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밤이라도, 헤드라이트 불빛만 보면 어떤 차인지 알 수 있다. 눈이 성격을 말해주기 때문에.



아우디 A8L 3.0 TDI
이보다 풍요로운 차가 또 있을까? 실내는 그대로 좋은 취향과 권위의 시각화다. 시트와 센터페시아, 뒷좌석의 팔걸이에는 필요한 모든 기능이 적재적소에 아름다운 형상으로 들어있다. 대체로 도톰하고, 바느질은 사려 깊다. V6 3.0 TDI 엔진의 최고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56.1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6.2초, 공인연비는 리터당 12.8킬로미터다. 아우디 싱글 프레임의 위엄, 헤드램프에 쓰인 LED 전구가 직선으로 뻗다가 꺾인 각도에는 명백한 격이 있다. 깜빡이나 상향등을 켜는 식으로 표정에 빛을 더할 때마다 느낌표가 하나씩 떠오르는 심정. 모든 건, 밤에 더 명확해진다. 1억 2천5백40만원부터.



폭스바겐 시로코 R
시로코의 눈은 둥글고 똘똘해 보인다. 그러다 갑자기, 검은자위만 있는 작은 맹수이거나 지구에 없는 어떤 생물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온다. 운전석의 이질감은 더 크다. 본격적인 버킷시트가 허리와 엉덩이를 꽉 붙잡는다. 배기음은 크고 묵직하며 변화무쌍하다. 폭스바겐이 만든 자동차가 이런 소리를 낼 줄이야. 그렇게 소월길을 파헤치듯 달렸다. 차체의 높이와 디자인이 달리기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 얼마나 큰 걸까? 시로코 R은 시종 매끄럽고, 도로에 납작 엎드린 자세를 곧게 유지했다. 웬만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1,984cc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265마력, 최대토크는 35.7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시간은 5.8초다. 아랫부분이 편평하게 깎인 D컷 핸들은 두 손에 꼭 들어온다. 꺾이는 각도가 예리하면 예리할수록 감아 돌리는 맛은 더 하다. 4천8백20만원.



벤츠 C200 CGI
욕심과 사치, 풍요와 안정 사이에서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벤츠의 엔트리 세단이다. 가장 작은 세단이라 해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가치는 균질하게 녹아있다. C클래스는 그 중 위트가 있고, 재치의 8할은 헤드램프와 사이드미러에서 찾을 수 있다. C클래스의 정체성을 의뭉스럽게 드러낸다. 지금, 이 사진에는 총 네 개의 알파벳 ‘C’가 숨어있다. 더불어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한결 같다는 점에서 벤츠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1,796cc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5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35킬로미터,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는 7.8초 걸린다. 4천7백40만~5천2백90만원.



렉서스 ES
렉서스ES에는 침묵의 감동이 있다.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감각으로부터, 도로와 타이어 사이에서 생기는 소음을 차단하는 섬세함까지. 창문은 무심하고 신속하게 닫히다 거의 다 닫힐 무렵에 속도를 줄인다. 소리도 같이 잦아든다. 실내는 완벽에 가깝게 안락해진다.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내는 소리의 결은 하얀 피부처럼 곱다. 그런 한편, 그 부드러운 가속페달을 곱게 밟을 때와 아랑곳 않고 깊숙이 밟았을 때 요동하는 엔진의 파괴력. 레드존 직전까지 태연하게 올라가는 엔진 회전수. 그 이율배반. 헤드램프의 날카로운 화살촉은 렉서스가 조용하고 안락하기만한 차가 아니라는 웅변일 것이다. 3,456cc V6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277마력, 최대토크는 35.3kg.m, 최고속도는 시속 210킬로미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초, 공인연비는 리터당 10.2킬로미터다. 5천6백30만~6천2백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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