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박성호이무니다 <1>

2012.10.18손기은

13년째 <개그콘서트>를 지키는 남자. 아이라인을 눈보다 크게 그린‘ 갸루상’ 박성호는 몇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걸까?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타이는 이스트하버 서플라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타이바는 제이피 그레이톡 by 지.스트릿 494 옴므, 베스트는 브리오니, 안경은 BJ클래식 by M2i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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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몇 번째 전성기인가?
하하. 나, 인터뷰한 적 없나? 옛날에 한 번 했나?

아니, 처음이다.
이런 인기는 오래 하면, 한 번씩 얻어 걸리는 거다. 사실 개그 코너 속 캐릭터라는 게 어떤 꾸며진 이미지인데, 사람들은 그 자체가 나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코너 할 때도 이랬다. 사실 개그 코너 할 때는 어르신들이 되게 좋아했다.수염 떼고 길에서 만나면 원래 이렇게 젊었냐고 놀라시기도 하고. ‘꽃미남 수사대’ 할 때는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던데? 멋있다고. 그땐 사실 방송 직전에 운동을 막 해서 몸을 좀 만들어 나가기도 했으니까.

‘갸루상’은 아무래도, 초등학생?
그렇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진짜 인기가 많아졌다. 초등학생이 움직여야 진짜 인기를 얻는 거다. <개그콘서트>는 그렇다.

유난히 분장에 공들인 캐릭터가 많았다. ‘갸루상’은 그 정점일까?
그러니까. 유독 분장한 캐릭터를 할 때 촉이 온다. 절대 잊히지 않는, 눈을 찌르는 송곳과 같은 비주얼… .

분장부터 생각할 정도인가?
아니, 잘 맞는 쪽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분장 개그로 흘러온 셈이다. 예를 들어 한 신입생이 사회체육과에 입학했다면, 이 친구가 과연 축구를 잘하는지, 야구를 잘하는지, 모르지 않나? 그럼 골고루 시켜볼 것 아닌가? 그렇게 하다 보니깐 야구에 소질이 있어서 야구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거고. 나도 비슷하다. 처음엔 여러 가지 개그를 해봤는데, 다른 건 밋밋했지만 유독 이런 쪽으로 하면 뭔가 됐다. 남들이 절대 안 하는 ‘똘끼’ 넘치는 분장.

혹시 미대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을까?
맞다. 다 연장선이다. 사실 ‘갸루상’ 눈 화장이 되게 미묘하다. 내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덕을 톡톡히 보는 거다.

그 정도까지는….
진짜다. 예를 들어 그냥 갸루족 사진 보여주고 분장팀에게 “이대로 해주세요” 했으면 이 정도로 안 나왔을 거다. 첫 회에 하고 나간 분장이 분장팀이 그려준 건데 좀 이상했다. 눈꼬리 처진 각도, 눈썹의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니까.

“갸루상 눈 화장이되게 미묘해요.눈꼬리 처진 각도,눈썹 위치까지신경써야 되거든요.제가 미술 전공이라그 덕을 톡톡히 보는거 아닐까요?” 셔츠는 타미 힐피거, 타이는 드레익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베스트는 모니탈리 by 존 화이트.

“갸루상 눈 화장이
되게 미묘해요.
눈꼬리 처진 각도,
눈썹 위치까지
신경써야 되거든요.
제가 미술 전공이라
그 덕을 톡톡히 보는
거 아닐까요?”
셔츠는 타미 힐피거, 타이는 드레익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베스트는 모니탈리 by 존 화이트.

분장을 안 한 박성호의 얼굴은 개그맨 같지 않다. 박지선의 말처럼, 좀 ‘러블리’한 편이랄까?
흠. 그런가? 내 얼굴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뭐, 만약 잘생겼다고 해도 내가 멋있는 역할을 꼭 해야겠다, 그런 마음도 없다.

두 달 전인가, 한 회 만에 끝난 ‘희극지왕 박성호’에서는….
으흐흐. 맞다. 그 코너에서 양복 입고 머리 올리고 멀쩡하게 나왔다. 아, 나는 역시 멀쩡한 건…. 그니까 그 코너는 내가 앞으로 가야 할정확한 개그의 방향을, 한 주 만에 가르쳐줬다. 나중에 그 방송을 다시 보는데, 정말 너무 어색했다. 아, 이렇게는 안 되는구나. 그래서코너를 한 주 만에 폐지하자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거다.

생각해보면 초반엔 멀쩡한 개그 많이 했다. “오~빠~만~세~”를 외치던 ‘뮤직토크’ 코너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초반에 했던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내가 그런 젠틀한 이미지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좀 애매한 게, 그런 역할을 할 만한 개그맨은 계속 나오지 않나? 나 같은 캐릭터는 잘 없어도.

좁은 데서 비집고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부터 허벅지를 딱 붙인 자세까지, 박성호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구력이 뛰어난 것 같다. 어떻게 13년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내가 그런 게 좀 있다. 근데 마라톤 선수처럼, 42.195킬로미터를 뛰어야겠다, 생각하면 힘들어서 안 된다. 저기 나무 있는 데까지만 뛰어야겠다, 다음에 바위까지 뛰어야겠다, 이렇게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 거니까 길게 할 수 있었던 거다. 처음부터 내가 아, 한 15년 해야겠다, 이런 건 절대 아니다. 무슨 ‘올드보이’도 아니고, 일 년 지날 때마다 하나씩 바를 정자 써가며, 그런 건 못한다.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 생각한 적도 있나?
아니. 그런 건 없다. 그런 생각이 들면 그만둬야 한다. 뭐 후배들이 농담 삼아 나에게 이제 나이 사십인데, 언제까지 할 거냐고 뭐라고 한다. 근데 뭐 세상에 정해놓은 법칙은 없지 않나? 할 때까지 하는 거다. 후배들한텐 내가 너보단 오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박세준
    스탭
    스타일리스트/ 남경민, 헤어/ 지석(스와브17), 메이크업 / 이가빈(스와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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