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불어오라 바람아 <1>

나직이, 얼굴이 아니라 공기에 말하듯이, 바람을 향하듯이, 한영애는 그렇게 말했다.

원피스는 잔드로, 액세서리는 엠주.
원피스는 잔드로, 액세서리는 엠주.

가을입니다.
맞아요, 저는 계절이 바뀌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바라보고 있어요. 지쳤구나, 쉬고 싶구나, 그런 것들. 민감하게 바라보죠. 자연에 대해서. 집에서 늘 보는 창밖으로 나무가 많아요. 가까이도 있고, 멀리도 있고. 늘 좋은 거 같아요, 나무는. 나무가 흔들릴 때, 인생의 비밀이 다 있는 거 같아요.

가수와 계절도 어떤 인연이 있겠지요?
가수는 사계절 다 어울리고 싶을 텐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택하는 계절이 있나 봐요. 추억대로, 마음에 새긴 이미지대로 다르지만, 많은 분들이 가을과 겨울 얘기를 하시죠. 저는 무지개와 삼한사온, 다 생각하면서 부릅니다.

가수 한영애에게 지난여름은 좀 유별났죠?
맞아요. 뉴스거리네요. <나는 가수다>에 나가기로 결심한 건, 나를 모르는 세대와 사람들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음악 시작할 때도 활발하게 TV에 나가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요. 단순히 그 마음 하나였는데, 갔더니 여기저기 많은 작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작전을 좀 짤 걸 그랬나, 생각을 했죠. 내가 내 노래를 하겠다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지금은, 이 시간 만큼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를 부르기 직전에 이런 말을 했죠. “이틀 전에 이 노래를 알게 되었는데, 어젯밤에 생각해보니 이 노래가 참 좋았다.” 뭐랄까, 그건 가수가 하는 말 같았어요. 그렇지 않은 말이 유난히 많은 프로그램에서.
하루 편곡하고 하루 연습했죠. 모르는 노래를 세포 속속들이 막 껴안으려니까, 빨리 내 것이 안 되더라고요. 근데 밤에 가만히 들어보니 참 좋더라고요. 그냥 가볍게 보세요. TV 쇼예요. “예능이잖아” 그러잖아요.

한영애가 다른 노래를 부른다는 반가움은 있습니다. 한영애는 너무 한영애이기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부터요.
네, 즐거움이 있어요. 조금 옆에 있는 세상을 아는 기쁨 같은 게 있어요.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을 확장하진 않아요. 거기까지죠.

여기 오기 전에 한영애의 옛날 노래와 요즘 노래를 두서없이 들었는데, ‘목련’도 들었습니다. 가사에 “언젠가 4월이면 핀다는 얘기만 들었지”라는 구절이 있어요. 그 가사를 듣는데, 한영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도 안 했을 때 불렀던 노래네요. 작년엔 그 앨범에 있는 ‘나무는 알고 있네’를 공연에서 했어요. 스타일은 올드할 수 있지만, 노랫말이 예뻐서 불렀는데, 무슨 노랜지 물어보는 관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앨범 노래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서 때로는 올드하게, 때로는 새롭게, 지금 이 나이에 한 곡씩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근데 ‘목련’도 그렇고, 사실은 지금 불러야 될 노랫말들이에요. ‘잎 피면 다들 찾아오고 잎 지면 다들 떠나가는 사정을 나무는 알고 있다’는 말, 20대 때 어떻게 그 노래를 불렀는지. 아마 그때도 슬픔이 있었을 거예요. 그걸 바라보는 슬픔이 있었겠죠.

그때 뭘 알았을까 싶지만, 그때 다 알았을 수도 있죠. 어쩌면 그때 알았던 것을 지금은 모를 지도요.
사실, 열일곱 살이면 다 알죠. 제일 심오할 때가 열일곱 살 때 같애. 맞아요, 그럴 수 있어요. 삶이 좋으네요. 젊음이 홀린 걸 다시 꺼내볼 수 있고. 갑자기 (유)재하 노래가 생각나네. 무슨 노래지 그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지난날.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한영애에겐 한영애라는 가수가 어때요?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열심이었던 거 같아요. 나쁘지 않아요. 솔직했던 거 같아요. 솔직했고, 최선이었고.

수많은 이름이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잖아요. 와중 한영애는 여전히 한영애 같다면, 뭔가 견디거나 보존했기 때문일까요?
글쎄요, 분명 노력하는 게 있긴 있어요. 딱 꼬집는 건 아니어도, 노래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그런 거. 다른 많은 가수들처럼요. 시대가 변해도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건 있어요. 유행을 따라간다는 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어떤 문화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자 하는 그런 노력은 하는 거 같아요.

금욕적인가요?
금욕도 있죠. 무대에 오르려면. 하다못해, 밥을 제 시간에 먹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금욕이에요. 저는 그냥 일상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느 날 방이 청소가 잘되어 있으면 희망이 막 솟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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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