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행진 – 버벌

스물다섯 지드래곤, 서른여덟 버벌. 충격과 도발, 새로움과 파격이라면 뭐든지 환영하는 두 남자.

버벌이 쓴 모자와 상의는 지방시, 선글라스는 이펙터 by 니고, 액세서리는 모두 앰부시.
버벌이 쓴 모자와 상의는 지방시, 선글라스는 이펙터 by 니고, 액세서리는 모두 앰부시.

지드래곤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GD가 빅뱅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어린 아이였을 때 스튜디오에서 처음 봤어요. GD도 기억하려나?

그 이후엔요?
시간이 지나면서 GD가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앰부시AMBUSH를 굉장히 많이 사기도 했고. 하하. 재미있는 건, GD가 제 아틀리에로 온 게 아니었어요. 앰부시를 파는 다른 가게에서 엄청 샀다고 들었어요. 그런 게 멋지다고 생각했죠.

작곡가들에게 “엠플로처럼 만들어봐”란 주문이 생길 정도로, 한동안 국내에서 통칭 ‘엠플로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엠플로와 노골적으로 비슷한 곡을 들을 땐 어떤 기분인가요?
사실 친구 몇 명이 유튜브 링크를 보내줬어요. 두 명이 선글라스를 끼고….

마이티 마우스?
아! 그게 그룹 이름인가? 타쿠(엠플로의 멤버)와 전 그저 “와, 멋지네” 그랬어요. 우리가 모델이라면, 그 자체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모방은 존중의 일종이니까.

골수 힙합 팬들은 이른바 ‘엠플로 스타일’이 득세하는 것에 대해 아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일본에선 어땠나요?
일본 사람들도 미국 뮤지션처럼 치장하고, 랩을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일본어로 그렇게 랩을 하면 어쩐지 어색하게 들려요.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요. 엠플로가 힙합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굳이 미국 뮤지션들이 하는 걸 똑같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죠. 미국에서 다 하고 있잖아요? 우린 처음에 R&B와 힙합을 섞었고, 드럼 앤 베이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도 해봤어요. 처음엔 다들 이상하다고 했지만, 서서히 “이상하지만 쿨한데?” 같은 반응이 생겼죠.

한국은 어떤 문화를 받아들이면, 그걸 그 모습 그대로 잘하려고 노력하죠. 일본은 타국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였을 때, 그 문화를 자기 식대로 바꾸는 것 같아요. 일본 특유의 색을 입힌달까요.
맞아요. 일본 문화는 리믹스 문화예요. 예를 들어 컵이 하나 있으면, 일본인들은 ‘아, 이걸 우리 생활에 맞게 바꿔보자’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은 그보단 ‘컵이 참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쪽에 가깝죠. 미국인들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한국에서 미국식 멜로디가 성공하는 이유예요. 재미교포들이 한국에서 음악적으로 성공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일본계 미국인들은 일본에서…. 글쎄요.

국내에서 엠플로의 어떤 트랙이 가장 히트했는지 알고 있나요? 압도적인 곡이 있어요.
‘Miss You’. 공연하는데, 관중들이 가사를 다 알더라고요. 왜 그렇게 유명해졌나요?

일본의 믹시와 비슷한 싸이월드라는 개인 홈페이지, 그리고 블로그의 BGM으로 유독 인기 있었어요.
그럼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그 노래를 좋아하나요?

멜로디가 뚜렷하고, 편곡이 부드러워서가 아닐까요? 왜 그럴 거라고 추측했나요?
우리 노래가 기존 제이팝이랑 좀 달라서가 아닐까요? 탈퇴한 리사, 저, 타쿠 모두 국제학교를 다녔어요. 제이팝 같은 노래는 만들 줄을 몰랐죠. 또 ‘Miss You’는 가사는 슬픈데, 멜로디는 완전히 슬프질 않아요. 그런 멜랑콜리한 감성이 한국에서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성공적이던 ‘엠플로 Loves’ 시리즈를 과감히 끝낸 이유는 뭔가요?
하하.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를 세 번 우승시키고 은퇴했죠. 우린 ‘Loves’ 콘셉트로 음반을 세 장 냈어요.

협업하는 뮤지션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요?
음, 쿨하면 오케이? 꼭 유명할 필요는 없어요. ‘Miss You’ 같은 경우엔 아무도 피처링한 뮤지션이 누군지 몰랐어요. 다들 “멜로디와 료헤이? 그게 누군데?” 그랬죠. 우리가 찾는 특정한 음색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봄 발표한 새 음반 ‘Square One’에도 역시 피처링이 많죠. 대신 ‘엠플로 Loves’ 시리즈와 달리, 누구의 목소리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다프트 펑크의 ‘One More Time’을 들을 때, 보컬이 누구인지는 신경을 안 쓰죠. 그 노래를 좋아할 뿐이에요. 피처링 섭외 단계에서 아예 얘길 했어요. “목소리가 좋아 피처링을 부탁하고 싶지만, 누군진 밝히지 않을 거다”라고요. 그 제안을 맘에 들어 하는 뮤지션도 많았어요.

버벌이 쓴 모자는 발렌시아가, 코트와 재킷은 페노메논, 바지는 존 로렌스 설리번, 선글라스는 이펙터 by 니고, 목걸이와 반지를 비롯한 액세서리는 모두 앰부시.
버벌이 쓴 모자는 발렌시아가, 코트와 재킷은 페노메논, 바지는 존 로렌스 설리번, 선글라스는 이펙터 by 니고, 목걸이와 반지를 비롯한 액세서리는 모두 앰부시.

피처링을 아예 표시하지 않는 건, ‘엠플로 Loves’와 정반대의 콘셉트라 흥미로웠어요. ‘Loves’ 시리즈도 피처링이란 말 대신 ‘Love’란 단어를 사용하며 화제가 되었죠. 콘셉트가 음반의 성공을 어느 정도 좌우한다고 보나요?
리사가 팀을 떠난 뒤 우리가 ‘엠플로 러브스’에 대해 생각해냈을 때, 사실 음반사에서조차 “그건 엠플로가 아니라, 옴니버스 음반이야”라며 발표를 말렸어요. ‘Loves’ 시리즈가 콘셉트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진 않아요. 일단 일본에 피처링이란 개념 자체가 드물었어요. 새로운 시도였죠. 그리고 리사가 떠나기 전만큼 노래가 좋기도 했고. 콘셉트는 수단일 뿐이에요.

엠플로가 쉬는 동안 많은 일을 했죠. 앰부시를 세웠고, 다큐를 찍기도 했어요. 아직 하고 싶은 게 남아 있나요?
음악, 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앰부시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 아내 윤YOON과 앰부시를 시작했을 때, 일본에서 누구도 상상 못하는 디자인을 해내고 싶었어요. 일단 지금은 다른 것보단 앰부시를 더 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아, 얼마 전엔 3D 맵핑 프로젝션 회사를 열었어요. 프랑스나 영국 기술을 수입해서 무대에 도입하는 일이에요. 지금 제 위치를 이용해 새로운 걸 소개하고, 그 과정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더 발전하면 좋겠어요.

앰부시 역시 엠플로만큼이나 협업을 자주 하고 있죠.
얼마 전 협업한 쿠시노 마사야는 혼자 묵묵히 일하는 장인이에요. 물론 저는 탑맨, 루이 비통이랑도 일해봤어요. 우리에게 없는 걸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요. 해골 모양 가방 본 적 있어요? 쿠시노 마사야는 그런 걸 해내는 사람이죠.

무대에 오르거나 행사에 갈 때, 스스로 스타일링하나요?
옷이요? 윤이 다 해요. 제 스타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스케이트보드 룩, 힙합의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만 전 소위 말하는 ‘힙합 브랜드’의 옷들은 거의 입지 않으니까요. 물론 그것도 멋지지만, 제 옷은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복합적인 게 좋아요.

여전히 당신의 패션을 힙합이라 말할 수 있나요?
아마도? 보통 힙합 패션이라 하면 배기 바지, 뉴에라 같은 걸 떠올리죠. 그렇지만 70년대에 처음 힙합이 태동했을 땐 완전히 달랐어요. 롤렉스, 딱 달라붙는 바지, 카우보이 부츠, 가죽 재킷 같은 걸 입었죠.

간혹 당신의 패션, 앰부시의 제품이 난해하단 말도 있어요. 만약 똑같은 제품을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음, 혹자는 제가 엠플로의 멤버기 때문에 앰부시가 성공했다고 말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제가 아니라 앰부시의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전 제이지를 만나본 적도 없지만, 제이지는 종종 앰부시의 액세서리를 차고 나오죠. 카니예 웨스트도 저랑 친구라서 앰부시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카니예는 자기가 싫어하는 건 절대 안 입는 사람이에요.

2000년대 중후반 세계 음악, 패션 신엔 ‘일류日流’가 분명히 존재했어요.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베이프를 비롯한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의 옷을 구하기 위해 애썼죠. 니고나 당신은 스타가 되었어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사실 우리끼리는 잘 몰랐어요. 유명해졌다는 것조차 못 느꼈죠. 나중에 해외공연을 가서 열광하는 관객들을 직접 본 후에야 인기를 실감했어요. 그냥 도쿄 사람들이 놀고 일하는 방식 그대로 했을 뿐이에요. 다른 나라의 문화로부터 영향 받은 걸, 우리 식대로 다시 만들었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이라고 보나요?
많이 변했죠. 작년엔 일본 경제가 바닥을 쳤고, 지진은 모든 걸 휩쓸어가 버렸어요. 슈프림 재킷이나 티셔츠를 사려고 사람들이 줄서서 밤을 새우던 하라주쿠는 이제 없어요. 모든 게 다 예측 가능해졌다고 해야 하나?

국적이나 분야에 상관없이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레이 가와쿠보. 제가 열망하고 갈망하는 모든 모습을 갖고 있어요.

선글라스는 몇 개쯤 있어요?
몇 년 전에 세어봤을 때, 음… 500개? 이제 700개쯤 되려나?

환갑이 되면 뭘 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지루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예순 살이 되면… 칼 라거펠트 같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선글라스 끼고, 자기 스타일 확실하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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