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으렵니다

LG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기간, 두산은 7번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이란성쌍둥이처럼 다른 두 서울팀의 차이를 항목별로 비교했다.

프론트의 차이
두산과 LG의 성적 차이는 무엇보다 현장이 아닌 프론트에서 비롯된다. 두산 프론트가 안정적이라면, LG 프론트는 당장의 성적에 대한 욕심으로 꾸준히 현장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 야구인은 “감독 교체도 감독 교체지만, 두 팀의 사장과 단장의 교체 횟수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과 단장은 프런트의 핵심으로 구단의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다. 프런트가 어떤 방향으로 팀의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팀의 컬러는 달라진다. 1990년대 LG는 프런트와 현장의 역할 분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던 팀이다. 신바람 야구로 전성기를 맞은 시절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LG를 거친 사장은 5명, 단장은 6명이나 된다. 현장 뿐만 아니라 프런트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컸고, 자연히 무분별한 투자가 늘어났다. LG는 FA 시장에서 언제나 큰손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진영과 정성훈을 제외하곤 큰 효과를 본 적이 없다. 진필중, 홍현우라는 투타 양대 ‘먹튀’가 LG 출신이고, 역대 투수 최고액을 받고도 큰 활약을 하지 못한 박명환도 LG 프론트의 작품이다. FA는 아니지만 트레이드로 데려온 마해영과 이택근도 결과적으로 중복 투자에 가깝다. 모 해설위원은 “투수가 필요한 팀에 타자들만 자꾸 데려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해엔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이택근, 조인성, 송신영 등 소속팀 FA 선수들을 잃었다. 모 선수는 “LG에서 날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아서, 미련 없이 떠났다”고 말했다. 그 뒤 단장이 운영팀장을 겸직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수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두산 프런트에도 약점은 있다. LG만큼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두산은 외부 FA 영입이 한 번도 없는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트레이드와 선수 발굴로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오고 있다. 프런트 내의 선순환구조도 확실히 자리 잡혀 있다. 단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운영부장이 단장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김승영 사장은 2004년부터 8년간 단장을 역임한 뒤 사장이 됐고, 야구인 출신 김태룡 단장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선수단의 격차
두산의 야구는 ‘화수분 야구’라고 불린다. 외부에서 선수를 보강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 고교 선수들은 가장 가고 싶은 팀으로 두산을 꼽는다.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손시헌, 이종욱, 김현수 등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두 신고 선수 출신이다. 드래프트도 잘한다. 노경은, 이용찬, 임태훈 등 상위 지명 선수들은 물론 양의지, 오재원, 정수빈 등 후순위 지명 선수들도 알짜배기였다. 노련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두산 스카우트 팀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LG엔 눈에 띄는 어린 선수가 드물다. LG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마운드엔 LG 팜에서 키운 선수가 없다. 지난해 임찬규와 한희가 잘했지만, 올해는 둘 다 부진에 빠졌다. 외국인 투수들과 봉중근이 없었다면 LG는 일찌감치 무너졌을 것이다. 야수진에서도 붙박이 주전 중 20대는 오지환이 유일하다. 모 해설위원은 “LG는 10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젊은 선수들이 큰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LG는 현재 구리의 전용 훈련장 챔피언스파크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LG 2군 선수들이 크지 못한 건 장소 문제도 크다. 훈련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는 어린 선수가 1군에서 기회를 얻는 빈도가 많다. 그러나 유망주들이 팬들의 응원과 관심에 도취돼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두산이 2005년 경기도 이천에 건립한 2군 연습장인 베어스필드는 시설이 훌륭하고, 도심에서도 적당히 떨어져 있다. 지금 LG에 필요한 건 값비싼 자유계약선수가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스스로 키워내는 노하우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간극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은 결국 감독의 몫이다. 두산은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감독이 김인식, 김경문, 김진욱으로 세 명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김광수 감독대행까지 포함하면 네 명이다. 반면 LG는 2000년 이후 이광은, 김성근, 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에 양승호 감독대행까지 총 여덟 명의 감독이 LG의 덕아웃을 거쳤다. 자그마치 두산의 두 배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뚝심 있는 야구를 펼쳤다. 김인식, 김경문, 김진욱 감독 모두 선수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구사한다. 마운드 운용은 서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선 굵은 공격야구,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기본으로 한 골격엔 큰 차이가 없다. 한 해설위원은 “김인식 감독부터 두산 고유의 팀 색깔이 잘 유지되고 있다. 김경문, 김진욱 감독 모두 팀 내부에서 승격시킨 감독으로 두산이란 팀 자체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팀을 잘 아는 코치들을 중용하는 인선도 눈에 띈다. 그러나 LG는 감독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선수들도 혼란을 겪었다. 마지막으로 LG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김성근 감독 이후 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 감독이 차례로 팀을 맡았지만, 선수단 운용에 이렇다 할 연속성은 없었다. 모 선수는 “감독이 자주 바뀌다 보니 코치들도 수시로 교체됐다. 코칭스태프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코치님의 지도 스타일에 맞추다 보니 시간이 다 다 갔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감독은 장기적인 비전을 생각하거나 평정심을 지키기 어려웠고, 자연히 근시안적인 경기 운용이 속출하고 만 것이다.

프론트의 차이
현재 두산 베어스의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은 공통점이 있다. 야구 전문가이자 내부 인사 출신, 그리고 밑바닥부터 올라왔다는 것이다. 김승영 사장은 광고맨 출신이다. 그러다 1991년 OB에 입사했다. 그 후 구단 마케팅팀, 홍보팀, 경영관리팀 등 야구단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잠실구장 운영본부장에 이어 단장까지 역임했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사장까지 올랐다. 김태룡 단장은 야구선수 출신이다. 청소년 대표까지 지낸 유망주였지만, 부상 때문에 프로엔 가지 못했다. 대신 롯데에 입사해 2군 매니저가 됐다. OB로 옮긴 건 1990년, 보직은 역시 매니저였다. 구단의 각종 궂은일을 도맡으며 김승영 사장처럼 차근차근 진급했다. 그러다 야구인 사상 최초로 내부 승진 단장이 됐다. 두 사람은 두산 베어스, 나아가 야구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잘 아는 구단 수뇌부다. 신인 스카우트부터 트레이드, 2군 운영까지 책임진다. 그러나 한편 1군 운용은 철저히 현장의 몫으로 남겨둔다. 두산이 LG처럼 불필요한 소문에 시달리지 않고 프런트와 현장이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이 수뇌부의 공이다. LG를 거친 사장, 단장들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야구 문외한에, 외부 출신이었다. LG 구단 수뇌부는 늘 야구를 잘 몰랐다. 야구단 근무가 처음인 이가 수두룩했다. 대개 그룹 계열사에서 넘어왔고, 야구단이 마지막 직장인 경우가 허다했다. 팬들보다 자기 사정을 모르니 신인 선발, 트레이드, 2군 운영은 모두 직원들의 몫이었다. 관리감독 체계가 잘 작동할 수가 없다. 일단 자리를 보전하는 게 목표였기에, 1군 성적에만 목을 맸다. 다행히 최근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현 백순길 단장은 운영팀장을 겸하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구단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다. 다행히 올 시즌 LG는 불필요한 구설수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았다. 아직 성적은 그대로지만.

선수단의 격차
1990년대에 LG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라이벌 두산에 대해 물으면 꼭 돌아오는 말이 있다. “왜 두산이 우리 라이벌이냐”. 실제로 1990년대 LG는 성적과 인기에서 모두 두산을 앞섰다. 김재현, 유지현, 이상훈, 송구홍, 서용빈, 김태원 등 투타에 슈퍼스타가 즐비했다. 2군도 유망주 천지였다. 반면 두산엔 이렇다 할 스타가 적었다. 유망주도 부족했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두산은 지명한 신인 선수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계약조건이 평균적으로 LG처럼 후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세는 역전됐다. 요즘은 아마추어 선수 대부분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싶어 한다. 두산이 LG 못지않게 지갑을 여는데다, 유망주의 1군 진입 가능성도 더 높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은 마운드에서 LG를 압도했다. 10승 투수를 세 명 배출했다. 35세이브 마무리투수도 나왔다. LG는 10승 투수가 벤자민 주키치 한 명 뿐이다. 마무리 봉중근은 26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의 힘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 두산엔 3할 타자가 전무하다. 홈런도 10개를 친 윤석민이 팀 내 1위다. 반면 LG는 3할 타자가 네 명, 홈런을 10개 이상 친 타자가 세 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두 팀의 팀타율은 LG가 2할6푼1리, 두산이 2할6푼으로 비슷하다. 팀 홈런은 59개로 같다. 무엇보다 LG는 더 좋은 타자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7위에 그쳤다. 두산과의 승차는 10.5경기. 투수들 때문일까? 모 감독은 “두산 타자들은 타석에 들어서면 루상의 주자를 신경 쓰지만, LG 타자들은 타석의 자신에게만 집중한다”는 말로 두 팀의 차이를 꼬집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간극
두산과 LG의 가장 큰 차이는 코칭스태프다. 두산엔 1982년 창단 이후 여덟 명의 감독만 부임했다. 평균 재임기간이 4년에 가깝다. 1994년 이후론 더 길어졌다. 김인식, 김경문 감독은 8년씩 두산 사령탑을 맡았다. 1990년 창단한 LG는 23년 동안 10명의 감독을 교체했다. 평균 재임기간은 2.3년. 그마저도 2000년 이후엔 2년으로 단축됐다. 감독이 바뀌면 코치진도 물갈이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잦은 감독 교체는 선수들에게 혼란을 준다. 두산은 같은 지도자가 유망주를 오랫동안 육성했다. LG는 해마다 바뀌는 코치들 탓에 유망주들이 수시로 폼을 변경해야 했다. 감독 선임 방식도 달랐다. 2002년 이후 LG의 감독 선임 기준은 세 가지였다. 현역 시절 유명도, 초보, 비프랜차이즈 출신.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대스타였다. 그렇지만 김재박 감독을 빼면 모두 감독으로선 초보였고, LG에서 뛴 적이 없었다. 두산은 달랐다. 1994년 김인식 감독 취임 이후 김경문, 김진욱까지 모두 이름값이 유난스럽진 않아도, 실속 있는 지도자를 선택했다. 그 중 최근 9년간 두산을 맡은 김경문, 김진욱 감독은 두산 출신이다. 코치로도 두산에서 일했다. LG와 공통점이 있다면 초보 감독을 선호했다는 것. 김경문, 김진욱 감독은 두산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물론 지휘봉을 먼저 빼앗은 쪽은 늘 L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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