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불어오라 바람아 <2>

나직이, 얼굴이 아니라 공기에 말하듯이, 바람을 향하듯이, 한영애는 그렇게 말했다.

“늘 좋은 거 같아요, 나무는. 나무가 흔들릴 때, 인생의 비밀이 다 있는 거 같아요.”
“늘 좋은 거 같아요, 나무는. 나무가 흔들릴 때, 인생의 비밀이 다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나무를 좋아하고요.
운전을 하면서도 나무만 봐요. 도심에서도 빌딩 보는 것보다 좋잖아요. 그냥 그 시간이 좋습니다.

나무 얘기를 하니, ‘불어오라 바람아’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낯간지러운 위로니 힐링이니 하는 그런 말이 아니라, 그 노래는 다만 “여기 세상이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사람이 살면서 순간순간 갇히잖아요. 거기서 나왔을 때였던 거 같아요. 구체적인 사연은 생각이 안 나지만, 내가 다 끌어안으리라, 좋다 내가 대신 다 해줄게, 뭐 이랬던 거 같아요. 고통의 산맥에서, 너? 바람? 와라, 내가 안을게, 그렇게 가사를 썼던 거 같아요. 친구는 그걸 보더니 막 웃었어요. 키도 쪼그만 게 큰 사람 노릇한다고. 가사가 너무 크다고.

“인생이란 나무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오늘을 꿈꾸는 것.” 크다기보다는 간결한 말인 거 같아요. 노래를 들으면서는 정확하단 생각도 했습니다.
거기도 나무가 나오죠 참? 제가 나무를 참 좋아하네요. 음악하는 친구들도 저를 나뭇잎이라고 불러요. 거기도 나무가 나오네. 그러네 정말. 잊고 있었어요.

시를 쓰시죠?
아유, 못 써요. 노랫말은 어쩌다 쓰는 거고요. 저는 노랫말을 잘 쓰고 싶은데 예를 들면,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얼마나 쉬워요. 시공도 아우르고요. 그런 가사를 쓰면 좋겠는데 잘 안 되데요. 김민기류의, 쉽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은 가사들. 작사가들이 안 써줄 때 가끔씩 쓰는 정도예요. 저는 노래하는 가수이고 싶어요.

앨범이 안 나온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좀 시작하려고 해요. 예전에 하던 때와는 흐름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어차피 제 바운더리에서 공동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나 앨범 하는데 좋은 곡 좀 있니?” 그러면, 작곡하는 친구들이 곡을 가져왔어요. 자기가 쓴 곡도 들려주고. 근데 이제는 멜로디만 오는 것도 있고, 같이 만들려고 아웃라인만 잡았다는 사람도 있고. 함께 참여해서 작업을 해야죠. 가수로서 오래 노래를 하지 않았다는, 대중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러나 노력하겠습니다.

앨범이 나오면, 한영애 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 것 같습니다. 그런 노래를 듣고 싶고요.
부끄럽네요.

어디든 무대인가요?
어디든 무대죠. 가수는 어느 장소에서든 노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그만 모임이나 놀이 가서 한번 해봐 그러면 못해요. 늘 약간의 조건이 갖춰지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더 잘난 척하고 싶어서겠지. 저, 여기 이 무대에서 노래 할 거예요, 라고 제 마음을 차지해온 그런 무대에서 하고 싶어요. 이번에 공연을 시작하면 일단 적당한 극장에서 하고 싶네요. 그 다음에는 산에서 할 수도 있고,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고, 그런 거 같아요. 무대는….

무대가 무엇이기에요?
무대는 제 삶의 거울이고, 삶의 또 다른 방식이죠. 그래서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제가 바르게 되는 거 같아요. 옳다 그르다 반듯하다가 아니라, 그동안 내가 잘살아 왔나, 나에게 거짓된 건 없었나, 진실이었나, 이런 것들. 무대와 관객은 거울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가 알거든요. 그 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알게 돼요. 그래서 삶의 또 다른 방법이에요.

무대에서 한영애는 나무가 되는 걸까요?
그러고 싶습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것과 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앞의 종이컵을 가리키며) 얘하고도.

혹시 요즘도 채소 키우세요?
지금은 못하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뭐예요?
다 좋아해요. 아니, 다는 아니겠다. 제가 모르는 채소는 싫어하고, 아는 한은 다 좋아해요. 음, 생각나요. 그 맛들이. 고수에다가…. 오늘 아침부터 밥을 안 먹었거든요. 밥맛 없을 때, 깨 넣고 소금 조금 뿌리고 고수 무쳐서 밥이랑 먹으면 맛있겠다, 그런 생각이 나네요.

이제, 어서 가서 밥을 드세요.
(녹음기를 향해) 채소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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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