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이무니다 <2>

13년째 <개그콘서트>를 지키는 남자. 아이라인을 눈보다 크게 그린‘ 갸루상’ 박성호는 몇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걸까?

셔츠, 보타이, 포켓치프는 모두 알프레드 던힐, 수트와 신발은 모두 구찌, 커머밴드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셔츠, 보타이, 포켓치프는 모두 알프레드 던힐, 수트와 신발은 모두 구찌, 커머밴드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경력에 비해, ‘라인’ 같은 건 없어 보인다. 갈갈이 패밀리라든지, 김준호 사단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아니다. 그래도 나만의 안 보이는 라인이 있다. 황현희, 최효종, 정범균 이런 친구들…. 다 아이디어 좋기로 유명한 이들이다. 특히 황현희는 나와 호흡이 잘 맞는다. 최효종, 정범균도 나와 아이디어 짜는 방식도, 개그 스타일도 비슷하다.

예능에서 웃자고 한 말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당신이 후배의 아이디어에 더불어 가는 게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정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말 하려고 후배가 한 얘기다. 내가 어떤 선배인지 정확한 답변을 알고 싶으면, 지금 <개그콘서트> 개그맨 몇 명에게 익명으로 전화해서 물어보면 다 나올 거다. 그러니까, 뭐 이런 건 있을 수 있다. 회사로 예를 들자면, 사원 하나가 그 회사의 기밀을 빼냈다 그러면 “그래? 아주 능력 있는 친구인데 한 번 정도는 눈감아 주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계속해서 정보를 빼가면 어떻게 하겠나? 짤리겠지? 그렇겠지? 나도 그런 거다. 게다가 난 아주 약한 걸, 이건 누가 가져가도 가져가는 아이디어를, 남들은 그냥 이면지 쪼가리라 생각하고 버린 아이디어를, 난 그런 걸 가져다가 약간 포장을 해서 살린 거다. 회사의 일급비밀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사실 계속 그랬다면 이런 조직 사회에서 15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칼을 맞아도 두세 방은 맞았지, 안 그렇나?

후배들이 답답할 때는 없나?
답답한 부분이 있어도 함부로 어떤 해답을 알려주거나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함구하고 있다. 근데, 좀 위험에 처한 것 같을 때, 소속사와의 계약에 관한 일이라든가 아니면 진로 문제라든가, 그런 일이 있을 땐 이야기해준다. 후배들은 인기가 많아지면 대개 너무 조급해진다. 인지도가 있을 때 회사 계약도 빨리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다. 거의 백에 구십은 그렇다.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 언제 다시 인기를 얻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거 아무 소용없다. 개그는 본인의 노력이 거의 백 프로라고 보면 된다. 물론, 기획사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 타이밍을 잘 잡아야지. 그 타이밍은 내가 지금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니까.

스스로의 경력에 대해서도 조급함이 없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가 예능 MC로 치고 나갈 때도 당신은 쫓기는 느낌이 없다.
음….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여러 개 하면서 정신없이 활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뭐 잡다한 거 하고 싶지도 않고, 여기저기 얼굴 많이 비추면서 아등바등하는 것도 좀….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나쁜 생각일 수도 있는데, 무엇이든 나에게 영양가가 없으면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안 될 게 뭐 있나? 선택의 문제인데.
그런가? 해도 되나? 여기저기 출연하면 돈은 벌겠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소중하다.

그렇게 지켜온 나만의 시간에는 뭘 하고 노나?
주로 사우나 가고, 운동한다. 진짜 안 해본 운동이 없다. 탁구를 좀 좋아한다. 유승민 선수랑 되게 친해서 한번 붙어봤는데, 봐주면서 치는데도 효도르와 아홉 살짜리 학생이 탁구를 치는 것 같았다.

탁구가 그렇게 재밌나?
탁구는 정말 묘한 운동이다. 내가 탁구를 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쳐도 실력이 진짜 안 느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진짜 죽도록 쳤다는 생각이 들어도 실력은 그대로다. 아주 ‘쪼끔씩 쪼끔씩’ 는다. 그런 맛에 오히려 탁구에 자꾸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개그도 탁구 같을까?
개그는 완전히 다르다. 그 사람의 타고난 끼와 능력이 육칠십 퍼센트고 나머지가 노력이다.

당신은?
난 솔직히 육칠십보다는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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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