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신세대 보고서

2012.10.04GQ

인디 음악 신이 바뀌고 있는 건 세대교체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는 나이로만 가늠할 수 없다.

인디 음악 신이 변하고 있다. 2년 전 쯤부터였을까? 관객이 먼저 변했다. 십수 년 전부터 홍대를 비롯한 라이브 클럽을 찾는 관객들은 해외 팝/록을 주로 듣는 마니아인 동시에 국내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 경우가 많았다. 인디 신에서 나오는 음악 스타일이 주류 가요보다는 해외 팝/록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나 헤비메탈 신과 유사한 방식으로 팬덤이 형성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 앞자리보다는 구석자리를 선호하고, 춤을 추기보다 팔짱을 끼는 것이 마음 편한 관객이 다수였다.(펑크, 하드코어 팬들은 예외.) 그런데 최근 라이브 클럽을 찾는 팬들의 습성은 당시와 확연이 다르다. 해외 팝/록의 영향으로 로컬 뮤지션에 애정을 갖기보다, 특정 국내 인디 뮤지션의 팬으로 시작해 신 전체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펑크/개라지 계보를 외우지 않아도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하드코어 팬이 되고, 슈게이징의 전 세계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도 속옷밴드의 공연을 본다. 그래선지 공연장에서도 예전의 관객들보다 음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무대 앞자리를 점거하며 공연을 온몸으로 즐긴다.

뮤지션들에게서도 유사한 변화가 엿보인다. 과거에 비해 해외 뮤지션들의 음악, 즉 레퍼런스의 권위에 눌려 있는 듯한 인상이 적고, 보다 적극적이고 직관적인 태도로 음악을 내놓는 뮤지션이 늘어가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홍보에도 능동적이다. 특히 지금 20대 초반의 아티스트들은 예전 밴드들에 비해 뮤지션과 관객 모두가 춤출 수 있는 음악에 능숙하다. 테크닉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딱딱한 8비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의 연주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신난다. 오히려 이들은 과거 인디 ‘선배’ 밴드보다 1960~70년대 미8군 출신의 밴드가 장안을 휩쓸던 시절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팬덤과 뮤지션 쌍방의 변화는 인디 음악 신, 나아가 대중음악 신에 새로운 흐름, 새로운 세대를 구축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얄개들, 야마가타 트윅스터, 트램폴린, 몸과 마음, 세컨 세션, 앵클 어택, 무키무키만만수, 404, 위댄스, 쾅프로그램, 김목인, 하헌진, 이랑, 기린의 공연장엔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팬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데 거침이 없는 뮤지션들이 있다. 여기에 ‘인디’라는 이름표를 붙이든, ‘자립’이란 이름표를 붙이든 그것은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뮤지션은 레이블과 긴밀하게 공조하며 성장하고, 어떤 뮤지션은 아티스트 집단의 협력으로 성장한다. 균일하지 않은 음악 스타일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알아서 현명하게 헤쳐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라이즈, 꽃땅, 공중캠프 등의 공간, <레코즈>, <칼방귀> 등의 잡지, 라운드 앤 라운드, 자립음악생산조합, 영 기프티드 앤 왝 등의 기획 등이 맞물리며, 국내 인디 신은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인디 신의 역사도 벌써 십수 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런 새로운 경향을 그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것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미리 언급한 뮤지션들을 비롯, 팬, 기획자 모두 같은 세대가 아니다. 어떤 기획자는 국내에 인디 신이 생성되던 순간부터 활동해왔고, 어떤 뮤지션은 이제 이십 대 초반이다. 음악적인 스타일로 정리해 보기에도 성향이 분방하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인디 신 초기에도 분명 신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모델은 존재했다.(음악이든 기획이든.) 주로 해외의 사례를 가져왔지만, 온전히 구성원들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엔 시스템도, 경험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시행착오가 충분한 경험으로 축적되어, 이젠 레퍼런스의 권위에 얽매이지 않은 채 독창성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남 눈치 볼 일 없이 발칙하게 자신의 것을 꺼낼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즉, 이런 개별적인 시도들이 늘어나며 하나의 눈에 띄는 경향이 생긴 것은 아닐는지.

과거의 신, 과거의 음악을 부정하고 폄하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 시절의 수많은 시도와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요즘 뮤지션들이 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며 음악을 창작할 수 있고, 관객들은 제멋대로 몸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이 새로운 경향이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국내 인디 신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수치로 증명할 만한 데이터는 갖고 있지 않다. 음반을 제작하고, 공연을 기획하며 얻은 경험과 관찰에 가깝다. 지금 신엔 경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 이처럼 가치 있는 변화가 과연 어떤 현상인 건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해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그럴 만한 때다.

    에디터
    김민규(레이블 <일렉트릭 뮤즈> 대표)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 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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