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그림자

쓰임과 개성이 다른 다섯 대의 SUV. 그리고 각각 세 개씩 드리운 열다섯 개의 그림자.





미니 쿠퍼S 컨트리맨


의견이 분분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도로에서 보이는 빈도는 점점 높아졌고, ‘미니 본연의 실루엣이 흐트러졌다’는 아쉬움은 결국 미니이기 때문에 가능한 재치로 수렴되었다. 컨트리맨은 미니가 만든 SUV다. 1.6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4.5kg.m을 낸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3.3킬로미터, 최고속도는 시속 210킬로미터다. 덩치를 키우고 쓰임을 확장했는데도 고카트 같은 미니의 느낌은 그대로다. 온전한 미니이면서, SUV까지 포괄하는 장르를 스스로 창조한 셈이다. 그 각별한 취향이야말로 미니 컨트리맨의 정체성이다. 4천4백20만원.




볼보 XC90 R 디자인


2002년 출시 이후 디자인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전통이 익어가는 와중이라는 판단도, 대형 SUV라는 장르를 정조준하는 완성형으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의견도 옳다. XC90에는 태생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듬직하고 투박하며,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내재돼 있다. 2,401cc 직렬 5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2.8kg.m을 낸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1.6킬로미터, 7명이 탈 수 있는 항시사륜구동이다. 스웨덴의 혹독함에서 태어나 이후 10년의 우여곡절을 모두 겪고 살아남은 기특한 차, 한국 자동차 시장의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다. 6천8백80만~7천2백80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ML 63 AMG


AMG에는 어떤 의심의 여지도 거두는 것이 좋다. 운전자가 몰입해야 하는 건 그저 감당하는 일, 혹은 조수석의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뿐이다. 5,461cc V8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525마력, 최대토크 71.4kg.m을 낸다. 2.5톤에 가까운 덩치가 최대치로 가속할 땐 감각기관의 어딘가가 심각하게 왜곡된다. 머리에서 종소리가 나거나 복부 표피층 밑이 간질간질한 식으로. 그렇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단 4.8초 걸린다. 포르쉐 박스터S보다 0.2초 빠르다. 하지만 핸들을 잡고 마음껏 달리는 내내 극진한 보호를 받는 것 같은 이런 기분. 1억 5천90만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단숨에 말해보자.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평일 출퇴근이나 주말 캠핑까지 아우르고 아내나 부모님이 가끔 탈 수도 있으니 편안한 감각을 지녔으면서 운전 재미까지 갖춘 차의 이름은?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2.0리터 직렬 4기통 TDI 엔진은 골프, 제타, 파사트까지 다양한 세팅을 소화할 수 있는 효자다. 티구안에서도 모자람 없는 성능을 낸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는 32.6kg.m. 공인연비는 리터당 18.1킬로미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10.2초. 까다로운 목표들을 고루 충족하면서, 그 원만한 성격 자체를 개성으로 정립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3천7백50만~4천7백40만원.




레인지로버 이보크 SD4


레인지로버의 고급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보크만의 희소성과 정체성을 소유하는 일. 장담건대, 이보크 운전석의 안락은 조금 다른 층위에서 논의되어야 옳다. 터치스크린을 손끝으로 누를 때의 감각, 기어 다이얼을 돌리는 순간의 느낌. 하지만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험로를 주파할 때 박살나는 편견 같은 것들. 2.179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2.8kg.m이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3.7킬로미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는 딱 8.5초 걸린다. 7천5백20만~8천2백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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