도가 높은 A, B 지역과 달리 고정적인 관중이 드물다.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관중이 섞여 있어, 야구의 외야석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경기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는 좌석이라 할 수 있다.

[F] 서포터들이 주로 앉는 홈팀 응원석이다. 경기장의 분위기를 책임진다. 동쪽, 서쪽에 앉은 관중과는 방문 목적이 좀 다르다. 경기도 경기지만, 서포터석 특유의 뜨거운 응원을 체험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골대가 가까워 골을 비롯한 개별적인 하이라이트를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잦지만, 경기장 전체를 넓게 보긴 어렵다. 재미있는 경기보단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중이 많다.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초심자에겐 낯설 수 있다.

[G] 경기장에서 유일하게 다른 팀을 응원하는 구역이다. 축구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야구장처럼 원정 관중이 많지 않아, 외딴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F와 G 지역은 골키퍼의 시야로 경기를 본다고도 말할 수도 있는데, 이 때문에 서포터들이 골키퍼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골키퍼가 90분 내내 어슬렁거리다 슛만 잡아내는 게 아니라, 공이 없는 곳에서 수많은 일을 해낸다는 걸 코앞에서 볼 수 있어서다. 그런 건 TV 화면엔 안 나온다.

    에디터
    유지성
    일러스트레이터
    김종호
    도움말
    박동희( 기자), 서형욱(MBC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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