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이무니다 <1>

13년째 <개그콘서트>를 지키는 남자. 아이라인을 눈보다 크게 그린‘ 갸루상’ 박성호는 몇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걸까?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타이는 이스트하버 서플라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타이바는 제이피 그레이톡 by 지.스트릿 494 옴므, 베스트는 브리오니, 안경은 BJ클래식 by M2itc.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타이는 이스트하버 서플라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타이바는 제이피 그레이톡 by 지.스트릿 494 옴므, 베스트는 브리오니, 안경은 BJ클래식 by M2itc.

이게 도대체 몇 번째 전성기인가?
하하. 나, 인터뷰한 적 없나? 옛날에 한 번 했나?

아니, 처음이다.
이런 인기는 오래 하면, 한 번씩 얻어 걸리는 거다. 사실 개그 코너 속 캐릭터라는 게 어떤 꾸며진 이미지인데, 사람들은 그 자체가 나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코너 할 때도 이랬다. 사실 개그 코너 할 때는 어르신들이 되게 좋아했다.수염 떼고 길에서 만나면 원래 이렇게 젊었냐고 놀라시기도 하고. ‘꽃미남 수사대’ 할 때는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던데? 멋있다고. 그땐 사실 방송 직전에 운동을 막 해서 몸을 좀 만들어 나가기도 했으니까.

‘갸루상’은 아무래도, 초등학생?
그렇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진짜 인기가 많아졌다. 초등학생이 움직여야 진짜 인기를 얻는 거다. <개그콘서트>는 그렇다.

유난히 분장에 공들인 캐릭터가 많았다. ‘갸루상’은 그 정점일까?
그러니까. 유독 분장한 캐릭터를 할 때 촉이 온다. 절대 잊히지 않는, 눈을 찌르는 송곳과 같은 비주얼… .

분장부터 생각할 정도인가?
아니, 잘 맞는 쪽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분장 개그로 흘러온 셈이다. 예를 들어 한 신입생이 사회체육과에 입학했다면, 이 친구가 과연 축구를 잘하는지, 야구를 잘하는지, 모르지 않나? 그럼 골고루 시켜볼 것 아닌가? 그렇게 하다 보니깐 야구에 소질이 있어서 야구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거고. 나도 비슷하다. 처음엔 여러 가지 개그를 해봤는데, 다른 건 밋밋했지만 유독 이런 쪽으로 하면 뭔가 됐다. 남들이 절대 안 하는 ‘똘끼’ 넘치는 분장.

혹시 미대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을까?
맞다. 다 연장선이다. 사실 ‘갸루상’ 눈 화장이 되게 미묘하다. 내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덕을 톡톡히 보는 거다.

그 정도까지는….
진짜다. 예를 들어 그냥 갸루족 사진 보여주고 분장팀에게 “이대로 해주세요” 했으면 이 정도로 안 나왔을 거다. 첫 회에 하고 나간 분장이 분장팀이 그려준 건데 좀 이상했다. 눈꼬리 처진 각도, 눈썹의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니까.

“갸루상 눈 화장이되게 미묘해요.눈꼬리 처진 각도,눈썹 위치까지신경써야 되거든요.제가 미술 전공이라그 덕을 톡톡히 보는거 아닐까요?” 셔츠는 타미 힐피거, 타이는 드레익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베스트는 모니탈리 by 존 화이트.
“갸루상 눈 화장이
되게 미묘해요.
눈꼬리 처진 각도,
눈썹 위치까지
신경써야 되거든요.
제가 미술 전공이라
그 덕을 톡톡히 보는
거 아닐까요?”
셔츠는 타미 힐피거, 타이는 드레익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베스트는 모니탈리 by 존 화이트.

분장을 안 한 박성호의 얼굴은 개그맨 같지 않다. 박지선의 말처럼, 좀 ‘러블리’한 편이랄까?
흠. 그런가? 내 얼굴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뭐, 만약 잘생겼다고 해도 내가 멋있는 역할을 꼭 해야겠다, 그런 마음도 없다.

두 달 전인가, 한 회 만에 끝난 ‘희극지왕 박성호’에서는….
으흐흐. 맞다. 그 코너에서 양복 입고 머리 올리고 멀쩡하게 나왔다. 아, 나는 역시 멀쩡한 건…. 그니까 그 코너는 내가 앞으로 가야 할정확한 개그의 방향을, 한 주 만에 가르쳐줬다. 나중에 그 방송을 다시 보는데, 정말 너무 어색했다. 아, 이렇게는 안 되는구나. 그래서코너를 한 주 만에 폐지하자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거다.

생각해보면 초반엔 멀쩡한 개그 많이 했다. “오~빠~만~세~”를 외치던 ‘뮤직토크’ 코너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초반에 했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내가 그런 젠틀한 이미지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좀 애매한 게, 그런 역할을 할 만한 개그맨은 계속 나오지 않나? 나 같은 캐릭터는 잘 없어도.

좁은 데서 비집고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부터 허벅지를 딱 붙인 자세까지, 박성호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구력이 뛰어난 것 같다. 어떻게 13년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내가 그런 게 좀 있다. 근데 마라톤 선수처럼, 42.195킬로미터를 뛰어야겠다, 생각하면 힘들어서 안 된다. 저기 나무 있는 데까지만 뛰어야겠다, 다음에 바위까지 뛰어야겠다, 이렇게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 거니까 길게 할 수 있었던 거다. 처음부터 내가 아, 한 15년 해야겠다, 이런 건 절대 아니다. 무슨 ‘올드보이’도 아니고, 일 년 지날 때마다 하나씩 바를 정자 써가며, 그런 건 못한다.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 생각한 적도 있나?
아니. 그런 건 없다. 그런 생각이 들면 그만둬야 한다. 뭐 후배들이 농담 삼아 나에게 이제 나이 사십인데, 언제까지 할 거냐고 뭐라고 한다. 근데 뭐 세상에 정해놓은 법칙은 없지 않나? 할 때까지 하는 거다. 후배들한텐 내가 너보단 오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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